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18회 - " 어린왕자 : 인간이 여타 동물보다 위대한 점 "

영광도서 0 1,383
생텍쥐페리는 사막에서 사흘째 되는 날, 오렌지 반 쪽과 과자 반 개만 먹었습니다. 이젠 먹을 것도 없습니다. 마실 물이라곤 한 방울도 없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서 전혀 배고픔마저 느끼지 못합니다. 갈증도 느끼지 못합니다. 입이 마르자 말도 나오지 않고 입에서 갈그렁거리는 소리만 납니다. 입에 침이 있어야 말이 나오는데 입에 침도 말랐습니다. 물만 있으면 이 지독한 병을 고칠 수 있을 텐데, 지금 물 한 방울 없습니다. 갈증은 점점 병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욕망을 줄어들게 만듭니다.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하지만 다시 떠나야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500미터를 걷고 나서 다시 주저앉습니다. 하지만 다시 안간힘을 다해 걷습니다. 이제 살아난다는 희망마저 희미해지는 중에 다시 걷습니다. 이제는 200미터도 못 가서 주저앉습니다. 삼 일에 걸쳐 이미 200키로미터는 족히 걸었습니다.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그것도 사막에서 그만큼 걸었습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이제 희망이 없습니다. 절망도 없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는 희망도 절망도 무의미합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걷습니다.



사막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말려버렸습니다. 그의 침을, 그의 희망을, 그의 절망을, 그의 생각을, 눈물의 샘마저 말려버렸습니다. 그러다 희미한 가운데 희망이 샘솟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절망이 찾아듭니다. 그렇게 일시적인 본능으로 오락가락하다 보면 사람이 사람이 아닙니다.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닭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사막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베두인들이 보입니다. 아!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환각, 신기루였습니다.



베두인, 사막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 이제 그들에게 희망이란 그들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런데 정말 그들이 등장합니다. 생텍쥐페리와 기관사 프레보가 그들을 향해 팔을 벌립니다. 이번엔 맞겠지, 아니야 신기루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이번 신기루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실제입니다. 분명 장사꾼입니다. 베두인들, 그리고 낙타들, 분명 신기루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소리를 지릅니다. 짐승처럼 죽어라고 울부짖지만 아주 모기만한 소리일뿐입니다. 입이 말라 말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더는 걸을 힘도 없습니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그 속도로 그들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소리 대신 팔을 흔들어 댑니다. 이제 희망이란 저들이 그들을 향해 뒤를 돌아보는 일밖엔 없습니다. 신이 저들을 돌아보게 할 수는 없을까요? 저들이 지나고 나면 다른 이가 올지, 온다한들 그들이 지쳐서 죽은 후가 될 수도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들은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기적이란 있을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그것은 절망 속에서도 뭔가 살기 위한 몸부림을 하는 것,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말라 비틀어진 상황에서도, 다 꺼진 불씨 앞에서도 그 불씨가 살아나든 살아나지 않든 상관 없이 거기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는 일,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위대한 점은 그 점입니다. 그 상황을 절망이나 희망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끝까지 시도해 보는 존재, 그 존재가 다른 동물보다 나은 인간의 장점입니다. 그것이 때로 기적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을 가져다 줍니다. 이 아침, 당신의 기적,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절망이란 병을 앓는 사람, 불씨를 살리그를 멈춘 사람, 그 사람이 제일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아침이었으면 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