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1회 - " 조건없는 사랑 "

영광도서 0 529
흔한 말로 사랑은 ‘-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라고들 한다.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인 것이다. 조건과는 관계없이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며, 발전적인 사랑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있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은 인간이라면, 아니 생명체가 있는 모든 것은 사랑할 수 있게 창조했다. 그러므로 삶은 곧 사랑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사회통념상으로 조건이 잘 갖추어졌을 때만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랑은 가능하다. 그 사랑이 어쩌면 더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일 수 도 있다.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행복을 느꼈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착하고 행복한 부부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아내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병석에 눕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가난한 터라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갈 형편도 아니었고, 약하나 지어다 줄 수도 없는 처지였다. 남편은 힘없이 누워있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안타깝고 비참했다. 남편은 여러 날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마침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를 속이기로 한 것이다. 남편은 인삼 한 뿌리를 구하여 아내에게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내가 좋은 꿈을 꾸고, 하도 신기하여 어제 산에 갔다가 산삼을 캤어. 아마도 이걸 먹고 나면 당신이 병이 나을 것 같아.”

그러자 아내는 간신히 일어나서 인삼을 먹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아내는 잔뿌리까지 꼭꼭 씹어 먹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남편은 아내가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내는 그 인삼을 먹고 나서 병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한편 기쁘기도 하면서 인삼을 산삼이라고 속였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겼다. 그렇게 얼마간 세월이 지나자 아내는 건강이 회복되었다.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사실은 당신에게 산삼 한 뿌리 못 사다 주면서, 인삼을 얻어다 주고는 산삼이라고 속였다오. 미안하오.”

그러자 아내는 조용히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는 인삼도 산삼도 먹지 않았어요. 당신의 사랑만 먹었을 뿐이에요.”

세상의 모든 병은 마음의 병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병의 치유도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름답고 따듯한 마음의 위로는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 사랑은 곧 삶이므로 지극한 사랑은 죽음으로부터 삶으로 옮길 수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 있어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우리는 얼마든 만나게 된다. 하지만 거짓이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며, 위선이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이나 위선, 진정으로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거짓이나 위선은 오히려 아름답다.

사랑을 위한 도구에는 제한이 없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때에 따라 사랑의 도구로 쓸 수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의 도구화하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 일이다. 진실한 사랑 앞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다. 우리가 먼저 그 사랑의 커트라인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에는 커트라인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 그 라인을 긋고 있을 뿐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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