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5회 - " 비교하지 않는 사랑 "

영광도서 0 544
요즘 영화 선전 문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대충 만나 결혼한 다음 날 이상형을 만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성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지금의 사랑과 과거의 사랑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선택하지 않은 사랑을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언제나 아쉬움은 남게 마련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서 이다. 막상 그것을 소유하고 나면 별로 다를 것도 없는데 인간의 욕심이 그런 착각을 갖게 한다.

과거의 사랑은 이루지 못했으므로 아름답게 보이고, 선택하지 않은 사랑은 나의 것이 아니어서 아름답게 보일 뿐이다. 현재의 선택이 옳았고, 가장 고마운 사랑으로 인식해야할 우리는 이러한 간사한 심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두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아내를 슬프게 했다. 아내는 적당한 나무토막을 하나 구해서 화장대에 놓고는 남편이 미울 때마다 나무에 못을 하나씩 박았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외도를 할 때에는 큰 못을 소리 나게 때려 박았다. 이 남자가 술을 마시고 때리고 욕을 할 때에도 못을 박았다. 그러자 못은 자꾸 늘어나 나무토막은 이제 마치 고슴도치처럼 못이 가득 박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불렀다.

“여보 여기 좀 봐요. 여기 못이 박혀 있는 걸.”

이 못을 보고 남편이, “이게 뭔 못이야?”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이 못은 당신이 잘못할 때마다 하나씩 박았던 못이라오.”라고 말했다. 남편이 보았더니 나무에는 크고 작은 못이 수 없이 박혀 있었다.

남편은 양심이 찔려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남편은 그날 밤 아내 몰래 나무를 안고 울었다. 그리고는 그 날부터 남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그는 매사에 아내를 진심으로 지극히 사랑하며 아껴주는 것 같았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모르는 척 지켜보았다.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을 불러 말했다.

"여보! 이젠 끝났어요. 당신이 고마울 때마다 못을 하나씩 뺏더니 이제는 하나도 없어요."

그러자 남편은 "여보! 아직도 멀었어, 못은 없어졌지만 못자국은 남아 있잖아." 라고 말했다. 아내는 가만히 남편에게 다가가서 남편을 부둥켜안고서 고마운 눈물을 흘렸다.

잘 알면서도 사람은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는 후회를 한다. 하지만 후회라도 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사랑을 아는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 중에는 후회할 줄 모르고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이 너무도 많다.

누군가의 마음에 못 박을 일을 하지 않고 살려는 노력,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작은 배려의 마음이 사랑을 심어가는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이다. 역지사지, 즉 서로가 입장 바꿔 생각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생활이 일상이 될 때 우리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사랑이야말로 우리 사는 세상을 여유롭고 풍요하게 만드는 신비의 약이다. 사랑으로 가득찬 세상을 만드는 것은 나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사랑은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응어리진 가시를 뽑아 주는 일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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