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39회 - " 쉽지 않은 사랑 "

영광도서 0 511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들 말들 한다. 하지만 어려울 것 없는 조건에서는 모두들 사랑을 잘 나누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그 사랑을 유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사랑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닌데도, 결과적으로는 외적인 조건이나 아름다운 모습에 있는 것도 아니며 결국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그 마음을 잘 간수 하지 못하여 사랑이 끝나고 마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사랑이란 최고의 비빔밥 속에 순수한 마음과 믿음이란 요소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이 오히려 불행으로 인도하기도 하는 것은 우리 속의 진실이 사라지고, 물질문명의 영향이 깊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순댓국을 파는 식당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서는 이들이 있었다. 8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아빠 임직한 어른의 손을 이끌고 눈치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왔다. 얼핏 보아 이들의 행색은 한눈에 거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들어서자 식당 안은 완전히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담에 와요"

하지만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못 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었다. 식당주인은 그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 아이가 주인을 보며 말했다.

"저어 .아저씨! 우리 순댓국 두 그릇 주세요."

"응 알았다.근데 이리 좀 와볼래!"

계산대에 앉아있던 주인은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 없구나……. 거긴 예약손님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그러잖아도 주눅이 들어있던 아이는 주인의 말에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저씨 우리 빨리 먹고 나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주먹에 동전을 꺼내 주인에게 보여 주었다. 아이의 말에 뭉클해진 주인은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며 잠시 후 순댓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께"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 국밥 속에 들어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대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나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 줄께……. “

수저를 들고 있던 아빠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히 고여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하게 고였고, 그들에게 대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비록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사랑하는 마음을 보면 찡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저 평범하지 않은 사랑, 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화려하고 그럴듯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진솔한 우리의 이웃들, 아니 소외당한 이웃들이 펼쳐가는 소박하고 진솔한 사랑을 보면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낭비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조건을 맞추려는 순간, 그 사랑은 이미 끝난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일 뿐이다.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 내 모든 마음을 그를 위해 바쳐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그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한 상황이 바뀌어도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은 진실을 보태는 그 사랑으로 위선적인 사랑 앞에 부끄러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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