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네 잘못이 아니야

영광도서 0 1,347

타고난 천재, 재능이 많다고 세상 살기 쉬운 건 아닙니다. 그 재능 때문에 오히려 힘든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타고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거나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얼마 전에 이베에스 에서 방영한 영화 <굿 윌 헌팅>을 보았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윌은 무척이나 기억력이 뛰어납니다.한 번 읽은 책은 거의 모두 암기합니다. 그 기억력으로  그는 거의 만물박사수준에 이름니다. 교수들과의 논쟁에서도 기가 죽을 일이 없고, 오히려 교수들을 쩔쩔매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두되가 뛰어나 어떤 수학문제든 배운 적이 없는 문제까지 척척 풀어냅니다.  MIT 공대의 최고 수학교수도 못 푸는 문제도 금방 풀어냅니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아니 소설이나 영화가 그렇듯이 '그런데'가 있습니다. 그런데란 접속사가 쓰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요. 천재적인 능력이 있지만 윌은 그닥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그에겐 지독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아인 그는  어린 시절  어느 가정에 입양되어 자랍니다. 그런데 그를 입양한 양아버지는 거의 매일 구타를 당합니다.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겁니다.

그는 양아버지를 “그 남자는 탁자에 렌치와 막대기와 혁대를 늘어놓곤 선택하라고 했었죠….” 라고 기억합니다. 이 끔찍한 기억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폭력 사건을 일으킵니다. 때문에 소년원에도 여러 번 들어갔다 나옵니다. 그러면서 윌은  세상사람들에 대한 방어본능으로 마음에 담을 쌓고 삽니다.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렇게 고독한 삶을 삽니다.

그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여자친구를 만납니다. 그러나 그는 언전히 여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여자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도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는 어렸을 적 상처 때문에 그녀가 사랑하면 할수록 더 멀리하려 합니다. 혹시나 어린 시절처럼 누군가에게 먼저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서입니다. 하여 그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을까 겁이나 먼저 이별을 통고합니다. 

그에겐 다행히 우정이 있습니다. 그의 재능을 알고, 친구를 응원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비록 어렵게 노동하며 지내며, 평생 그렇게 살 수 있을지라도 친구만큼은 다른 길을 걷도록, 재능을 발휘하도록 응원합니다. 제 삶을 희생하면서, 애써 어렵게 번 돈을 투자하면서 기꺼이 친구를 응원합니다. 그나마 윌이 마음을 연다면 그런 친구들입니다.

어린 날의 상처 때문에 그는  천재적 재능을 세상을 가소롭게 보는 냉소로 보는 것으로  표출합니다. 자기 재능을 제대로 인식도 못하고, 부정적으로만 발휘합니다.  그렇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 오겠지요. 윌이  MIT 공대의 청소부로 일하던 어느 날입니다.  윌은 학교 복도 칠판에 적어놓은 수학 증명 문제를 발견합니다. 아주 어려운, 교수들도 못 푸는 문제인데 그가 우연히 지나가다 풀어놓은 겁니다. 그것을 굥대교수, 유능한 교수가 본 겁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수학교수를 만납니다.

마침 윌은  감호소에 들어가야 했는데, 교수가 그를 보증하기로 하고 대신 그가 일정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그를 꺼내 준 겁니다. 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윌, 부정적으로 보는 윌, 윌의 재능과 인격적 문제를 눈치 챈 이 수학교수는 그의 심리를 치료 해주려고 상담프로그램에 임하게 합니다. 여러 삼담교수도 그를 치료하지 못합니다. 그를 거의 포기합니다. 그러다 수학교수는 자신의 친구 심리학과 교수를 찾아가 윌을 부탁합니다. 이 심리학과 교수 역시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로부터 구타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윌을 잘 이해합니다. 게다가 숀은 사랑하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윌을 만난 겁니다. 숀의 애정어린 접근, 그만의 독특한 치료 방법으로 윌은 점차 마음을 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이 화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진정한 우정의 의미도 생각할 수 있고 사랑이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의 힘, 그보다도 우정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여러 할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숀이 윌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접근하는 장면입니다.

숀은 다른 상담사들과는 달리 윌을 고분고분 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시하는 태도를 취합니다. 치밀한 그의 의도입니다. 냉정한 듯 대하는 숀의 진심을 윌은 느낍니다. 때문에 겉으로는 거부하면서 숀을 완전히 떠나지 못합니다. 숀의 냉정 속에는 진심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윌의 영혼을 사랑한다는 걸 윌은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미 숀은 윌을 여러 번 만났지만 매번 윌의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습니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숀이 연구실 겸 상담실로 쓰는 방에서 다시 윌을 만납니다. 그때 숀은 윌에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It’s not your fault.” 이 말을 한 번 말할 때마다  윌에게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섭니다. 그럴 때마다 윌은 오히려 더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숀을 밀어내려 합니다.  그럼에도 숀은 더 단호한 표정으로 그 말을 반복합니다. 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윌에게 한발짝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또 한 발짝,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열 번의 조용한 이침, 숀은 윌에게  다가섭니다. 그만큼 거부하려는 윌과 단호한 숀,  윌은 밀쳐내려 하고 숀은 다가섭니다. 긴장의 고조, 마침내 얼굴을 맞댄 윌,  윌이 먼제 숀을 끌어안습니다. 숀이 애정으로 윌을 안아줍니다. 윌이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열 번, 윌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10번의 반복,  윌의 어린 시절을 엉망으로 만든 양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근원적인 세상이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도 천재의 마음을 열지 못했으나 숀은 열었습니다. 그만이 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자와 피상담자의 관계를 넘어, 인간적 진실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한 영혼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의 힘이었습니다. 스승다운 스승의 태도 덕분이었습니다. 

세상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상대를 향해 네 잘못이라고 하는데, 역으로 네 잘못아 아니야, 너의 행동, 너의 언행 네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하는 일은 아주 드뭅니다. 오히려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사람을 비판하고, 지난 사람을 원망합니다. 반면 모든 것을 내 탓으로만 돌리면 의식적인 자기 피해의식이고, 자기회피일 테니, 나 자신은 그렇다치고, 다른 사람을 향해선 겉으로만 말고 진심으로 네 탓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인간화해의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잘못이야."도 말고, 그렇다고 "내 탓이에요."라는 겉말로만 떼우는 것도 말고요. 복수는 사라지고 진정한 화구해를 추구하는 거인들이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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