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회자정리 거자필반

영광도서 0 1,294

"님은 갔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한 구절입니다.  시인의 호가 말해주듯 스님이기도 했던 시인은 호불교용어 중 회자정리, 즉 '만난 사람은 필연코 헤어진다'는 말과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거자필반을 한 문장으로 연결하여, '사람은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것처럼, 헤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인연설을 시로 바꾼 것 같습니다. 

 

내가 마시지 않는다고 우물에 침을 뱉지 말아라, 언젠가는 그 우물을 마셔야 할 일이 있을 거라는 말도 있듯이 인연이란 돌고 도는 것 아니겠어요. 다시는 안 보겠다 다짐한 사람도 어느 피할 수 없는 길목에서 딱 마주칠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어떤 만남이든 소중히 여기며 가능하다면 악연을 만드맂 말고 인연으로 만들며 살아갸겠지요. 지금 헤어져 살다가 어느 예기치 않은 순간에 우연히 만난다면 그 누구보다 아주 반가운 얼굴로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요.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있는 한 헤어진다고 아주 헤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갑자기 왠 만나는 이야기여 떠나는 말이냐고요? 공교롭게도 오늘 오전엔 양천도서관에서 다섯 번의 강의 중 첫번째 글쓰기 강의를 합니다. 첫만남인 셈이지요. 반면 저녁엔 구리문협 수필창작 종강을 합니다. 열다섯 차례의 강의를 오늘로 마감합니다. 4개월 동안의 만남 그리 짧은 만남은 아니지요. 말로 만나고 글로 만나고 얼굴로 만나며 제법 익숙하다 싶은데 이제 이별의 시간이 옵니다. 어떤 이별이든 이별이든 즐겁지 않습니다. 언제나 아쉬움이 남지요. 좀더 잘 배웠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 이들, 좀더 잘 그르쳤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양쪽이 갈릴 테니까요.

 

돌아보면 첫만남의 어색함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어떤 이들인지, 수준은 어떤지, 어떤 점을 배우고 싶어하는지, 연령대도 성향도 그 무엇도 모르고 수강하려는 이들 앞에 섰던 순간, 한 마디로 어색했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서기 전에는 새로운 이들과의 만남이라는 설렘이 가슴을 뛰게 했드랬습니다. 꽤 여러 차례의 강의, 많은 문장들을 말로 쏟아냈습니다. 때로는 거창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나름의 글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었고, 나름의 글쓰기 방법을 가르치려 시도했습니다. 부족한 대로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다고 만족은 못하고요. 아쉬움은 많이 남습니다. 이런 건 이렇게 설명하고, 저런 건 저렇게 가르치고, 수강하는 이들에 잘 맞게 가르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나 자신의 숙제로 안습니다. 모인 이들을 알아가면서 가르치는 요령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싶으니까 이제 종강입니다. 그러면서 또 배웁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건 항상 새롭다, 항상 어렵다, 그러니까 항상 공부해야 한다는 걸 배웁니다. 이제 남은 두 시간,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려 괜찮은 메뉴를 준비헤야겠지요.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덜려면 나 자신을 위한 강의가 아니라 진정 듣는 이들 편에 서서 어떤 내용을 고를까, 어떻게 설명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렵니다.

 

완벽하게 그 무엇을 배우고 나서 남을 가르칠 수는 없고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오늘 마무리 하렵니다. 다만 함께 공부한 이들 모두 글쓰기는 즐길 수 있었으면, 글쓰기의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우고 갑니다. 겸손을, 열정을, 근면을. 그래서 고맙습니다.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기억하렵니다. 한용운 시인의 시구처럼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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