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47회 - " 사모바위의 사랑 "

영광도서 0 573
때로는 사랑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도 한다.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나면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놓고 거기에 몰두한다. 그야말로 환장하는 것이다. 때로는 푹 빠져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색달라 보이고 특별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때로는 너무 깊이 빠지다 보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처럼 자신과 주변 모두를 망치게도 하는 것이다.

사랑에도 때로는 브레이크가 필요하고, 잠시 멈춤이나 휴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산의 푸르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산마루로 오르는 길에서 벗어나 산을 바라보아야 하고, 온전한 사랑을 잘 간직하려면 사랑에도 휴가가 필요하다.” 고 했던가.

6호선 독바위역에서 내려 산을 오르려면 처음 만나는 봉이 족두리 봉이다. 이 족두리 봉을 지나 향로봉, 비봉을 지나서 문수봉을 행하다 보면 마치 결혼식 때 전통 혼례 때 신랑이 쓰는 사모관대 모양의 바위가 우뚝 서 있다. 그래서 사모바위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장군바위라고도 하는 이 바위는 네모난 바위가 얹혀져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또한 이 바위는 김신조 바위라고도 하는데, 1968년 북한무장공비들이 청와대 폭파를 시도할 때 생포된 김신조 등의 1차 목표지점이 사모바위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위에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저해오기도 한다. 조선 인조 때 사랑하는 연인들이 있었다. 마침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남자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전쟁터로 나갔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다행히도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사랑하는 여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녀는 청나라 군사들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는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해가 바뀌고 청나라 군사는 물러갔지만 그녀는 소식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그는 당시에 환향녀還鄕女, 즉 포로에서는 풀려났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여인들이 모여 살고 있던 삼각산 자락을 떠돌며 그녀를 애타게 찾았다. 그 곳이 모래내와 홍은동 일대였는데, 끝내 그녀를 찾지 못했다. 그는 그때부터 삼각산에 올라가 사랑하는 여인이 끌려간 북쪽을 바라보다가 커다란 바위가 되고 말았으니, 그 바위가 사모바위란다. 사랑하는 애절한 마음이 담겨 변한 바위라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사랑의 지독한 열병을 한번쯤은 앓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에 내 모든 것을 걸어야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유한한 인간에게 영원한 것은 없다. 따라서 사랑이란 지독한 열병도 한 때 한 철로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것이다.

거기에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그 사랑에 올인하지 못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 반면 그 사랑에 올인하고 나서 나중에 뼈저린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사랑이란 이런들 저런들 후회는 남게 마련인 것이다. 그저 사랑이란 그런 것이려니 한 때의 열병으로 넘길 줄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독한 사랑은 인생의 한 시절에 불과한 것이니 다시 찾아오는 사랑을 위해 마음을 비울 줄도 알 일이다.


*사랑은 미풍일 때도 있지만 폭풍일 때도 있다. 사랑으로 이는 바람은 예보가 불가능하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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