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51회 - " 현재와 미래의 시간 "

영광도서 0 1,518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봐요. 현재나라의 공주와 미래 나라 왕자의 이야기요.

아주 먼 옛날에 영생불사의 모모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다 할 수도 있고 가질 수도 있는 환경을 갖춘 공주였어요. 그렇게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주는 완전히 혼자였어요. 모모 공주는 순은으로 만든 커다랗고 둥근 요술 거울을 갖고 있었지요. 공주는 날마다 이 거울을 세상에 내보냈지요.

그 거울은 밤낮 없이 육지는 물론 바다, 도시와 들판 위를 떠다녔어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조금도 그 거울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거울을 단지 달이려니 생각한 것이지요. 요술 거울은 나들이에서 돌아오면 공주 앞에 자기가 담아온 거울 속의 상들을 쏟아놓곤 했어요. 그 중에는 예쁜 것, 재미있는 것도 있었지만 미운것 지루한 것도 있었어요. 공주는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는 나머지는 모두 시냇물에 던져 버렸어요. 공주가 풀어준 상들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갔어요. 그래서 우리가 우물이나 웅덩이에 몸을 굽히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그때문이라는 군요.

그런데 공주는 이 신비의 거울에 한 번도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지 않았어요.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면 그 순간 보통 사람들처럼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공주는 거울이 가져온 상들을 즐기면서 불만 없이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요술 거울이 아주 소중한 상을 가지고 왔어요. 젊은 왕자의 모습이었어요. 모모 공주는 그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애틋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바람에 그 왕자를 꼭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왕자가 어디에 사는지도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어요. 그 왕자에 관해 뭔가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어요.

고민 끝에 모모 공주는 자신의 요술 거울을 들여다보고 말았어요. 모모 공주는 요술 거울이 자신의 모습을 그 왕자에게 데려다 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거울이 하늘을 떠다닐 때 앙자가 자신의 상을 올려다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공주는 오랫동안 요술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자기 모습을 담은 거울을 세상에 내보냈어요.

그 왕자는 기롤라모였어요. 그 왕자의 나라는 과거의 나라도, 현재의 나라도 아니었어요. 미래나라에 있는 언나 딱 하루 앞선 내일의 나라였어요. 마침 이 나라의 왕자는 대신들의 권유를 따라 결혼하기로 했어요. 많은 신부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마녀가 끼어 있었어요. 기롤라모는 많은 여인들 중에 하필 그 마녀를 마음에 들어했고요. 왕자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어요. 그러자 마녀는 왕자에게 조건을 내걸었지요. 하늘을 떠다니는 은거울을 쳐다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그 거울을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을 잊고,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오늘나라로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 편 모모 공주는 왕자가 자신의 상을 바라보고 자기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가다렸지만 왕자는 오지 않았어요. 기다리다 못한 공주는 모든 상들을 놓아주고는 직접 왕자를 찾아 나섰어요. 공주는 드디어 세상으로 내려왔어요. 공주의 모습이 담긴 거울은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었고요.

왕자는 황금성의 옥상에서 마녀와 체스를 두고 있었어요. 그때 왕자의 손등에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어요. 초록색 피가 흐르는 그 마녀가 흘린 피였는데, 그걸 감추려고 마녀는 왕자에게 비가 오려나 보다고 말했죠. 그러자 왕자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았지요. 그만 왕자는 하늘에 떠 있는 모모 공주의 요술 거울을 보았어요. 당연히 그 안에 담긴 모모 공주의 상을 바라보았고요. 왕자는 이내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건 옆에 있는 마녀가 아니라 모모 공주임을 깨달았어요.

화가 난 마녀는 왕자를 저주했어요. 왕자의 얼굴을 일그러뜨려 놓고 왕자의 가슴에 매듭을 묶었어요. 그러자 왕자는 자신의 정체를 잊고 말았지요. 성을 나온 왕자는 왕자대로 세상을 헤매다가 원형극장 터에 왔고요. 모모 공주 역시 세상을 떠돌다 서로 그곳에서 만났어요.

하지만 서로는 모습이 변해 서로를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모모 공주는 거울을 통해 그 남자가 자신이 찾던 왕자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결국 기롤라모 왕자의 비밀을 알게 된 공주의 도움으로 왕자는 가슴에 매듭을 풀고 자신을 기억해 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내일의 나라로 떠났어요. 요술 거울을 혼자서 들여다보면 언젠가는 죽게 되지만 둘이 함께 들여다보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군요. 그러니까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있을 테지요.

미래의 나라는 현재가 살려내지 않으면 없는 나라인 것이지요. 현재가 깨워야 미래는 깨어나요. 현재가 사랑해야 미래는 살아나요. 현재 없는 미래는 죽은 나라고, 현재 없는 미래는 아무 의미 없는 나라예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미래의 나라를 원한다면, 행복한 미래의 나라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현재를 사랑하고 현재를 아껴야 해요. 현재가 미래를 아름다움으로, 행복으로, 꿈으로 곱게 색칠해 줄 거예요.

미래나 내일은 현재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아니 현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지요. 과거 역시 마찬가지고요. 현재가 없으면 과거는 있을 수 없어요. 과거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미래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해도, 현재가 없으면 그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현재만이 중요하다고는 아니할자라도 과거보다는 현재가, 미래보다는 현재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요. 과거란 것도 현재를 사는 존재의 기억 속에 있고, 미래란 것도 현존재의 연장이 없이는 만날 수 없어요. 내일은 오로지 현재의 연장일 뿐이니까요. 따라서 우리에겐 기억 속에 있는 과거, 우리의 생각 속에나 있는 실체 없는 미래가 있을 뿐이에요. 확실한 건 현재라는 시간밖에는 없고요.

자! 현재를 사랑하자고요.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어요. 당연히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은 과거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니까요.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시간들을 행복한 현재로 만들여 살 테니까요. 행복은 바로 현재를 사랑하며, 현재에 충실하며, 현재라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것이니까요. 현재를 살아요. 곱게, 즐겁게,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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