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52회 - " 원숙한 사랑 "

영광도서 0 592
무엇을 좋아한다고 다 사랑이 아니며,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다 사랑은 아니다. 사랑의 대상도 따로 있는 것이지 아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국경을 허무는 것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아름다운 단어이다. 단지 그 사랑이란 고귀한 단어를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나 사용하기 때문에 사랑이 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 사랑이란 원액은 언제나 청결하고,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다.

아주 빨간 열매로 삐죽히 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탐스러운 과일이 있다. 그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 아름다운 빛깔의 과일, 석류에는 원숙미라는 꽃말이 담겨 있다. 그렇게 고운 빛깔을 갖기까지에는 아주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아주 먼 옛날 그리스에 시디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점점 아름다워 졌고, 마음씨도 비단결처럼 고왔으며, 아주 예의가 발라서 주변에서 칭송이 자자했다. 하지만 시디의 어머니는 너무 약해서 종종 병치레를 하곤 했다. 그럴 때면 시디는 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며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었다.

늘 조신하고 아름다운 시디라는 아가씨, 그런데 불행하게도 시디의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더니 그토록 오랫동안 고생하며 간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자 아버지는 그때부터 시디에게 접근을 하곤 했다. 그녀가 아무리 아름답기로서니 아버지로선 못할 짓이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그녀를 강제로 범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시디는 아버지를 피해 다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곤혹스러웠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너무도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이었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결국 어머니의 무덤 앞에 엎드려 울기만 하다가 그 앞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신들은 그녀를 가엾이 여겨 그녀의 영혼을 석류나무에 깃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 잔혹한 아버지는 하늘을 나는 새로 변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어떤 새도 석류나무에는 새가 머물지 않게 되었다.

사랑에도 구별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사랑과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랑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사랑은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어야 아름답다.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랑은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사랑하는 초보적인 사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원숙한 사랑으로 그 사랑을 지켜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사랑이 우리가 해야 할 사랑이다. 사람은 사랑을 추하게도 할 수 있고, 사람은 사랑을 아름답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은 아르다워야 하고, 아름답게 지켜져야 한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해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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