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21회 - " 어린왕자 : 편견을 버리면 잘 보이는 진실 "

영광도서 0 1,711
"아하! 그랬구나."

책을 읽습니다. 읽는 중에 깨달음이 옵니다. 속으로 그렇게 말합니다. 뭔가의 발견, 그 작품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특히 작가가 깔아 놓은 복선을 알아차릴 때면 무척 즐겁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복선인 줄 모르고 지나갑니다. 그러다 나중에 뒤쪽에서 그것이 복선이었음을 알았을 때 '아하, 그랬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복선을 찾는 연습을 하면 나중엔 뒤에 까지 읽지 않아도 저것이 복선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책 읽기도 제대로 읽는 연습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제대로 쓴 소설은 복선이 잘 깔려 있습니다. 아무나 눈치 챌 수는 없지만 복선은 있습니다. 복선은 소설에 보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왕자>는 1장을 열면서 보아뱀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이어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보아뱀의 겉으로 코끼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보아뱀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모자와 흡사합니다. 그 그림을 어른들에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른들은 당연히 '모자'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나'는 그 대답이 참 이상합니다. 분명 '나'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그림을 그렸는데 말입니다.



왜 어른들은 그걸 모자라고 대답할까요? 만일 어른들이 모자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모자라는 단어조차 모른다면, 어른들은 모자라고 대답했을까요? 어른들이 그 그림을 모자라고 대답한 것은 어른들은 그와 유사한 모자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모자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전 지식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기존의 지식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진 그 지식의 편견 때문에 어른들은 그 모습을 모자라고 대답한 겁니다. 이처럼 지식이란 편리하긴 하지만 때로는 그 이상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보다 많이, 보다 넓게 보려면 기존의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정보, 이미 자리 잡은 정보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힘이 있으며, 보다 편리하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힘, 보다 쉽게 무슨 일이든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런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 사전 정보란 더 이상의 발전적인, 생산적인, 창의적인, 상상적인 정보를 새롭게 입력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것을 얻으려면, 보다 넓게 보려면 기존의 정보를, 지식을 내려놓고 그 무엇을 보아야 합니다.



보다 책을 생산적으로 읽으려면 기존의 정보나 지식을 없다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 선입견이 우리의 폭넓은 생각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가 가진 정보나 지식이 그 사람을 이미 평가해 놓고 규정해 놓고 보게 만듭니다. 혹 우리는 누군가를 볼 때 이미 가진 편견으로 그 사람을 규정해 놓고 보고 있지는 않나요? 다른 사람이 규정해 놓은 것처럼 그 사람이 나쁘거나 좋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를 보든 순수한 자신만의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은 사람이 새롭고, 세상이 새롭고, 사물이 새로워지는 그런 시간들이었으면 합니다. 편견 뒤에 감춰진 진실을 발견하는 아침이었으면 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