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77회 - " 인간의 대지 - 직업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

영광도서 0 516
이처럼 어떤 직업이 요구하는 필요성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한다. 조종사에게 진부한 광경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이러한 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조로운 풍경은 승객을 지루하게 하지만 승무원에게는 이미 다른 풍경이다. 저 구름덩어리는 지평선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에게는 이미 장식으로 보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요컨대, 그것은 그의 근력과 관련이 있으며 그에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미 그는 그것을 고려하여 그것을 예측한다. 진정한 언어는 그와 그 구름덩어리를 결합시켜 준다.

다시 저 멀리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그 산봉우리는 그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달이 비치면 그것은 편리한 지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조종사가 맹목적으로 비행을 할 때에는 그 봉우리로 인해 항로를 바로잡기가 어렵고, 그 봉우리의 위치에 대하여 의심을 하면 이내 산봉우리가 폭발물로 변하게 될 것이다. 해류를 따라 멋대로 흘러 다니는 단 한 개의 수중 지뢰가 온 바다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 산봉우리는 조종사의 밤을 위협으로 가득 채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가 세상을 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 또는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산의 봉우리들은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오르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주는 꿈의 대상이지만, 그렇게 성능이 좋지 않아서 그 산봉우리 이상을 높이 오르지 못하는 비행기를 몰고 있는 비행사에겐 그 산은 위협의 대상이고, 자칫 잘못 건드리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는 폭발물과도 같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객이 보기에 태양을 품고 있는 하얀 구름은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하지만 비행사에게는 그 구름은 즐김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 되고 만다. 구름 뒤에 높은 산봉우리가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면 이 얼마나 목숨을 내건 위험한 동행인가. 더구나 야간비행을 하는 비행사에게는 구름은 악랄한 적군이다. 달을 가리고 있어서 시야를 죽여 버리면 구름 속을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긴장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남을 이해하려면 그의 직업을 먼저 알아야하고, 그가 처한 상황에 내가 처했다는 가정을 먼저 해보아야만 한다.


*사랑이란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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