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24회 - " 어린왕자 : 상대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사랑 "

영광도서 0 1,834
"잘됐어. 아저씨가 그려준 상자는 밤이면 양의 집으로 쓸 수도 있겠어요."

"물론이지. 그리고 너만 좋다면 낮에 양을 매어둘 수 있는 끈도 줄게. 말뚝도 주고."

그 제안은 어린왕자의 마음에 충격을 준 것 같았어요.

"묶어둔다고요. 참 이상한 생각이군요!"

그렇지만 양을 묶어두지 않으면 아무 데나 돌아다나다가 길을 잃을 텐데........."

-어린왕자/최복현 역/책이있는마을- 중에서



에릭 프롬은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단 사랑을 시작하면 그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 해요. 사랑하니까, 소중하니까, 당연히 독차지하고 싶지요.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서서히 구속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상대는 처음엔 사랑하니까 자기를 끔찍히도 생각해주는 걸로, 보호해주고 싶어하는 걸로, 배려해주는 걸로 생각해요. 그러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걸 구속으로 느껴요.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방식도 그대로고요. 그럼에도 왜 그게 갑자기 구속으로 느껴질까요? 전과 달리 서로가 사랑하는 방식이 힘들고, 지나친 간섭으로 느껴져요. 혹 자신을 상대가 멀리 하나 의아해 하면서 갈등을 시작할 수 있어요. 상황은 변하지 않아도, 방식은 변하지 않아도, 생각이 바뀌면,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은 이미 변한 거에요. 그러니 사랑은 때로는 아주 조심스럽고 힘든 거에요. 그렇긴 해도 무엇보다도 사랑이란 구속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거여요.



어린왕자는 비행사가 끈도 주고 밧줄을 매어둘 말뚝을 준다니까 의아해 한 거에요. 왜냐고요. 어린왕자는 사랑이란 매어둘 정도로, 이를테면 구속할 정도로 상대를 못 미더워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거에요. 상대가 불편하도록 구속하고, 행동을 제한하는 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믿음이 안 간다면 그런 사랑은 아예 시작부터 말아야 해요. 사랑하니까 관심을 갖는 거고, 그래서 보호하는 거라고요? 그건 자기 생각일 뿐,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구속인 거에요.



아무 데나 돌아다닐까봐,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까봐 조바심난다고요. 그런 걸 걱정할 거면, 사랑하지 말아야 해요. 정말 서로 사랑한다면 이미 둘 사이의 세계는 아주 좁혀져 있어요. 그러니까 멀리 갈 일도 없어요. 이미 둘은 좁은 세상에 스스로 들어올 각오를 하고 좁혀져 있어요. 마치 어린왕자의 별이 좁은 것처럼, 사랑이란 그런 거에요. 나라는 별, 내가 사는 별과 상대가 사는 별이 거리를 좁혀서 서로 붙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따라서 서로의 공간이 상대의 공간 어느 지점까지로 넓혀졌지만, 전체적인 공간으로 따지면 아주 좁아진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사랑을 하면 서로 멀리 가지 않아요. 때문에 사랑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요. 사랑하면 멀리 가라고 해도 멀리 가지 않을 거고, 굳이 구속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까이 있기를 즐길 테니까 걱정 없어요. 사랑은 고민하고 걱정하고 초조해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저 상대를 마음으로 인정하면서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든든한 믿음으로 빙그레 상대를 향히여 미소를 지어야 하는 거라니까요.



아름답게, 새롭게, 기분 좋게 찾아온 아침입니다. 이 아침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를 구속한 건 아닐까, 못 미더워하며 걱정하고 염려한 건 아닌지, 그래서 그를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고요. 사랑은 믿음이 가고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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