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48회 - " 우연한 사랑 "

영광도서 0 423
진실한 사랑은 그다지 요란하지도 않으며,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다.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가슴속에 흐르는 사랑이다. 소리는 나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으면서 돌들이 쌓인 밑으로 흐르는 냇물이 더 맑고 오염이 되지 않듯이 진실한 사랑은 두 사람의 가슴 속에 흐르는 울림 없는 두 사람만의 소리이다.

진실한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느낌만으로도 서로를 알 수 있고, 서로를 배려하고, 조용히 서로를 향한 움직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왕이 있었다. 왕에게는 금발의 공주와 검은 머리의 공주 두 명이 있었다. 이중 금발의 공주는 양치기 청년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양치기 청년은 늘 단풍나무 피리를 불곤 했는데, 그 피리 소리는 때로는 구슬프게 들리기도 했고, 청아하게 들리기도 했다. 공주는 그런 그가 매력으로 다가왔고, 양치기도 공주를 무척 사랑했다.

아들이 없던 왕은 어느 날 왕위를 물려줄 공주를 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왕은 금발의 공주와 두 명의 검은머리의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줄 방식을 제시했다. 딸기를 바구니 가득 따온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금발의 공주는 재빨리 딸기를 바구니 한가득 채울 수 있었다. 반면 다른 두 명의 공주는 절반도 채우지 못했던 것. 두 명의 공주는 금발의 공주를 질투하여 그 공주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무도 몰래, 단풍나무 밑에다 묻어버렸다.

한편 양치기는 사랑하는 공주가 나타나지 않자 그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고 단풍나무 아래에 와서 피리를 불곤 했다. 어느 날, 양치기는 그곳에서 어린 나무가 자라난 것을 발견하고늠 문득 새로 피리를 만들고 싶어서 그 나무를 잘라서 피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여느 때처럼 피리를 불었는데, 놀랍게도 그 피리의 음색이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옛날에는 왕의 딸이었지요. 그리고 단풍나무가 되었어요. 지금은 당신 덕분에 피리가 되었고요.”

양치기는 너무나 놀라서 왕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전하고는 왕 앞에서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여지없는 금발의 딸의 목소리였다. 왕은 대노하여 검은 머리의 공주 두 명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양치기의 피리를 불도록 시켰다. 그러자 피리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너는 살인자! 나는 왕의 딸, 지금은 피리.” 왕은 이 두 명의 공주를 죽이지는 않고 멀리 추방해 버렸다.

단풍나무 아래서는 지금도 양치기가 잃어버린 사랑을 노래하고 있단다. 그래서 단풍은 금발의 공주를 닮아 노랗기도 하고, 홍조를 띄어 붉게 물드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 인연은 그저 한번 지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굽이 어디선가 다시 마주치게 되어있는 것이다. 우연이라는 것이 반복되다 보면 인연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또한 때로는 방해를 받아 끊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오해로 인해, 때로는 실수로 인해 끊어지는 만남도 있다. 오해이든, 실수이든, 방해이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 인연이다. 그러니 인연이 아닌 사랑에 너무 애를 태우지도 말일이다.


*사랑은 모든 우연을 포함한 인연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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