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3회 - " 눈으로 시작하는 사랑 "

영광도서 0 455
사람은 누구나 미인을 보면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남자는 시각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한다. 그리고 미모가 자기와의 관계를 맺느냐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레스 피나스라는 이는 미모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자기의 미모를 내세우는 여자는 미모보다 더 나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떠들어대는 것과 같다.” 현대 사회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사회이므로 사회진출에 있어서 미모는 상당한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관계에서 미모 지상주의는 진진하게 생각할 필요는 있다. “미모는 사랑이 생길 때까지 간판으로써 필요하다.”는 스탕달의 말처럼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가졌을 때에만 미모는 제대로 평가 받을 뿐이다. 미운 감정이 들면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도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준수한 외모에 시원시원한 성격에다 나무랄 데 없는 아주 쓸 만한 청년 이었다. 하지만 농촌을 좋아하는 여자가 없어서 청년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은 어느 날 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카페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카페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되어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청년은 그녀에게 호감이 갔고, 날이 갈수록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주고받는 메일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청년의 가슴속에는 여자를 향한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서로간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청년은 그녀에게 메일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런데 청년이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는 하루에 열통씩 오가던 메일이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답장이 오곤 했다.

그토록 믿어 왔던, 또 믿고 싶었던 늦게 찾아온 사랑에 더욱 더 절망을 했다. 그날부터 청년은 도무지 일이 잡히지 않았다. 농촌 총각이라는 핸디캡이 원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여자의 닉네임만 알았던 그로서는 그녀를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청년은 다시 절실하게 여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꼭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마음을 담아 메일을 썼다.

“너무나 절실해서 가슴으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의 외로움이 얼마나 깊은지…….사랑하는 이가 그리워도 보지 못하는 아픔을 견뎌 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속이 타서 얼마나 쓰린지…….”

차마 끝을 맺지 못한 애절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놓고는 그녀가 제발 읽어주기를, 그리고 답장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한 달 후 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메일이 왔다.

“'나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 하고 많은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어릴 적부터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얼굴도 어릴 적 덴 화상으로 흉터가 많이 져있답니다. 그래서 매일 집안에서 어둔 커튼으로 햇살을 가리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님의 메일을 받은 순간 기쁘고 설렜지만, 님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다시 아픔을 줄 수가 없어서 님에게 다가 갈 수가 없었습니다.”

편지를 받고 청년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의 소식 이었지만 여자의 결점을 알고 나니 갈등이 생겼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청년은 여자에게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합니다. 이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내 단 한 사람 ……. 당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건강한 몸을 가진 내가 또한 저에게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당신이 필요 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말한 당신의 결점은 오히려 나에겐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위틈에 조용히 피어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제비꽃처럼 저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를 보낸 후 얼마가 지나서 두 사람은 드디어 서로 만나기로 했다. 여자는 그녀의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3월 14일 그가 살고 있는 시골 폐교된 학교 가장 큰 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3월 14일……. 청년은 여자가 혹 못 찾을까봐 한 시간 반이나 먼저 나가서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는 남자의 애 간장을 다 태우고 20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다.

교문에서부터 웬 날씬한 여자가 목발을 짚고 머리엔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뚜벅뚜벅 거리며 청년의 눈에 점점 크게 다가왔다.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제 저를 보여 드리겠어요.” 하더니 여자는 안경을 벗고 스카프를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었다.

그 순간 남자는 깜짝 놀랐다. 여자는 얼굴에 흉터하나 없었고, 우유 빛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굉장한 미인이었던 것이다. 여자는 목발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 밑 벤치에 앉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놀래셨나요? 처음부터 속이려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청년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고, 용기를 내어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껴안았다.

나폴레옹은 “미인은 눈을 즐겁게 하고, 어진 아내는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한 평생을 함께 사 사람이라면 눈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는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오히려 어진 사람이 미인보다 훨씬 가치있고 훌륭한 것이다. 어쨌든 사랑이란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야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사랑은 어떤 점에선 짐승을 인간으로 만들고, 또 다른 점에선 인간을 짐승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을 약삭빠르게 살려는 생각으로 미인을 만나기를 탐하기 보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어진 아내를 만나려는 노력이 값진 일이다. 미모는 언젠가 시들어도 어진 마음은 언제나 지속되는 것이다.


*사랑은 눈으로 시작하여 마음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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