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37회 - " 믿음 없는 불행한 사랑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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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1:57
아무리 서로가 한 눈에 반하고, 미칠 만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신뢰가 없다면 그 사랑은 유지되기는커녕 깨지고 마는 사랑이다. 사랑에는 무엇보다도 서로가 믿는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이 믿음이라는 것은 우선 서로가 호감을 가지면서 생기게 된다. 이러한 믿음이 없는 한 어떠한 아름다움도 어떠한 조건도 의미가 없다.
상대를 믿는 내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상대가 나를 믿어주게끔 노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조금이라도 의심의 구멍이 생기는 순간부터 믿음은 깨어지고 만다. 믿음 없는 호감, 믿음 없는 좋은 조건, 믿음 없는 잘 어울림은 그저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사랑에는 무엇보다도 믿음이 필요하다.
더스트 무어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시들은 돈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극장의 쇼 무대에 출연했다. 시를 낭송하는 대신에 그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뜻밖에도 그의 춤과 노래는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비록 춤과 노래를 팔아 밥벌이를 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그는 늘 시인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극장 매표원 아가씨와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은 금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도둑놈이 따로 없어. 내일 모레면 마흔인 싸구려 가수 주제에 영계를 물었지 뭐야.”
사람들은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다’ 는 둥 ‘멀쩡한 아가씨가 눈이 삐었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그녀의 이름은 마시아로 갓 스물을 넘긴 미모의 아가씨였고, 무어는 깡마른데다 키만 멀쑥하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쌍이었다. 어쨌든 이들의 사랑은 깊어졌고 둘이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첫날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장을 푼 뒤 침실로 들어서던 무어는 멈칫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이 생겼다. 만날 때마다 괜한 유머를 많이 하는 통에 나이 어린 마시아가 잘못 판단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자책했다. 무어는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밝혔지만 마시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어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나무라고는 결혼이 잘못되었다며 침실을 따로 썼다.
이튿날 신혼부부는 마시아의 고향집을 방문했다. 어린 딸이 데려온 늙은 신랑을 만난 마시아 부모의 실망했지만 마시아의 부모는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무어는 이 자리에서도 그녀의 부모에게 말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욕심에 눈이 멀었던 것 같아요. 아무 염려 마세요. 결혼식 때까지도 몰랐지만 일이 잘못된 것을 어젯밤에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각방을 썼어요. 결혼을 취소하고 마시아의 행복을 위해 제가 멀리 떠나겠습니다.”
무어의 말에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시아가 무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부모와 신랑의 거듭된 설득에도 그녀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이 사람을 마음 깊이 사랑해요. 이 사람도 저를 사랑하지만 남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뿐이에요. 첫눈에 이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겠어요?”
고향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극장가에 신방을 꾸몄다. 살림을 차린 마시아는 미혼 때보다 더 예뻐졌다. 매사에 활기가 넘치는 마시아는 직장에서도 승진에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무어는 결혼생활을 몇 년 하지도 않았는데 핏기가 없던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생기를 잃은 무어의 쇼는 갈수록 인기가 떨어졌다. 나날이 신경질만 늘어가는 남편의 원기를 회복시키려고 마시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에 동의했다. 이혼한 지 몇 년 만에 무어의 인기는 바닥났다. 더 이상 그의 쇼를 보러 오는 관객은 없었다. 그는 노숙자가 되어 지내다가 결국 그는 허름한 여관에서 임종의 시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무어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극장가에 떠돌자 수소문 끝에 무어의 숙소를 알아낸 마시아가 의사를 데리고 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의사가 떠난 낡은 여관방에 누워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무어에게 마시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왜 저를 믿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에요. 당신이 저를 처음 웃긴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단 말이에요.”
남편을 믿지 못하면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지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순간마다 허상이 보이고 쓸데 없는 그림들을 모리 속에 잔뜩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불신에 사로잡혀 결국 자신은 의심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남편은 별의 별 상상을 다하게 된다. 그러한 불신은 결국 자신을 구속할 뿐 아니라 상대마저도 구속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가 그렇게 피곤해진 상태에서 벋어나려면 상호간에 신뢰가 살아나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그 관계는 지속할수록 서로의 감옥이 될 뿐이다.
*사랑은 떨어져 있어도 상대의 행동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다.* -최복현-
상대를 믿는 내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상대가 나를 믿어주게끔 노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조금이라도 의심의 구멍이 생기는 순간부터 믿음은 깨어지고 만다. 믿음 없는 호감, 믿음 없는 좋은 조건, 믿음 없는 잘 어울림은 그저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사랑에는 무엇보다도 믿음이 필요하다.
더스트 무어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운 시들은 돈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극장의 쇼 무대에 출연했다. 시를 낭송하는 대신에 그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뜻밖에도 그의 춤과 노래는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비록 춤과 노래를 팔아 밥벌이를 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그는 늘 시인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극장 매표원 아가씨와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은 금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도둑놈이 따로 없어. 내일 모레면 마흔인 싸구려 가수 주제에 영계를 물었지 뭐야.”
사람들은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다’ 는 둥 ‘멀쩡한 아가씨가 눈이 삐었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그녀의 이름은 마시아로 갓 스물을 넘긴 미모의 아가씨였고, 무어는 깡마른데다 키만 멀쑥하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쌍이었다. 어쨌든 이들의 사랑은 깊어졌고 둘이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첫날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여장을 푼 뒤 침실로 들어서던 무어는 멈칫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이 생겼다. 만날 때마다 괜한 유머를 많이 하는 통에 나이 어린 마시아가 잘못 판단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자책했다. 무어는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밝혔지만 마시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어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나무라고는 결혼이 잘못되었다며 침실을 따로 썼다.
이튿날 신혼부부는 마시아의 고향집을 방문했다. 어린 딸이 데려온 늙은 신랑을 만난 마시아 부모의 실망했지만 마시아의 부모는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무어는 이 자리에서도 그녀의 부모에게 말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욕심에 눈이 멀었던 것 같아요. 아무 염려 마세요. 결혼식 때까지도 몰랐지만 일이 잘못된 것을 어젯밤에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각방을 썼어요. 결혼을 취소하고 마시아의 행복을 위해 제가 멀리 떠나겠습니다.”
무어의 말에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시아가 무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부모와 신랑의 거듭된 설득에도 그녀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이 사람을 마음 깊이 사랑해요. 이 사람도 저를 사랑하지만 남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것뿐이에요. 첫눈에 이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겠어요?”
고향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극장가에 신방을 꾸몄다. 살림을 차린 마시아는 미혼 때보다 더 예뻐졌다. 매사에 활기가 넘치는 마시아는 직장에서도 승진에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무어는 결혼생활을 몇 년 하지도 않았는데 핏기가 없던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생기를 잃은 무어의 쇼는 갈수록 인기가 떨어졌다. 나날이 신경질만 늘어가는 남편의 원기를 회복시키려고 마시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에 동의했다. 이혼한 지 몇 년 만에 무어의 인기는 바닥났다. 더 이상 그의 쇼를 보러 오는 관객은 없었다. 그는 노숙자가 되어 지내다가 결국 그는 허름한 여관에서 임종의 시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무어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극장가에 떠돌자 수소문 끝에 무어의 숙소를 알아낸 마시아가 의사를 데리고 급히 달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의사가 떠난 낡은 여관방에 누워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무어에게 마시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왜 저를 믿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서 제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에요. 당신이 저를 처음 웃긴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단 말이에요.”
남편을 믿지 못하면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지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순간마다 허상이 보이고 쓸데 없는 그림들을 모리 속에 잔뜩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불신에 사로잡혀 결국 자신은 의심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내를 믿지 못하는 남편은 별의 별 상상을 다하게 된다. 그러한 불신은 결국 자신을 구속할 뿐 아니라 상대마저도 구속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가 그렇게 피곤해진 상태에서 벋어나려면 상호간에 신뢰가 살아나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는 한 그 관계는 지속할수록 서로의 감옥이 될 뿐이다.
*사랑은 떨어져 있어도 상대의 행동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