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천상의 맛 아이스께끼

영광도서 0 1,460

아이스께끼, 생각만 해도 입안 가득 군침이 돌던 아이스께끼, 어젯밤 이비에스에서 방송한 영화가 <아이스께끼>입니다. 마음껏 먹을 과자도 별로 없었지만, 과자 중엔 단연 맛있는 건 아이스께였던 시절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아이스께끼에 사연을 담은 영화입니다. 그다지 신선한 내용은 아니지만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합니다. 내용인 즉슨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가 아버지를 찾아서 아버지가 사준 아이스께끼를 먹는 해피엔딩 영화입니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가 아버지의 정체를 듣습니다. 아버지를 찾겠다고 마음 먹은 아이는 엄마 몰래 아이스께끼 장사를 시작합니다. 아이스께끼 팔기 위한 자리싸움으로 흠씬 얻어 맞기도 하고, 사장한테 얻어 터지기도 하고, 여러 수모를 겪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 이야기도 못 꺼내게 하는 엄마 물래 아버지를 찾아 서울에 갈 생각으로 아이는 그 일을 계속합니다. 아이스께끼를 많은 사람한테 팔면서도 먹고 싶은 아이스께끼 하나 제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갈 돈을 모은 아이는 서울로 무작정 떠납니다.

물론 아이스께끼 총무 형이 애써 찾아준 주소를 손에 쥐고 갑니다. 서울역에서부터 물어 물어 아버지 집을 찾습니다. 드디어 거의 찾았다고 생각할 때 지나는 행열, 상여입니다. 상여 앞에 초상화 어디서 본듯 합니다. 지니고 다니는 아버지 사진과 맞추어 봅니다. 틀림없는 아버지 모습입니다. 아이는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동구밖에 나와 이제나 저제나 아들을 기다리던 엄마와 재회합니다. 흠씬 울고 절망에 슬픈데, 며칠 후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안 나타난 아버지, 아버지가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한바퀴 돕니다. 돌다가 커다란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만납니다. 아이가 아이스께끼가 먹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합니다. 아버지가 사줍니다. 아버지 손을 잡은 아이, 아이스께끼를 맛나게 빨아대는 아이, 영화는 그렇게 끝납니다.

 

아버지가 왜 없는지, 오랫동안 안 나타나던 아버지는 어느 날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는 등, 타당성이 딱 맞아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추억 하나 불러일으킬만한 영화입니다. 아이스께끼, 영화 내내 아이스크림이란 말은 안 나옵니다. 글자로만  끝 무렵에 커다란 통에 아이스크림이란 글자만 보일 뿐입니다. 아이스께끼란 제목, 그 말이 그 시절을 산 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이킬만 하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엔 그 맛이 안 납니다. 그때는 아이스께끼란 말 자체도 환상적으로 맛있는 단어였고, 그 맛은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천국의 맛이었습니다.

 

8키로나 떨어진 5일장에 가셨던 엄마가 장보따리에서 꺼내놓으신 아이스께끼, 비닐봉지에 고이 싸 오셨건만 아이스께끼 살이라곤 별로 없었습니다. 막대기를 들으면 달려 있는 게 없었고, 막대기 옆에 녹아내린 푸석한 얼음 조금, 비닐에 입을 대고 빨아 먹고, 막대에 붙은 달달한 액체를 빨고 빨았던 아이스께끼, 그래도 무척 맛이 있었습니다. 장에 가야만 큰 맘 먹고 사주신 아이스께끼 제대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이스께끼, 아부지, 정겨운 단어가 뭉클하게 했던 영화를 보며 코흘리개 적 추억 한 번 달콤씁쓸하게 빨아 보았습니다.

 

혀도 참 간사하지요. 입맛도 시간이 흐른 만큼 변하여 이제 다시는 천상의 맛을 만날 수 없습니다. 지금을 사는 아이들은 그토록 맛있는 천상의 맛을 가진 과자를 맛볼 수 없겠지요. 어머니는 엄마, 아버지는 아부지, 아이스크림은 아이스께끼여야 제맛입니다. 정다운 그 시절은 여전히 마음에 살아 있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던 서낭고개, 서낭당 소나무, 보따리를 인 고향 아줌씨들, 엄마의 낡았지만 정갈한 장보따리, 깜짝 모습을 드러낸 아이스게끼를 감춘 투명한 비닐봉다리, 눈에 선합니다. 전화를 걸어 부를 아부지는 안 계시지만 , 그 대신 엄마께 "아이스께끼 하나 사줘요!"라고 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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