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제76회 - " 인간의 대지 - 애정 어린 조언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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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21:58
우리는 아주 뜻밖의 우연으로 구조되었다. 시스네로스를 언젠가 만나리라는 희망을 포기한 채, 해안선과 수직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기수를 같은 방향으로 고정시켜 놓기로 결정할 그 시간이 왔던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 동안이라도 더 비행할 수 있어 바다 속에 잠기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짙은 안개 속에 보이지 않는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지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설사 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이런 안개 속에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행운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의 상황이 너무나 분명해 보였기에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순간, 한 시간만 빨랐더라면 우리를 구원해 주었을지도 모를 메시지를 네리가 나에게 건네주었다.
'시스네로스가 우리의 위치를 측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스네로스가 파악하기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216도 정도라고 합니다.
시스네로스가 어둠 속에서 나와 우리 왼편에 명백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긴 하지만 얼마나 먼 거리일까? 네리와 나는 짤막한 대화를 시작했다. 너무 늦었다는 게 나와 그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스네로스를 향해 운행한다면 해안에 도달하기도 전에 연료가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네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료가 한 시간 분량밖에 없으니 기수를 93도로 고정시킵시다.”
그러는 동안 비행장이 차례대로 하나둘씩 깨어났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다카르의 목소리들이 뒤섞여 들려왔다. 각 도시의 무선국들이 비행장들에게 경계태세를 취하도록 알렸던 것이다. 비행장의 책임자들이 동료들을 급히 깨웠다. 그러자 이 동료들이 한 환자의 침대 둘레로 모여들 듯이 우리 주위로 모여들었다. 쓸데없는 온정이지만 어쨌든 온정이었다. 헛된 조언들이지만 얼마나 애정 어린 조언들이란 말인가!
그런데 4천 킬로미터 저쪽에 떨어져 있는 항로의 시발점인 툴루즈의 비행장이 갑자기 나타났다. 툴루즈 측은 곧바로 우리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조종하는 비행기가 F…기(나는 등록 번호를 잊고 있었다)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아직 두 시간 분량의 연료가 남아 있습니다. 그 비행기의 탱크는 표준형이 아닙니다. 기수를 시스네로스 비행장으로 돌리시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비행하는 도중에 연료가 떨어지면 어딘가에 착륙하거나 불시착을 해야만 한다. 생텍쥐페리가 탄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져가지만 위치가 어딘지도 잘 모른다. 현대처럼 도시가 많은 때였더라면 어디에 비상착륙을 하든 구조가 쉬울 테지만 록키산맥 어딘지도 모르고, 사막위에인지도 모르는 곳이라면, 착륙을 한들 돌아가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어디에도 불빛도 없고, 있어봐야 하늘에 반짝이는 별뿐이다. 하지만 그가 간절히 기다리는 별은 지상에서 피어나는 별, 즉 비행장의 별이다.
그 별은 그에게는 꿈의 대상이며, 생명과도 같다. 필사적으로 할 수 있는 한 무전연락을 취한다. 점점 연료는 떨어져 가고 있을 것이다. 1시간 이내에 어떤 비행장이든 가야만 한다.
그런데 어디쯤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환자, 중병에 들린 환자와 같다. 그를 살릴 의사들은 비행장의 책임자이다. 그런데 기적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비행장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의사들이 그를 고치려고 몰려드는 것과 같이.............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탄 비행기는 목적한 비행장에 갈 수 있는 양의 연료가 있었다니..... 그는 제대로의 정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연료를 늘 준비해야한다. 책으로 양식을 삼아 지식의 힘을 갖든지, 운동을 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든지, 내 삶에 필요한 연료를 늘 보충하며 살아야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는 살기 어려운 사막에 놓일 수도 있고, 갈 길을 알 수 없는 캄캄하고도 깊은 산 중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늘 충분한 연료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 우리는 큰 도움은 받지 못하더라도, 관심어린 작은 배려와 애정에 곧잘 감격한다.* -최복현-
앞으로의 상황이 너무나 분명해 보였기에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순간, 한 시간만 빨랐더라면 우리를 구원해 주었을지도 모를 메시지를 네리가 나에게 건네주었다.
'시스네로스가 우리의 위치를 측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스네로스가 파악하기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216도 정도라고 합니다.
시스네로스가 어둠 속에서 나와 우리 왼편에 명백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긴 하지만 얼마나 먼 거리일까? 네리와 나는 짤막한 대화를 시작했다. 너무 늦었다는 게 나와 그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시스네로스를 향해 운행한다면 해안에 도달하기도 전에 연료가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네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연료가 한 시간 분량밖에 없으니 기수를 93도로 고정시킵시다.”
그러는 동안 비행장이 차례대로 하나둘씩 깨어났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다카르의 목소리들이 뒤섞여 들려왔다. 각 도시의 무선국들이 비행장들에게 경계태세를 취하도록 알렸던 것이다. 비행장의 책임자들이 동료들을 급히 깨웠다. 그러자 이 동료들이 한 환자의 침대 둘레로 모여들 듯이 우리 주위로 모여들었다. 쓸데없는 온정이지만 어쨌든 온정이었다. 헛된 조언들이지만 얼마나 애정 어린 조언들이란 말인가!
그런데 4천 킬로미터 저쪽에 떨어져 있는 항로의 시발점인 툴루즈의 비행장이 갑자기 나타났다. 툴루즈 측은 곧바로 우리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는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조종하는 비행기가 F…기(나는 등록 번호를 잊고 있었다)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아직 두 시간 분량의 연료가 남아 있습니다. 그 비행기의 탱크는 표준형이 아닙니다. 기수를 시스네로스 비행장으로 돌리시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비행하는 도중에 연료가 떨어지면 어딘가에 착륙하거나 불시착을 해야만 한다. 생텍쥐페리가 탄 비행기는 연료가 떨어져가지만 위치가 어딘지도 잘 모른다. 현대처럼 도시가 많은 때였더라면 어디에 비상착륙을 하든 구조가 쉬울 테지만 록키산맥 어딘지도 모르고, 사막위에인지도 모르는 곳이라면, 착륙을 한들 돌아가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어디에도 불빛도 없고, 있어봐야 하늘에 반짝이는 별뿐이다. 하지만 그가 간절히 기다리는 별은 지상에서 피어나는 별, 즉 비행장의 별이다.
그 별은 그에게는 꿈의 대상이며, 생명과도 같다. 필사적으로 할 수 있는 한 무전연락을 취한다. 점점 연료는 떨어져 가고 있을 것이다. 1시간 이내에 어떤 비행장이든 가야만 한다.
그런데 어디쯤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환자, 중병에 들린 환자와 같다. 그를 살릴 의사들은 비행장의 책임자이다. 그런데 기적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비행장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의사들이 그를 고치려고 몰려드는 것과 같이.............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탄 비행기는 목적한 비행장에 갈 수 있는 양의 연료가 있었다니..... 그는 제대로의 정보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연료를 늘 준비해야한다. 책으로 양식을 삼아 지식의 힘을 갖든지, 운동을 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든지, 내 삶에 필요한 연료를 늘 보충하며 살아야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는 살기 어려운 사막에 놓일 수도 있고, 갈 길을 알 수 없는 캄캄하고도 깊은 산 중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때를 위해 우리는 늘 충분한 연료를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 우리는 큰 도움은 받지 못하더라도, 관심어린 작은 배려와 애정에 곧잘 감격한다.* -최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