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 최복현 |
매미들의 삶과 사랑의 찬가
드디어 부릅니다. 매미가 노래를 부릅니다. 작년처럼 여럿은 아니고 한두 마리쯤이 아침을 깨웁니다. 매미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너무 가문 때문인지 여직 조용하더니 이 아침에 매미 노래가 들려옵니다. 길어야 한 달 바깥 세상을 산다지요. 그래선지 더 애타는 듯한 노래를 저리 처량하게 부릅니다. 아직 몇 분 안 되시는 걸로 봐서 저리 구슬피 노래한다고, 아니 힘차게 노래한다고 찾아올 암컷 어르신이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온힘을 다해, 목이 쉬도록 죽어라 하고 부르는 매미의 노래, 삶의 찬가로 들으렵니다.
사람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9개월 여를 살고 세상에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매미는 땅속에서 참 오래 삽니다. 사람이 태아로 그리 산다면, 매미는 애벌레로 그리 삽니다. 곤충 중에서 애벌레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알에서 부화된 매미는 땅 속에서 유충으로 보통 5년 내지 7년을 산다지요. 그 다음 세상 밖으로 나오니 성충, 어른인 셈인다, 고작 길면 한 달을 산답니다. 생이 짧으니 하루도 모자라 밤에까지 노래를 부를까요. 도심의 매미는 밤새도록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라기보다 처절한 울음 소리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합니다.
그래 불러라, 아니 부르시오. 죽어라고 우시오. 저토록 처절하게 우는 매미는 수컷이라지요. 죽기 전에 짝을 짓기 위해서랍니다.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애절하게, 최선을 다해 노래합니다. 죽기 전에 짝을 지어 종족을 남기기 위해섭니다. 마침내 짝을 찾은 수컷은, 여왕벌과 교미에 성공한 수펄처럼,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세상을 떠납니다. 홀로 남은 교미를 한 암컷 매미는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합니다. 그 나뭇가지에 작은 구멍을 냅니다. 그리곤 그 속에 알을 낳고 역시 남편 따라 죽습니다. 보통 암컷 한 분이 한 군데에 적게는 5~10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모두 30~40 군데에 알을 낳습니다. 한 분이 대략 3~4백 개, 많게는 800개까지 낳기도 합니다.
나무껍질 안에서 매미 알은 1년이 지나면 흰 방추형의 애벌레로 깨어납니다. 애벌레는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을 벗습니다. 완전한 애벌레가 되면 땅을 파면서 기어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기나긴 지하생활을 합니다. 가만 있는 게 아니라 풀과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삽니다. 끝이 뾰쪽하고 갈고리 같은 앞다리로 흙을 팝니다. 그러다 나무뿌리나 풀뿌리를 발견하면 대롱 모양의 입을 꽂고 즙을 빨아 먹으며 생을 유지합니다. 그동안 여러 번 허물벗기를 되풀이 하며 점점 자랍니다. 그렇게 짧게는 5년, 길면 7년, 아주 길면 17년, 짝수가 아닌 홀수의 기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지하 생활이 끝날 때쯤이면 위쪽으로 수직으로 굴을 팝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옵니다. 나오기 바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디에 있을, 어디서 향해 올 님을 위해 열정적인 구애의 노래를 부릅니다.
짧은 성충, 어른으로 부르는, 진정한 어른 아버지가 되기 위해 부르는 구애의 노래이니 얼마나 애절하고, 애타고, 절박하겠어요. 얼마나 최선을 다하겠어요. 목숨을 내어놓고 저리 부르겠지요. 그래도 암컷이 아니오면 절규하겠지요. 최선을 다할, 죽기로 노래하는 매미의 노래를 이 아침, 경건하게 들어봅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묻습니다. 단 한 번의 구애를 위해 절박하게 노래하는 매미처럼, 삶을 살아본 적이 있는지, 온힘을 다해 토해낸 매미의 삶의 찬가처럼 내 삶을 응축한 글을 한 편인들 쓴 적이 있는지, 내가 나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매미의 애절한 노래를 들으니, 새삼스럽습니다. 저 노래가 쉽게 끝나기를 바라야 할지,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야 할지 고민입니다. 매미가 노래합니다. 이 아침엔 힘차고 역동적인 노래를 부릅니다. 어디선가 그를 찾아 살금살금 접근할 암매미를 상상합니다. 듣습니다. 오늘 아침은 사랑노래로 듣습니다. 내일 아침엔 저 사랑노래가 해피엔딩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