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54회 - " 물보다 진한 사랑 "

영광도서 0 512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인간관계와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혈연으로 이어진 인간관계는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미우나 고우나 평생토록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관계이다. 반면 우정이나 애정으로 맺어지는 관계는 우리의 선택여하에 따라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고, 지속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어쩌다 혈연관계에 금이 가게 되면 난감한 처지에 처한다. 이런 관계에서 어긋나게 되면 원수지간보다도 더 갑갑하고, 추한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 혈연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서로간의 배려와 이해가 다른 관계보다도 더 요구된다. 그만큼 운명적으로 묶인 관계, 애정이 개입된 관계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기대가 더 크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일로도 원수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카스톨과 폴릭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이들은 제우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사이에서 태어났다고도 하고,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형제는 아주 총명했으며 갖가지 무술에 능했다. 특히 형 카스톨은 검술에 능했고, 동생 폴릭스는 말을 아주 잘 탔다. 쌍둥이였지만 형은 보통 인간이었고, 동생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신이었다. 그런 걸 보면 레다는 제우스의 아들과 틴다레오스의 아들을 동시에 임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 형제는 누구보다도 우애가 좋았다.

어느 날 카스톨은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녀에게는 이미 정혼한 청년이 있었다. 처녀의 약혼자는 카스톨이 자기 애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화가 나서 그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결국 결투에서 카스톨은 연적에게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

형의 죽음을 알게 된 폴릭스는 그 길로 달려가 형의 원수를 죽이고 돌아왔다. 동생은 불사신이었기 때문에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하지만 형과 우애가 좋았던 폴릭스는 너무 슬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슬픔을 견디다 못한 동생은 제우스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우스여. 왜 나를 불사신의 몸으로 태어나게 했나요. 저에게 그런 운명을 주신 아버지, 아니 제우스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제발 저도 형을 따라서 죽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형제의 우애에 감동한 제우스는 이 형제를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형을 향한 네 마음이 그렇게 간절하니, 너희들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해 주마. 하지만 네 형은 이미 지하에 들었으니, 나로서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하루의 반은 지하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주마."

그렇게 하여 제우스는 형제의 영혼을 하늘에 올려 나란히 두 개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형제는 그날부터 낮에는 지하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하늘에서 아름다운 빛을 내며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쌍둥이 별자리라고 한다.

물질이 개입되면 형제간에도 그 물질을 더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시샘하고 싸우기도 한다. 아무리 형제간이라도 그 사이에 여자가 개입되면 그로 인해 서로가 등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형제간에는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우애가 있어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공동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관계를 잘 유지해야만 평생 마음의 짐이 없이 살아갈 수가 있다. 마음에 미움이 있으면 늘 마음에 짐이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선택이 가능한 관계는 오랫동안 보지 않음으로서 잊히기도 하고, 지우며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혈연관계는 얽히고설킨 관계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으로든 평생 지나가고 스치며 맞닥뜨리며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이런 관계일수록 잘 유지되도록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그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가까운 사랑일수록 실망도 크고, 깊은 사랑일수록 상처도 깊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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