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스트레스 즐기기

영광도서 0 1,323

오늘은 어떤 단어로 시작할까요? 스트레스, 이 단어를 놓는 순간 아마도 당신의 뇌는 조금은 집중하기 시작할 겁니다. 집중하게 하는 것, 그것이 긴장입니다. 긴장하는 것, 그것이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란 우리 삶에서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리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살아 있는 존재, 즉 유기체는 긴강을 전제로 합니다. 작든 크든, 아니면 많든 적든 긴장합니다. 이 긴장을 영어로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하여 스트레스란 사전적 의미로 "적응하기 어려운 현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상태"입니다. 다른 의미로는 "물체가 외부의 힘에 저항하여 원형을 지키려는 힘"입니다.

 

새로운 장소에 갑니다. 어느 장소냐에 따라 설렘이 일어나거나 두려움이 고개를 들 겁니다. 이때 설렘이나 두려움 역시 긴장이며, 일종의 스트레스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납니다. 어떤 이유로, 또는 어떤 목적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설렘이 일 수도 있고,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고,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설렘, 걱정, 두려움, 역시 스트레스입니다. 좀 전의 자신의 평정상태를 지키려다 보니 긴장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긴장상태는 좋은 건가요? 아니면 나쁜 건가요?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고요. 그렇지요. 적당한 긴장을 좋다라고 누구나 말할 겁니다. 때문에 스트레스는 나쁜 것만이 아니라 적당하면 좋은 겁니다.

 

존재라면 누구나 아니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긴장하며 삽니다. 긴장이 전혀 없다면 그는 산 자가 아닙니다. 땅에 배밀이를 하며 살아가면서 뼈라곤 없는 것처럼 흐물거리며 간신히 기어가는 지렁이를 가리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존재는 긴장이 필연입니다. 필연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고요. 피할 수 없다면? 뒷말은 이렇게 답하겠지요. "즐겨라!"라고요. 그렇습니다. 스트레스는 필연이고 무조건 피할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적당한 긴장,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에요. 매일매일이 그저 일상으로 끝난다면, 만나는 사람보다 늘 밋밋하다면, 하는 일마다 매우 익숙하여 완전 자동이라면 세상 참 살맛 없을 거예요. 

 

지금 글을 쓰는 순간, 나는 긴장합니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내 머리에 입력된 단어의 순서, 즉 암기한 것을 그대로 내어놓는다면 내 손가락이 알아서 늘어놓겠지요. 그건 내 글이 아니니까, 그건 단순암기입니다. 물론 편안하겠지요. 그러나 글을 쓴다는 건 내 머리에 입력된 단어들을 그대로 내놓는 게 아니라 조합을 달리하는 것이라 머리를 좀 써야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긴장을 하는 것이고요. 나는 그 긴장이 즐겁습니다. 그 긴장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요. 조금은 설렌다는 말입니다.

 

오늘은 구리문협에 수필창작 강의를 갑니다. 즐겁습니다. 별써 열네 번째 그 분들을 만납니다. 사람으로치면 긴장이 훨씬 덜하여 이젠 익숙할 만큼 편합니다. 처음엔 어떤 분들일까, 어느 정도의 실력일까, 그때엔 적당한 긴장을 넘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익숙할 만하니 다음주가 종강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선 긴장이 줄어듭니다. 대신 나는 새로운 긴장을 만듭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을 강의할까, 새로운 내용의 카드를 꺼내듭니다. 늘 암기한 것을 앵무새처럼 조잘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글을 쓰듯 내용의 조합을 달리하려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며 나는 삶을 즐깁니다.

 

그래요. 긴장은 피하려고가 아니라, 오히려 적당한 긴장을 만들어 즐겨야 행복합니다. 내 특기가 있다면 긴장을 만들 줄 안다는 것이거든요. 글을 쓰는 것, 강의를 하는 것, 일을 하는 것, 나는 즐깁니다. 작고 소박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다른 글, 다른 말, 다른 동작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들이 쏠쏠한 재미를 주더군요. 그러니 당신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새로운 단어의 조합, 글스기를 그 정도로 편하게 생각해 보자고요. 그 잔재미에 집중이 될 걸요. 집중, 그게 긴장이요. 적당히 즐겨야 할 스트레스랍니다. 이렇게 얻든 저렇게 받든 스트레스는 필연이니 차라리 스트레스를 즐기자고요. 적당한 스트레스가 행복물질을 담뿍 내뿜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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