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복현의 나를 찾는 여행


 

최복현

[약력]
서강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학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동양문학으로 등단해서 [새롭게 하소서]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등의 시집, [도둑일기][몽롱한 중산층][에로틱문학의 역사] [정신적 희롱][어린 왕자] [별][틱낫한, 마음의 행복][낙천주의자 캉디드]등의 번역서, 생활철학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어린 왕자에게서 배우는 삶을 사랑하는 지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탈무드의 지혜] 등이 있으며, 생활철학 에세이 [행복을 여는 아침의 명상] [하루를 갈무리하는 저녁의 명상]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편지] [작은 기쁨으로 함께 하는 마음의 길동무] [가난한 마음의 행복]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쉼표 하나... <더 보기>

엄마 생각, 고향 생각

영광도서 0 1,407

여름 8월 경에 남덕유산 정상 부근에 가면 바위에 딱 들러붙어 사는 듯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마치 별 모양의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줄기라야 채송화나 돈나물만이나 할까 싶습니다. 납짝하니 바위에 들러 붙은 것이 바람을 피하는 듯한데, 거기서 피어난 꽃은 아주 곱습니다. 앙증맞게 작은 것이 잘 들여다보아야 이게 꽃이구나 싶을 정도지요. 고놈을, 아니 고놈들을 드려다보면, 여러 송이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꽃들은 어는 꽃에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일단 앙증맞게 작으면서 마음을 확 잡아당길만큼 예쁩니다. 막 피려고 할 때 봉근 모습은 별 모양, 거의 정확히 별 모양입니다. 그 별 모양이 조금씩 조금씩 열릴라 치면 별 모양의 오각형 뾰족한 각이 조금씩 열리나니 한 쪽이 뾰족, 다른 한 쪽도 뾰족 나서면서 속을 조금씩 드러냅니다. 그렇게 뾰족한 것이 속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피어나니 작고 앙증맞은 것이 지나는 나그네의 눈을 꽉 잡고 놓지 않습니다. 옴싹달싹 못하게 잡아둡니다. 그럴 때면 예쁜 모습의 별 모양의 주변 꽃망울들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예쁜 모습들은 그 모습대로, 피어나서 신비로운 모습은 신비대로, 아름다움과 예쁨, 그리고 매혹이 한 데 어우러져 마음 마저 잡고 놓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가만 마음을 붙잡혀 있으면서 마음은 무척 흐뭇합니다. 흐뭇이 마음을 꽃에 흘리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꽃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여기 이 바위에 딱 들러붙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한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도 바위에 붙어 있어야 사는 운명이라면 운명, 여길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신세를 살짝 자그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찾아와서 들여다봐주는, 자세히 들여다봐주는 나에게 고맙다고요. 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곱고 아름답게 피어 있을 때 찾아와주어 고맙다고요. 그 꽃의 입장이 되어 시라면 시 한 편 읖조립니다. 

 

 

산꽃/ 최복현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보고 싶으면 당신이 오세요 

 

오래는 못 기다려요 

 

산꽃이라 제목을 정하고, 그 꽃의 모습에 엄마 생각을 담습니다. 이 아들, 저 아들, 이 딸, 저 딸, 여럿 자식을 낳아 길러 놓고, 마음엔 한가득 자식들 품고 살지만 아무때나 갈 수 없는 엄마 생각 말입니다. 얼마나 가고 싶겠어요. 한때는 이 놈, 또 한때는 저 놈, 눈에도 밟히고, 한 놈 한 놈 사정을 알고 있으니, 그 하나 하나 왜 걱정 아니겠어요. 걱정을 하다 보니 마음은 울고,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데 갈 수는 없을 테지요. 딱 이 산꽃처럼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지, 눈이 침침하니 다이얼을 잘 못 누르기 십상이라 전화라도 못하지, 그러니 얼마나 마음만 아리겠어요? 이 난쟁이바위솔 꽃이 엄마의 그 마음 같았어요.  

 

"애비야 느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전화라도 하려고 하지만 누르다 보면 잘못 눌러서 다른 집이 나오니 전화도 못 걸겠다."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시겠지요. "그러니 어떡하니? 에미 보고 싶으면 네가 와야지."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참고 "바쁜데 오긴 뭘 와. 그냥 즈들끼리 잘살면 되지."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시겠지요. 보고프기도 하고, 하지만 자식들 편에 서서 생각도 해야하니까요. 그러다 찾아 뵈면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바쁜데 뭘 왔어. 그냥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 그게 효도지. 안 오는 게 내 맘이 편해."라고 하시겠지요.  

 

그러다가도 막상 헤어질 때면 당신도 모르게 "이제 가면 언제 또 오니?" 이렇게 말씀 하시겠지요. 속으로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니?"라고요. 엄마를 떠올리면 짧게 꽃의 말을 시로 옮겼어요. 세 줄밖엔 안 되지만 엄마 생각을 담았지요.  추성이 다가옵니다. 추석이 오면 엄마 생각고 함께 고향 생각이 나겠지요.  

 

 

고향 생각/ 최복현 

 

멀리 가면 갈수록 

 

몸에서 멀면 멀수록 

마음으로 사무치는 그리움 

가만 눈 감으면 

정겨운 고향의 세밀화 

슬며시 눈을 열면 

숨믹힐 듯한 도시 풍경 

 

그립다  

유난스레 고향 그립다 

 

 

미우나 고우나 고향에 한 번 다녀오세요. 아니 고향은 아니라도 엄마한테, 아빠한테 다녀오세요. 엄마 아빠 안 계시면, 엄마 아빠 생각 떠올릴 수 있는 곳 어디든 다녀오세요. 그런 슬픔 쯤은 슬픔도 아니지요. 슬픈 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할 텐데요. 머리로만 살다가 이럴 때 한 번쯤 가슴으로 살아보는 건 어때요. 추석의 긴 연휴, 미움도 내려놓고 세상살이 걱정도 내려놓고, 화해와 조화, 기쁨과 행복의 시간들이 되길 바랍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아주 오랜 후에 만나요. 가끔 내 생각도 해주세요.

 

-최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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