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8회 - " 아주 특별한 사랑 "

영광도서 0 484
누구에게나 자신의 사랑은 특별한 것이다. 내 사랑만큼 애절하고 내 사랑만큼 낭만적이고, 내 사랑만큼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사랑이 가장 가치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사랑을 하면서 그 사랑이 목숨보다 가치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의 사랑이다. 서로간의 이러한 애틋한 사랑이 유지된다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근심도 걱정도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살 수는 없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사랑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부주의해서 자리를 이동해도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기자인 프랭크 캐네디는 취재 중에 사고로 한 쪽 시력을 잃었고, 몇 년 후에는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나머지 한 쪽 시력마저 잃은 시각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일을 계속해야만 했으므로 전화로 취재를 하고, 집에서 타이핑으로 원고를 정리하곤 했다. 물론 탈고한 기사를 신문사에 보내는 일은 그의 아내가 도와야만 했다.

어느 날 프랭크는 밤늦게까지 취재 원고를 타이핑했다. 마침 남편의 잠자리를 준비해놓고는 아내 메리는 먼저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사랑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침대 옆의 서랍장이 남편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서랍장을 왼쪽으로 한 뼘 정도 옮겨놓았다. 그러자 자판을 두드리는 남편의 멋진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

프랭크는 일을 마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서재의 온도 조절기를 끄지 않고 누운 것이 생각났다. 아내에게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메리는 벌써 곤한 잠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온도 조절기를 끄려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때 꽝 소리와 함께 눈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 프랭크는 고꾸라지면서 방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그는 아내가 살짝 옮겨놓은 서랍장에 이마를 강하게 부딪친 것이었다. 깜짝 놀란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났을 대에는 이미 남편은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선혈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서 응급처치를 받기는 했지만 아내 메리는 남편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다음 날 아침, 메리는 병원에서 잠을 깬 남편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사과했다.

“여보, 미안해요. 제 실수예요. 약간 옮겼는데, 정말 미안해요.”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퇴원하는 길이었다. 아내 메리가 운전하는 승용차의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케네디는 자꾸 눈을 비벼댔다. 다친 자리에 또다시 무슨 후유증이라도 있는지 신경이 쓰여서 메리도 자꾸 곁눈질을 했다. 남편은 자꾸 눈을 껌벅거리다가 곧 손으로 이것저것 더듬기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그 사고로 오히려 프랭크는 시력을 되찾았던 것이다.

토요일, 프랭크 케네디 기자는 동료 기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친척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열었다. 잃었던 시력을 다시 찾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친구들이 물었다.

“프랭크, 세상을 다시 보는 첫 소감이 어떤가?”

“아내의 머리가 여전히 금발인 것을 보고 나는 울먹였다네.”

완전한 시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희미하게나마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아내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다시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친구가 말했다.

“과연 그렇기도 하겠네. 남편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날 밤 서랍장을 옮겼다지 않나? 그런 아내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어.”

함께 있어도 벌써 그리운 사랑, 그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언제나 그리워 할 수 있는 사랑, 우리는 모두 그 사랑을 꿈꾸며 산다.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상대를 아름답게 바라보게 만들고, 상대를 늘 고맙게 생각하게 만들고, 상대를 위해 내가 존재하고, 나를 위해 상대가 존재하는 것 처럼 느껴지게 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인간을 고결하게 하고, 희망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사랑이 넘치는 곳,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는 언제나 꿈이 넘실거리고, 희망이 행복으로 화하여 그 가정을 감싸 돈다. 사랑, 그러한 사랑에는 순수한 마음은 물론이려니와 그 사랑을 유지하려는 훈련도 필요하다.


*사랑은 함께 있어도 상대의 마음에서 유영하며 느끼는 것이다. *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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