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제876회 - " 제자리를 잘 지키는 시간 "

영광도서 0 1,238
인생, 인생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깁니다. 그 삶을 길게 느끼든 짧게 느끼든 그 인생이란 여정에서는 많은 부침이 있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 참 많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작은 일들이 모여 지금의 나로 머물러 있습니다. 조금의 오차만 있었어도 지금의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내가 여기 있을 겁니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보다 나은 삶일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사회적 기준으로 봐도, 내 삶의 현재 모습은 지금보다 나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 수많은 부침들 속에 지금 여기에 나는 있습니다.

지금 여기 이 자리가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인지, 진정한 나의 자리인지, 그걸 제대로 알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성찰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부침들, 그 일들은 나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순수한 나의 판단보다는 주변의 권유나 부추김 또는 끌어내림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찾은 자리, 진정한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변 때문에 잡은 자리를 제자리인 양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 그 자리가 처음엔 어색한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그 자리가 진정 나의 자리, 내가 있어 당연한 곳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내 진정한 자리에 내가 있다면 참 다행한 일입니다. 내 진정한 자리, 그것을 우리는 제자리라고 합니다. 내가 있어 당연한 자리, 내가 있어야 할 자리, 내게 잘 어울리는 자리, 그 자리를 잘 지키며 사는 삶, 그 삶은 다행한 삶이며, 행복한 삶, 진정 성공한 삶입니다. 따라서 제자리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자리를 지키는 일, 그것은 참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내가 내 자리를 잘 지킬 수 있다면 나는 보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제자리를 제대로 잘 알고 지킬 수 있다면 그 공동체는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렵습니다. 소위 소시민은 제자리를 찾으려 이리 저리 기웃거리면서 더 나은 자리를 찾아다니는 게 당연하지만, 어느 분야에서 제법 괜찮은 자리를 점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그 한 사람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그 시대의 영웅이 됩니다. 이를테면 그들이 나라의 어른이며, 나라의 존경 받을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나라는 행복합니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 많은 이들의 존경 받는 사람, 그 사람들이 많을수록 좋은데, 그런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갑니다.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만 존경 받을 사람인데 다른 자리를 기웃거리다 이제껏 쌓아왔던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사회에 영향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제자리를 잘 지켜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다소 불이익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된다면, 존경을 받는다면 그 자리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때로 주변에서 부추기는 대로 다라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제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껏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모두 잃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이미지는 진정한 것이 아니라 왜곡되어 있었고, 지금의 그 이미지가 진정한 그의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좋았던 이미자가 왜곡되어 있었어도, 그것을 유지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고,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많은 사람을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가식적이지만, 위선적이지만 페르소나로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굳어진 이미지라면, 그것을 제자리로 알고 지켜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게 안 되니까 우리 사회에 존경받을 만한 사람, 그저 바라만보아도 마음의 위로가 되는 이들이 없어서 불행합니다. 그러니 이제껏 좋은 본보기로 살아온 이들은 제자리를 잘 지켜주세요. 가만 있는 사람을 다른 자리로 끌어내지도 말고요. 지금 당신의 자리는 제자리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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