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58회 - " 가냘픈 사랑 "

영광도서 0 617
높고 푸르게 열린 하늘을 보면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닌다. 여름에도 고추잠자리들은 하늘을 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더 높이 날아다닌다. 평화롭게 하늘로 나는 고추잠자리 들 아래 한들거리며 길가를 곱게 꾸며주는 코스모스의 가냘픈 몸짓이 때로는 섧게 느껴진다면 아직 마음에는 사랑이 남아있음이다. 사랑은 누군가에 대한 염려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그것이 연민의 정으로 남기도 하지만 사랑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측은한 감정 또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랑은 감정이 여릴수록, 정에 약할수록 빠져들기 쉬운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의 아픔 앞에서, 다른 이의 어려움 앞에서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그 가냘픈 마음을 소유한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기도 하는 아름다운 병일 수도 있다.

잘난 이도 못난이도 사랑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판이라는 신은 상반신은 사람이었지만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한 신이어서 보기에 흉측스러웠다. 하지만 판이라는 신도 사랑의 감정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들판을 거닐다가 아름다운 아가씨를 발견했다. 그 아가씨는 슐링크스라는 아가씨였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성다움을 지닌 가냘픈 처녀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판은 한 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다.

그다음부터 판은 아가씨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기도 했고, 워낙 내성적이기도 했던 아가씨는 판을 피해 이리저리 달아났다. 그녀는 판에게 안기는 것도 두려웠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두려웠다. 그렇게 두려운 마음에 판에게서 달아만 나다 지친 그녀는 결국 가냘프게 생겼던 그대로 갈대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자 판은 너무나 애석해 하며 "이렇게 까지 따라다니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술링크스는 이제 다시는 사랑스러운 처녀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녀는 갈대가 되어 생전의 모습처럼 가냘픈 몸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그녀를 사랑했던 판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그 피리소리는 그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어서 더 없이 구슬프면서 애절하여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도 갈대는 술링크스를 닮아 가냘프게 가을바람에 흔들거리고, 갈대밭에 서있으면 판의 피리소리가 애련하게 들려올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가 염려스러워진다. 만지면 부서질 것도 같고, 걷다가 넘어질 것도 같고, 갑자기 아파서 내 앞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다. 사랑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상대를 염려하며 아껴주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든 배려해 준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이상의 감정을 가져선 안 되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사랑은 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거기까지만 가능하다. 그리고 더는 변하지 않고 그 아낌의 감정으로 지속되면 좋은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기도 하고 이별을 하기도 한다. 그 이별이 예견되는 사랑일 때 그 사랑이 더 애절하고, 조심스럽고, 깨질 듯이 ! 애련하다."<어린왕자의 인생수업>중에서


*사랑은 동정과 연민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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