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배움의 즐거움

영광도서 0 1,519

샘이 시 쓰래

가을 시 쓰래 

내 가을 쓰래 

이십 분 안에 

죽었다 깨도 

못  쓴다 해라 

 

동대문도서관에서 8주간 시창작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이론만 가르치려니 효과가 적을 것 같아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강의 중간에 실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2-30분의 시간을 줍니다. 어제도 제목을 주고 시를 쓰는 시간을 주었더니, 한 분이 쓴 시입니다. 지난주엔 50여 명의 수강생 중 절반 가량이 제출했는데, 어제는 그보다 늘어서 30여 분이 제출했습니다. 모두 제출하고 나가는데, 망설이는 듯 제출한 분 그 분이 쓴 글입니다. 

 

처음 시를 접하는 분에서능숙하게 시를 쓰는, 등단한 시인까지 다양한 분들이 시창작 강의를 듣습니다. 이론이 부족한 사람, 등단은 했으나 자기 실력을 다시 평가 받아보고 싶은 사람, 시 한 번 써 보고 싶은 사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공부합니다.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접점을 맞춰 참석하는 이들이 투자하는 시간에 최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거기에 맞춰 강의합니다. 덕분에 참석한 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강의하는 보람입니다. 이 강좌가 끝날 때쯤이면 참여한 이들 모두 시 한 편이라도 써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수강하는 분들 중 절반 이상은 현직에서 은퇴한 이들 같습니다. 이들에겐 무엇보다 공부가 필요하고요.  시를 쓴다는 것, 아니 글을 쓴다는 것은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참 좋은 방법입니다. 날로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병이 증가하는 때에 글을 쓴다는 건 치매 예방은 물론 심리적인 자기치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편리만 추구하면 머리 쓸 일이 없어 불편을 모를 수 있지만 , 할 일을 잃은 머리는 점차 퇴화하기 때문입니다. 의무도 아니고 시를 , 시 쓰기를 즐길 수 있다면 치매예방에도 좋지요, 자기 치유에도 좋지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좋지요, 얼마나 현명한 방법이겠어요.  

 

별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이 즐길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글쓰기야 말로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일 아니겠어요. 노년기에는 단어의 의미를 기억하는 것이나 사회적 적응과 같은 경험기호로 하는 지능은 지속적 발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반면 속도를 요하는 것이나 새로운 학습 능력과 같은 유동성지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니까 유동성지능이 아닌 경험성지능인 글쓰기와  같은 정서적인 활동은 누구에게나 좋은 겁니다. 시간이나 장소에 특별히 구애됨 없이 할 수 있는 글쓰기는 참 좋은 것이지요.  

 

실습시간, 아주 진지하게 습작에 임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내 마음이 먼저 뿌듯합니다. 다음주에는 직접 쓴 습작들, 빨간 글씨로 첨삭된 글들을 받게 되겠지요. 배움의 과정이 좀 번거롭고 머리가 좀 아프겠지만, 보다 번듯해지는 작품을 보면 그 고생을 보상 받고도 남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겠지요. 작은 파리가 왱왱 거리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한 교실, 아주 열심히 습작에 임하는 이들을 보면 내 마음이 먼저 설렙니다. 어떤 글들이 나올지, 제목이나 소재는 같아도 모두 다른 내용의 글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함께한 두 시간, 강의, 습작, 정리강의가 끝납니다. 지난 첨삭지를 받고, 습작한 시를 내고 강의실을 나가는 이들의 밝은 얼굴을 마주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과 헤어지며 무척 즐겁습니다. 내가 시를 배우길, 수필을 배우길, 소설을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에 갈급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배워서 남 주나' 한 어른의 말씀, 배워서 남 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아니겠어요.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건 진정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고요. 그래서 나는 배우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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