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66회 - " 행복한 5분의 독서<인간의대지>-처음이라는 말의 아름다운 유혹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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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1:57
-인간의 대지- 처음이란 말의 아름다운 유혹
어느 날 저녁, 드디어 나도 소장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소장은 그저 이 말뿐이었다.
"내일 출발하도록."
나는 그가 나에게 돌아가라고 명령하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소장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규정들은 잘 알고 있소?"
그 당시의 항공기 엔진은 오늘날의 엔진들처럼 그런 안전성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엔진들은 종종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그릇들이 깨지는 듯한 요란한 소음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곤 했다. 그러면 대피소도 거의 없는 스페인의 바위산을 향해 어쩔 수 없이 돌진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늘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는 엔진이 부서지면, 제기랄! 비행기도 이내 깨져버린단 말이야.”
비행을 할 때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바위 곁에 가까이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종사들이 산간지대에서 구름바다 위를 비행하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받는다. 만약 구름바다 위에서 엔진이 고장 나게 되면 구름 사이에 숨겨져 있는 산꼭대기와 부딪힐 게 자명하다. 소장은 그날 저녁 느릿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규정들을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구름바다 위를 나침반만 가지고 비행한다는 것은 무척 유쾌하고도 우아한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한층 더 느릿느릿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억해 두시오. 구름바다 밑은, 영원한 침묵의 세계로 가는 길임을 잊지 마시오.”
그러자 갑자기 잔잔하고, 단조롭고, 고요한 구름 속 미지의 세계가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내 발밑으로 펼쳐질 거대한 하얀 함정을 상상해 보았다. 그 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북적대거나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모습과 도시의 활발한 교통체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고요와 평화가 깃들어 있을 것 같았다. 그 하얀 함정은 나에게 있어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알고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문화와 어떠한 문명, 그리고 어떠한 직업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풍경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산골 사람들 또한 구름바다를 알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이 전설적인 장막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사무실을 나서자 나는 어린아이처럼 자부심을 느꼈다. 이 밤이 지나 새벽이 되면, 이제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 승객들과 우편물을 내가 책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와 같은 크기의 초조함도 느껴졌다. 나 스스로 조종사로서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처음, 그 말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준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하며 설렘에 잠 못 이루었던가. 더구나 그토록 꿈꾸었던 하늘을 나는 전야,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이다. 처음이란 말, 처음 만남, 첫 사랑, 첫 키스의 순간처럼 짜릿한 순간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은 평생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이며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너무 들뜨지도 말 일이다. 그 들뜸의 순간들이 자칫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르치게 만드는 것이다. 100명 중에 1명이 조증이라는 데, 조증이란 기분이 갑자기 좋아져서 말이 많아지고 괜히 들떠서 공허한 이상을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조증은 아니라도 들뜨는 경우는 있으니, 무언가의 처음 접하는 순간이다.
비행이라는 것, 구름과의 싸움이 있는 것이 비행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구름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고, 낭만의 상징이지만 비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칫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와도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하얀 모습을 하고 유혹하는 구름바다, 이정표도 교통 표지판도 없지만 길이 있는 하늘, 환경에 따라 대상도 달라지고, 받아들이는 의미도 다르다. 내게는 낭만적인 구름이 비행사에게는 위험천만한 고요한 유혹이 될 수도 있으니까.
*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은 평생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이며 의미가 된다.* -최복현-
어느 날 저녁, 드디어 나도 소장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소장은 그저 이 말뿐이었다.
"내일 출발하도록."
나는 그가 나에게 돌아가라고 명령하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소장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규정들은 잘 알고 있소?"
그 당시의 항공기 엔진은 오늘날의 엔진들처럼 그런 안전성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엔진들은 종종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그릇들이 깨지는 듯한 요란한 소음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곤 했다. 그러면 대피소도 거의 없는 스페인의 바위산을 향해 어쩔 수 없이 돌진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늘 이런 말을 했다.
"여기서는 엔진이 부서지면, 제기랄! 비행기도 이내 깨져버린단 말이야.”
비행을 할 때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바위 곁에 가까이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종사들이 산간지대에서 구름바다 위를 비행하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받는다. 만약 구름바다 위에서 엔진이 고장 나게 되면 구름 사이에 숨겨져 있는 산꼭대기와 부딪힐 게 자명하다. 소장은 그날 저녁 느릿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규정들을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구름바다 위를 나침반만 가지고 비행한다는 것은 무척 유쾌하고도 우아한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한층 더 느릿느릿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억해 두시오. 구름바다 밑은, 영원한 침묵의 세계로 가는 길임을 잊지 마시오.”
그러자 갑자기 잔잔하고, 단조롭고, 고요한 구름 속 미지의 세계가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내 발밑으로 펼쳐질 거대한 하얀 함정을 상상해 보았다. 그 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북적대거나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모습과 도시의 활발한 교통체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고요와 평화가 깃들어 있을 것 같았다. 그 하얀 함정은 나에게 있어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알고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문화와 어떠한 문명, 그리고 어떠한 직업을 통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풍경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산골 사람들 또한 구름바다를 알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이 전설적인 장막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사무실을 나서자 나는 어린아이처럼 자부심을 느꼈다. 이 밤이 지나 새벽이 되면, 이제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 승객들과 우편물을 내가 책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와 같은 크기의 초조함도 느껴졌다. 나 스스로 조종사로서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처음, 그 말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준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하며 설렘에 잠 못 이루었던가. 더구나 그토록 꿈꾸었던 하늘을 나는 전야,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이다. 처음이란 말, 처음 만남, 첫 사랑, 첫 키스의 순간처럼 짜릿한 순간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은 평생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이며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너무 들뜨지도 말 일이다. 그 들뜸의 순간들이 자칫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르치게 만드는 것이다. 100명 중에 1명이 조증이라는 데, 조증이란 기분이 갑자기 좋아져서 말이 많아지고 괜히 들떠서 공허한 이상을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조증은 아니라도 들뜨는 경우는 있으니, 무언가의 처음 접하는 순간이다.
비행이라는 것, 구름과의 싸움이 있는 것이 비행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구름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고, 낭만의 상징이지만 비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칫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생명을 위협하는 바다와도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하얀 모습을 하고 유혹하는 구름바다, 이정표도 교통 표지판도 없지만 길이 있는 하늘, 환경에 따라 대상도 달라지고, 받아들이는 의미도 다르다. 내게는 낭만적인 구름이 비행사에게는 위험천만한 고요한 유혹이 될 수도 있으니까.
*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말은 평생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이며 의미가 된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