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67회 - " 행복한 5분의 독서<인간의대지>-경험의 지도를 그려라 "
영광도서
0
545
2016.11.30 21:57
인간의 대지 - 경험의 지도를 그려라
스페인에는 비상 대피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행기에 치명적인 고장이 생기면 어느 곳에서 비상 착륙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내게 필요한 정보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부심과 소심함이 뒤섞인 기분을 달래고자 나는 이 출동 전야를 나의 동료 기요메의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기요메는 나보다 먼저 이 과정들을 수행했는데, 때문에 스페인을 무사히 비행하는 주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기요메에게 이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그의 숙소에 들어가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소식 들었어. 어때 만족하나?”
그는 술병과 잔들을 가지러 주방의 찬장으로 갔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오면서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일단 이걸 마시자고. 자네라면 잘 될 거야.”
그는 마치 빛을 멀리 퍼뜨리는 램프처럼 내게 자신감을 전해 주었는데, 그는 나중에 우편기로 안데스 산맥과 남대서양 횡단 비행 기록을 세웠다. 그날 저녁, 셔츠바람으로 등불 밑에서 팔짱을 낀 채 너그러운 미소를 띠며 기요메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 그냥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내 지도를 펼쳐놓고는 나의 항로를 다시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전등 밑으로 머리를 기울인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보니 학창 시절의 평온함이 다시금 찾아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요메가 가르쳐준 것들은 참으로 이상했다. 그는 내게 스페인에 대해 가르쳐주지는 않고 대신 스페인을 나의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스페인의 호수나 산맥에 대한 설명이나 인구분포도에 관해서도, 어떤 가축들이 자라고 있는지 또한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항구도시 가디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가디스 근처에 위치한 들판의 가장자리에 심겨져 있는 오렌지나무 세 그루에 대해서만 말해 주었다.
“그 나무들을 조심해. 네 지도에도 그것을 꼭 표시해 두고.”
그 후부터 내 지도에 이 오렌지나무 세 그루가 시에라네바다 산맥보다도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는 내게 스페인 남부의 로르카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로르카 근처에 있는 어떤 평범한 농가 이야기만 해주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농가 말이다. 그리고는 그 농가의 바깥주인과 아내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1,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이 부부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성을 띠게 된 것이다. 산비탈에 잘 자리잡은 그들 부부의 농가는 바다의 등대지기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밑에서 사람들을 구조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보야야 해.‘라는 어린왕자에게 심안법을 가르쳐 준 여우의 말, 그 말의 시작은 아마도 생텍쥐페리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첫 비행을 하기 전야. 그의 선배 조종사 기요메는 그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준다. 비행사에게 지리는 아주 중요하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지리학자처럼 기록하는 지도와 기요메가 가르쳐주는 지리는 다르다.
기요메의 지도는 경험지도인 것이다. 실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한 이들에게 배우는 경험일 것이다.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이, 요컨대 지도로 볼 수 없는 것이 정작 더 중요하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중간에 기착해야 할 어느 들판에 내릴 때 지도는 위치만 알려줄 뿐 그곳의 소상한 상황은 알려주지 않는다. 들판만 생각하고 착륙하려다 오렌지 나무 세 그루를 미처 모르면 나무에 부딪칠 수도 있다. 고명한 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요메의 경험지도가 후배 조종사인 생텍쥐페리에겐 더 중요하다.
*경험만큼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으며, 시행착오처럼 우리를 단련시키는 것도 없다. -최복현-
스페인에는 비상 대피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행기에 치명적인 고장이 생기면 어느 곳에서 비상 착륙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내게 필요한 정보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자부심과 소심함이 뒤섞인 기분을 달래고자 나는 이 출동 전야를 나의 동료 기요메의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기요메는 나보다 먼저 이 과정들을 수행했는데, 때문에 스페인을 무사히 비행하는 주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기요메에게 이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배워야만 할 것 같았다.
그의 숙소에 들어가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소식 들었어. 어때 만족하나?”
그는 술병과 잔들을 가지러 주방의 찬장으로 갔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오면서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일단 이걸 마시자고. 자네라면 잘 될 거야.”
그는 마치 빛을 멀리 퍼뜨리는 램프처럼 내게 자신감을 전해 주었는데, 그는 나중에 우편기로 안데스 산맥과 남대서양 횡단 비행 기록을 세웠다. 그날 저녁, 셔츠바람으로 등불 밑에서 팔짱을 낀 채 너그러운 미소를 띠며 기요메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 그냥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렇지만 나는 내 지도를 펼쳐놓고는 나의 항로를 다시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전등 밑으로 머리를 기울인 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보니 학창 시절의 평온함이 다시금 찾아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요메가 가르쳐준 것들은 참으로 이상했다. 그는 내게 스페인에 대해 가르쳐주지는 않고 대신 스페인을 나의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스페인의 호수나 산맥에 대한 설명이나 인구분포도에 관해서도, 어떤 가축들이 자라고 있는지 또한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항구도시 가디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가디스 근처에 위치한 들판의 가장자리에 심겨져 있는 오렌지나무 세 그루에 대해서만 말해 주었다.
“그 나무들을 조심해. 네 지도에도 그것을 꼭 표시해 두고.”
그 후부터 내 지도에 이 오렌지나무 세 그루가 시에라네바다 산맥보다도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는 내게 스페인 남부의 로르카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로르카 근처에 있는 어떤 평범한 농가 이야기만 해주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농가 말이다. 그리고는 그 농가의 바깥주인과 아내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1,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이 부부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성을 띠게 된 것이다. 산비탈에 잘 자리잡은 그들 부부의 농가는 바다의 등대지기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밑에서 사람들을 구조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보야야 해.‘라는 어린왕자에게 심안법을 가르쳐 준 여우의 말, 그 말의 시작은 아마도 생텍쥐페리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첫 비행을 하기 전야. 그의 선배 조종사 기요메는 그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준다. 비행사에게 지리는 아주 중요하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지리학자처럼 기록하는 지도와 기요메가 가르쳐주는 지리는 다르다.
기요메의 지도는 경험지도인 것이다. 실상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한 이들에게 배우는 경험일 것이다.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이, 요컨대 지도로 볼 수 없는 것이 정작 더 중요하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중간에 기착해야 할 어느 들판에 내릴 때 지도는 위치만 알려줄 뿐 그곳의 소상한 상황은 알려주지 않는다. 들판만 생각하고 착륙하려다 오렌지 나무 세 그루를 미처 모르면 나무에 부딪칠 수도 있다. 고명한 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요메의 경험지도가 후배 조종사인 생텍쥐페리에겐 더 중요하다.
*경험만큼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으며, 시행착오처럼 우리를 단련시키는 것도 없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