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50회 - " 당신은 분위기 메이커 "

영광도서 0 1,524
그 사람 참 이야기꾼일세!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는 말재주가 아주 좋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때로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이들 말입니다. 그들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줄 압니다. 그저 이야기의 골자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골자에 사연을 담는 겁니다. 애환을 담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그 말들이 죽은 나무 등걸처럼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나비가 나풀거리듯이, 벌레가 꾸불꾸불 꿈틀꿈틀거리듯이, 나뭇잎이 바람에 파르르 떨듯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말을 잘하는 이들을 진정한 이야기꾼, 그렇게 문잘을 쓰는 이들을 멋진 작가라고 하겠지요.

그런 이들에게서 이야기들이 살아나고 문장들이 일어나 춤을 춥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의 사연이 살아나서 생생한 그림을 그려줍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마치 어떤 생생한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풍경처럼, 그야말로 실감나는 일들이 머리 속에서 왱왱 거리고, 충천연색 사진들이 찍혀지고,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애환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의미 없는 것 같던 이야기들도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아무 가치 없는 쓸데없는 이야기 같던 것들도 정말 가치가 있는 것 같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기울입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잘하려면,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것보다는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색깔을 칠하고, 잘 어울리는 옷을 덧입히고, 조금은 과장도 하고, 조금은 축소도 하고, 강약을 주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기왕 이야기를 하려면 듣는 사람이 실감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때로는 감동을 받아 질펀하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웃어제킬 테니까요.

말 잘하는 것, 거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싶어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의 태도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를 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 작은 변화가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이야기를 살아서 꿈들거리게 하고, 잔뜩 졸음을 담았던 이야기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하게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리 저리 움직이게 합니다.

기롤라모가 그러했습니다. 전에는 그의 이갸기는 그저 상투적이었고 번지르르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모를 만나서 모모와 친구가 된 이후로 그의 이야기는 생기를 얻었고 묘한 의미의 차이를 얻었습니다. 모모의 영향을 받은 겁니다. 모모는 그에게 어떤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가 이야기하는 대로 가만히 들었고, 어쩌다 대답하는 정도였습니다. 모모의 듣는 재주란 상대가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듣는 둥 마는 둥하는 게 아니라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 이야기릏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그저 말이 하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할 뿐인 것 같지만 상대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듣는 이의 태도에 따라 그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겁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어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는 보다 신이 나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윤색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들, 그들이 좋은 이야기꾼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훌륭한 제자들이 좋은 질문을 하고 주의를 기울여 들어주는 덕에 훌륭한 선생을 만들듯이 좋은 관객들이 훌륭한 배우를 만들어내고, 좋은 청차들이 훌륭한 화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니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말을 잘하거나 잘 가르치는 사람을 만들어내고, 좋은 독자들이 멋진 작가들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사람은 모두 분위기를 타는 낭만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잘 들어줄 줄 아는 사람, 제대로 읽어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 당신은 아주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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