▣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0회 - " 후회없는 사랑 "

영광도서 0 638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의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경우도 많다. 또한 그 사랑이 찾아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는 일도 많다. 사랑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랑은 때로는 잡을 줄 아는 기술과 기회 포착이 필요한 것이다. 때로는 사랑에 성공함으로서 인생에서도 성공하는 일과 동일시 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을 얻고도 그 사랑 하나 얻지 못하여 평생을 후회하며 사는 이들도 얼마든 있다. 삶이 소중한 만큼 사랑도 소중하고, 성공이 중요한 만큼 사랑도 중요한 일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이룰 수는 없을지라도 때로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도 필요하다. 그것이 사랑으로 인한 후회의 근간을 없애는 일이기도 하다.

피아노를 아주 잘 만드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피아노를 만드는 데 있어서 2등이라면 서러워 할만큼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그는 3년 동안 자신의 온 정열과 혼을 바쳐 '저절로 울리는 피아노'를 만들었다. 그 피아노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들이 결혼식을 올리면, 누가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피아노가 울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는 이제 동네에서 가장 예쁘고 마음씨 착하고 순수하다고 소문난 아가씨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는 이제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이 애써 만든 피아노를 결혼식을 올릴 교회로 옮겨다 놓았다. 그는 저절로 울리는 피아노에 맞추어 결혼식을 올리는 최초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 주인공들로 자신과 그 약혼녀가 충분하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혼을 축하할 때 피아노에서 저절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놀랄 모습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왔다. 그는 부푼 마음으로 신부의 행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 맞추어 저절로 울릴 피아노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드디어 신부 입장 신호와 함께 신부가 입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부의 행진이 다 끝났지만 피아노는 울리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실망했다.

'이럴 수가, 그렇게 착하고 예쁘게만 보이는 마음이 사실 그렇지 않다니'

그 생각을 한 그는 그길로 교회를 뛰쳐나와 사라졌다. 그리고는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기 저기 떠돌며 살던 그는 우연히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침 마을을 가득 메운 많은 사람들의 행렬에 그는 놀라고 말았다. 그는 한 사람에게 물었다.

"아니, 누가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따르는 겁니까?"

"예, 이 마을에서 가장 착한 마님이지요, 마을의 과부와 고아를 위해 온 생애를 다 바치셨던 고귀한 분이랍니다. 결혼식 때 자신을 버리고 간 나쁜 놈을 기다리며, 평생을 처녀로 지내다 결국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오. 생각할수록 이런 분을 이유도 없이 버리고 간 놈을 생각하면..."

그는 멍하니 그 행렬을 따라 교회까지 들어갔다. 그리고는 교회 앞쪽에 자리 잡은 그녀의 관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의 눈총도 뿌리친 채 뛰어 들어갔다. 그는 그 관위에 엎드려 알 수 없는 절규를 터뜨렸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아랑곳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오랜 방황에 지쳐 관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40년 동안 울리지 않던 피아노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 저절로 연주되고 있었다.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 그러므로 그림으로 그린 큐피드는 날개는 가지고 있지만 눈이 멀었다. 사랑의 신의 마음에는 분별력이 전혀 없고, 날개는 있으나 눈이 없는 것은 성급하고 저돌적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선택이 언제나 그릇되기 쉬우므로 사랑의 신은 아니라고 한다.” 라고 말한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내게 온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를 알기는 무척 힘들다. 일시적인 소나기와 같은 사랑인지, 서서히 적셔주는 이슬비처럼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며 지속될 사랑인지, 평생을 곱게 나를 감싸고 갈 사랑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랑을 선택하든 그 이후에는 그 사랑을 내가 어떻게 정성을 들이고 관리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아름답고, 우리는 늘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사랑은 내 마음의 악기와 상대의 마음의 악기가 함께 어울려 연주하는 아름다운 합주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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