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78회 - " 인간의 대지 - 생각하는 시행착오 "

영광도서 0 588
또한 저 넓은 바다도 변한다. 승객들에게는 폭풍우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높은 곳에서 관찰해 보면 바다의 파도는 전혀 보이지 않고, 물보라도 마치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커다란 하얀 종려나무 잎사귀가 얼어붙은 듯 널려 있을 뿐이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그곳엔 착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들에게는 그 종려나무 잎사귀가 독을 품고 있는 큰 꽃처럼 보인다.

비록 순조로운 비행이라 할지라도 조종사는 항로 위에서 그 어떤 곳의 풍경도 무심히 넘겨보질 않는다. 땅과 하늘의 저 빛깔,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바람의 자취, 황혼으로 물든 저 금빛 구름, 그는 이런 것들을 감탄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자신의 소유지를 돌아다니며 온갖 징조를 보고선 봄의 행진, 결빙의 위험, 비의 예고를 미리 예상하는 농부처럼, 조종사 역시 눈의 징조와 안개의 징조, 축복받은 밤의 징조들을 해독한다.

처음에는 자연의 위대한 문제들에게서 그를 격리시킬 것 같았던 비행기가, 오히려 더 엄격하게 그가 그런 자연의 위대한 문제들에게 복종하게 만든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하늘이 그에게 만들어준 위대한 법정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이 조종사는, 산과 바다와 폭풍우라는 이 세 가지 자연의 신들과 상대로 비행기를 사이에 놓고 겨루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아주 거대한 건물들도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점하나로만 보인다. 검푸른 파도가 엄청나게 몰아치는 바다라 할지라도 아주 높이 올라가보면 바다는 그저 고요한 파란 하늘로 보일뿐이다. 비행사가 보기에는 바다도 하늘이며, 하늘도 하늘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주 고요한 하늘처럼 보이는 바다에 내려앉은들 무사할 것 같지만 실제의 바다에는 폭풍우가 일고,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우리가 가진 눈의 한계는 아주 보잘 것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대한 신을 흉내를 내고, 100년도 살지 못하면서 1000년의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참 어리석은 동물인 것도 같다. 그럼에도 기억이 있고, 추억을 간직하며 사는 우리 인간은 체험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에 일어나는 징조를 예감하고 알아차린다. 달무리 안에 별이 들어있으며 3일내로 비가 온다는 사실을 농부들은 오랫동안의 체험의 반복을 통해, 기상전문가보다 더 정확하게 알아차린다. 또한 책을 통해 선조들이 체험한 지혜를 얻고 세상을 예감한다.

그러니 우리는 필요에 따라 누구에게든 배워야 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부의 오랜 지혜를 배워야하고, 비행사가 되려면 베테랑 조종사의 체험의 보고에서 그 보배를 훔쳐내야 하고, 안전한 산행을 하려면 많은 등산 경험이 있는 이에게 지리를 익히고, 독도법도 익혀야 한다.


*체험처럼 위대한 지식은 없다. 생각을 하며 겪는 시행착오는 훗날 훌륭한 능력으로 자리한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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