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79회 - " 인간의 대지 - 보이지 않는 길 "

영광도서 0 507
메르모즈와 그의 몇몇 동료들은 그때까지 개척하지 못했던 사하라를 통과하여 카사블랑카에서 다카르에 이르는 프랑스의 항로를 구축했다. 당시의 비행기 엔진들은 정교하지 못했는데, 한 번은 메르모즈의 비행기가 고장 나 그가 무어인들에게 붙잡힌 적이 있다. 그들은 그를 학살하기를 망설였기에 메르모즈를 보름 동안 포로로 잡아두었다가 그를 다시 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 하지만 메르모즈는 다시 우편기를 타고 그 지역들의 상공을 비행했다.

아메리카의 정기 항로가 개설되면서, 늘 선봉에 서서 시험 비행을 치렀던 메르모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산티아고 구간을 조사할 책임을 맡았다. 이와 동시에 사하라 사막 위에 다리를 놓은 뒤 안데스 산맥 위에도 다리를 건설할 책임을 맡았다. 그에게는 최고 상승 고도 5,200미터의 비행기가 주어졌지만, 안데스 산맥 최고봉들의 높이는 7천 미터나 되었다. 그래서 메르모즈는 이곳을 빠져나갈 통로를 찾기 위해 이륙했다.

사막과 대결하던 그가 이제는 산과 맞서야만 했다. 그는 바람이 불면 눈을 숄처럼 펼쳐놓는 그 산봉우리들과, 폭풍우를 앞두고 창백해진 두 절벽 사이의 대지를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소용돌이와 맞붙었는데, 소용돌이와의 싸움은 너무 혹독해서 오히려 칼싸움에 가까웠다. 메르모즈는 적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그러한 접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이 싸움에 참가한 것이다. 그는 오직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 끝에 어느 날, 그는 안데스 산맥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해발 4천 미터나 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원에 표류한 메르모즈와 정비사는 이틀 동안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고르지 못한 땅 위를 덜컹거리며 비행기를 절벽까지 내몰았다. 비행기는 추락하는 도중에 충분한 속력이 생겨서 마침내 조종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메르모즈는 산봉우리를 향해 기수를 세웠지만 결국 산봉우리에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밤새 얼었던 모든 배기통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고, 비행한 지 7분 만에 엔진이 정지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의 발밑에 펼쳐진 약속의 땅, 칠레 평야를 발견했다.

그 다음날, 그는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안데스 산맥을 넘는 노선을 자세하게 탐사한 메르모즈는 횡단 기술을 잘 조절한 후, 이 구간을 자신의 동료 기요메에게 맡기고 자신은 야간 탐사를 하러 떠났다.

당시 그곳의 기항지에는 조명시설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기에 캄캄한 밤이면 메르모즈 앞에 세 개의 휘발유 불빛만이 활주로의 위치를 알려줄 뿐이었다. 그는 이러한 조건에도 그 일을 해내 마침내 야간 비행의 항로를 열었다.

밤을 길들인 메르모즈는 이제 야간 비행을 대양에서 시도해 보고자 나섰다. 1931년에 그는 우편기로 나흘 만에 툴루즈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대양을 건너 비행했다. 돌아오는 길에 메르모즈는 남대서양 한가운데에서 심한 풍랑을 만났는데, 그 바다 위에서 연료가 떨어졌지만 다행히 이를 발견한 한 선박이 우편기와 승무원들을 구해 주었다.

그렇게 메르모즈는 사막과 산과 밤과 바다를 개척했다. 그가 사막과 산과 밤과 바다에 빠져든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가 돌아오는 것은 다시 떠나기 위한 준비과정일 뿐이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소명을 받는다. 우선 신으로부터 이 땅에 살아야할 소명을 받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소명으로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개인보다는 조직이나 사회로부터 소명을 받는다. 그 소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위험한 일을 맡은 소방사가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서 화재 현장을 보고도 피할 수는 없듯이, 모든 사람은 가족에 대한 소명, 사회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끝없이 길을 내며 산다. 그 길을 여는 사람들은 때로는 목숨을 내거는 위대한 소명으로 길을 연다. 메르모즈도 사막 위 하늘에 길을 열었고, 사방으로 길을 열었다. 공중에 길을 낼 수는 없지만, 그가 지나가면 길이 되었다. 그는 공중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막을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는 일이며, 안데스 산맥위에도 보이지 않는 다리, 즉 하늘 길을 내었다. 그가 조종하는 비행기는 당시로선 성능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5200미터를 오를 수 있는데, 산봉우리는 높으면 7000미터가 넘으니, 봉우리를 넘어서 산위로 비행할 수는 없다.

자연은 늘 예고를 하며 다가오지는 않는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아무리 위대함을 꿈꾸는 인간들이라 할지라도 예고 없는 자연의 공격에 당할 수는 없다. 때로는 자연현상은 무자비한 적으로 우리에게 덮쳐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재난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평온하고, 파란 하늘이긴 하지만 비행사라는 직업으로 보면 하늘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가장 무서운 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처음으로 하늘 길을 여는 비행사처럼 미래라는 하늘로 길을 내며 가고 있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 우리 길을 막고 설지도 모른다.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높은 산봉우리와 같은 난관을 만나면 그것을 우회해서 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길을 막아서는 장애물들을 넘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이 넘을 수 있는 능력을 배가시켜야만하고, 그래도 넘지 못할 만큼 높은 벽이며, 산이라면 우회할 길을 찾을 줄 아는 지혜도 길러야한다. 길을 찾고 나면 또 다시 이어지는 길을 찾아서 가야만하는 소명을 안고 살아간다.


* 우리는 미래라는 창공에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삶의 비행사로 살아간다.*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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