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
이동식 |
*제59회 - " 당신은 누구인가? "
영광도서
0
695
2016.12.01 03:44
무늬만 한국인인 사람들
문성모라는 목사님이 있다. 대전신학대학교 총장으로 재선된 분이다. 문 목사가 독일에 있을 때 대부분의 교인이 대학생들인 어느 한인 교회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문 목사는 한국의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각을 위한 질문’ 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문제를 내었다.
1. 바하를 아십니까? 우륵을 아십니까?
2. 운명 교향곡을 아십니까? 수제천을 아십니까?
3. 소나타 형식을 아십니까? 도드리 형식을 아십니까?
4. 바이올린은 몇 줄입니까? 거문고는 몇 줄입니까?
5. 오선보를 아십니까? 정간보를 아십니까?
6. 평균율은 무엇입니까? 삼분손익법이 무엇입니까?
7. ‘도, 레, 미, 파, 솔’이 무엇입니까? ‘황, 태, 중, 임, 님’이 무엇입니까?
8. 장조와 단조는 무엇입니까? 평조와 계면조는 무엇입니까?
9. ‘레시타티브’는 무엇입니까? ‘아니리’는 무엇입니까?
10. 고전파, 낭만파는 무엇입니까? 아악, 당악, 향악은 무엇입니까?
11. 현악 사중주의 악기 편성은? 삼현육각의 악기 편성은?
12. ‘겨울 나그네’를 아십니까? ‘치화평’을 아십니까?
13. ‘전람회의 그림’을 아십니까? ‘영상회상’을 아십니까?
14. 가곡 ‘보리수’의 가사를 아십니까? 가곡 ‘초수대엽’의 가사를 아십니까?
15. ‘카루소’를 아십니까? ‘임방울’을 아십니까?
16. ‘로렐라이 언덕’을 불러 보십시오. ‘진도아리랑’을 불러 보십시오.
17.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5분의 시간을 주고 오른쪽에 있는 전통 음악에 관한 문제 중 3개 이상의 정답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5분이 흘렀다. 음악 애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왼쪽에 있는 서양 음악에 관한 질문에는 거의 다 답을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른쪽에 있는 우리 전통 음악에 관한 물음에는 3개 이상을 제대로 답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바하라는 독일 작곡가는 알겠는데 우륵이라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무슨 악기의 명인이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거문고가 12줄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정간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삼분손익법이 뭔지, 아니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삼현육각이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단다. ‘치화평’이라고 하니 무슨 중국집 이름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임방울’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말방울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악인 ‘수제천’이나 ‘영산회상’이라는 이름도 처음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되는 가장 기초적인 초수대엽의 기사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심지어는 ‘진도아리랑’을 불러 보라고 했더니 ‘밀양아리랑’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모두가 자신 있게 맞춘 문제는 맨 마지막의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입니까?’ 였다고 한다.
문성모 목사는 이 일화를 전하면서 말하기를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모두 맞는 답을 썼지만, 한편으로 그 대답도 틀린 것 같다고 하였다. 분명히 한국 사람이라고 했으니 한국 사람이겠지만, 한국에 관한 것은 하나도 모르면서 어찌 한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자기 나라 음악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지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지만,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퍼센트 한국인?
그것은 독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속 쌍꺼풀이 진 눈을 갖고 있으며, 한국말을 쓰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고유문자인 한글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 클래식이 더 우아하다고 생각하고, 미팅에서 만난 상대방이 쭉 찢어진 실눈이 아니라 크고 쌍꺼풀진 눈이어야 미인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칠월칠석이 아니라 화이트 데이에 사랑을 고백하고, 연인들의 기념일에는 한식집 보다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다.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고 어머니는 헨델이라고 알고 있으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위인들은 링컨, 에디슨, 헬렌 켈러 등이고 영조나 정조, 장영실, 이천이 아니다. 서구 문명의 핵심인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의 탄생이 우리의 연도인식의 기준이다. 늘씬한 다리와 오뚝한 코 등 서구적인 미에 얼마나 근접한가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다 우리의 형제들이다. 한국인들이 영화에 나오면 어딘가 왜소하고 칠칠맞아 보인다.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한국인이 맞는가?
그래도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몇 퍼센트나 한국인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정도만 졸업했으며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계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아마도 머리가 대단히 나쁘거나 음악 시간에 딴 짓을 한 사람인에 틀림없다. 그런데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사람들에게 ‘도레미파솔라시’를 아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도레미파...’라는 계명을 아는 사람은 나이가 아주 많이 드신 분들이나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정도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계명은 본래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7음의 모양새를 갖추어 불리기 시작한 것이 1670년경부터이니 약300년의 역사 밖에 안 된 것이다.
독일에서는 벌써 1650년대부터 이 계명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집어치우고 그 대신 독일식 음명 체, 데, 에, 에프, 게, 아로 노래와 악기를 가르치고 있다. 18, 19세기에는 독일인들이 스스로 고안한 숫자 악보나 음어법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레미파...’ 의 계명으로 음악을 배우면, 처음 단계의 쉬운 음악에서는 편리한데 나중에 조가 복잡해지고 무조성의 음악을 대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음명으로 처음부터 음과 음사이의 간격을 생각하며 배운 사람들은 아무리 복잡한 조성의 음악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음악사에서 독일의 음악들이 가곡 중심의 이탈리아를 누르고 서양 음악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마치 세계 음악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개념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자신들의 개념으로 재정립함으로써 그들의 음악 문화가 만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우리의 우수한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그냥 버렸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 음악이 대단히 단조로워서 하품을 일으키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그 속에 서양 것보다 더 자세한 옥타브 개념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식의 고유한 음이름을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율명이라는 것이다. 이 율명은 서양의 계명보다 한층 섬세해서 한 옥타브를 12개의 율로 나누었으며, 그 나누는 방법은 ‘삼분손익법’ 이라는 음계산출방법을 사용한다.
전통 음악엣 기준이 되는 음, 이를테면 이탈리아 음악의 라에 해당하는 음은 황종이다. 황종의 소리를 내는 율관을 기준으로 하고, 그 율관의 길이를 3등분하여 그 중 1/3을 버리고 남은 길이 2/3에 해당하는 율관으로 소리를 내면, 완전5도 높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임종으로 정한다. 이렇게 산출하는 방법을 ‘삼분손일’ 이라 한다. 또한 임종의 율관을 3등분으로 나누고 그 1/3길이를 임종 율관에 더하여 만든 길이 4/3의 율관으로 소리를 내면 임종보다 완전4도 낮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태주로 한다. 이렇게 산출하는 방법을 ‘삼분익일’ 이라 한다. 이렇게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차례대로 반복하여 12율을 만든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에 의한 음의 체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서양의 계명인 ‘도레미파...’만 알고, 그것이 최고의 음악을 배우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도레미파만 배우고 율명은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안 가르쳤을까? 오늘날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홀대와 서양문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 우리 한국인들은 한국인이 아니 서양인의 아류로 만든 이유를 알려면 왜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교육받지 못했느냐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몇 퍼센트 한국인인가?
과연 우리는 한국인이 맞는가?
문성모라는 목사님이 있다. 대전신학대학교 총장으로 재선된 분이다. 문 목사가 독일에 있을 때 대부분의 교인이 대학생들인 어느 한인 교회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문 목사는 한국의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각을 위한 질문’ 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문제를 내었다.
1. 바하를 아십니까? 우륵을 아십니까?
2. 운명 교향곡을 아십니까? 수제천을 아십니까?
3. 소나타 형식을 아십니까? 도드리 형식을 아십니까?
4. 바이올린은 몇 줄입니까? 거문고는 몇 줄입니까?
5. 오선보를 아십니까? 정간보를 아십니까?
6. 평균율은 무엇입니까? 삼분손익법이 무엇입니까?
7. ‘도, 레, 미, 파, 솔’이 무엇입니까? ‘황, 태, 중, 임, 님’이 무엇입니까?
8. 장조와 단조는 무엇입니까? 평조와 계면조는 무엇입니까?
9. ‘레시타티브’는 무엇입니까? ‘아니리’는 무엇입니까?
10. 고전파, 낭만파는 무엇입니까? 아악, 당악, 향악은 무엇입니까?
11. 현악 사중주의 악기 편성은? 삼현육각의 악기 편성은?
12. ‘겨울 나그네’를 아십니까? ‘치화평’을 아십니까?
13. ‘전람회의 그림’을 아십니까? ‘영상회상’을 아십니까?
14. 가곡 ‘보리수’의 가사를 아십니까? 가곡 ‘초수대엽’의 가사를 아십니까?
15. ‘카루소’를 아십니까? ‘임방울’을 아십니까?
16. ‘로렐라이 언덕’을 불러 보십시오. ‘진도아리랑’을 불러 보십시오.
17.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5분의 시간을 주고 오른쪽에 있는 전통 음악에 관한 문제 중 3개 이상의 정답을 맞히는 사람에게는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5분이 흘렀다. 음악 애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왼쪽에 있는 서양 음악에 관한 질문에는 거의 다 답을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른쪽에 있는 우리 전통 음악에 관한 물음에는 3개 이상을 제대로 답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바하라는 독일 작곡가는 알겠는데 우륵이라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무슨 악기의 명인이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거문고가 12줄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정간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삼분손익법이 뭔지, 아니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삼현육각이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단다. ‘치화평’이라고 하니 무슨 중국집 이름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임방울’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말방울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악인 ‘수제천’이나 ‘영산회상’이라는 이름도 처음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되는 가장 기초적인 초수대엽의 기사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심지어는 ‘진도아리랑’을 불러 보라고 했더니 ‘밀양아리랑’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모두가 자신 있게 맞춘 문제는 맨 마지막의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입니까?’ 였다고 한다.
문성모 목사는 이 일화를 전하면서 말하기를 “당신은 독일 사람입니까? 한국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모두 맞는 답을 썼지만, 한편으로 그 대답도 틀린 것 같다고 하였다. 분명히 한국 사람이라고 했으니 한국 사람이겠지만, 한국에 관한 것은 하나도 모르면서 어찌 한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자기 나라 음악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지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지만,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퍼센트 한국인?
그것은 독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속 쌍꺼풀이 진 눈을 갖고 있으며, 한국말을 쓰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고유문자인 한글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 음악보다는 서양 클래식이 더 우아하다고 생각하고, 미팅에서 만난 상대방이 쭉 찢어진 실눈이 아니라 크고 쌍꺼풀진 눈이어야 미인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칠월칠석이 아니라 화이트 데이에 사랑을 고백하고, 연인들의 기념일에는 한식집 보다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간다.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고 어머니는 헨델이라고 알고 있으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위인들은 링컨, 에디슨, 헬렌 켈러 등이고 영조나 정조, 장영실, 이천이 아니다. 서구 문명의 핵심인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의 탄생이 우리의 연도인식의 기준이다. 늘씬한 다리와 오뚝한 코 등 서구적인 미에 얼마나 근접한가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다 우리의 형제들이다. 한국인들이 영화에 나오면 어딘가 왜소하고 칠칠맞아 보인다.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한국인이 맞는가?
그래도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몇 퍼센트나 한국인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정도만 졸업했으며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계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아마도 머리가 대단히 나쁘거나 음악 시간에 딴 짓을 한 사람인에 틀림없다. 그런데 음악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사람들에게 ‘도레미파솔라시’를 아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도레미파...’라는 계명을 아는 사람은 나이가 아주 많이 드신 분들이나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정도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계명은 본래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7음의 모양새를 갖추어 불리기 시작한 것이 1670년경부터이니 약300년의 역사 밖에 안 된 것이다.
독일에서는 벌써 1650년대부터 이 계명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집어치우고 그 대신 독일식 음명 체, 데, 에, 에프, 게, 아로 노래와 악기를 가르치고 있다. 18, 19세기에는 독일인들이 스스로 고안한 숫자 악보나 음어법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레미파...’ 의 계명으로 음악을 배우면, 처음 단계의 쉬운 음악에서는 편리한데 나중에 조가 복잡해지고 무조성의 음악을 대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음명으로 처음부터 음과 음사이의 간격을 생각하며 배운 사람들은 아무리 복잡한 조성의 음악도 능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음악사에서 독일의 음악들이 가곡 중심의 이탈리아를 누르고 서양 음악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마치 세계 음악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개념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자신들의 개념으로 재정립함으로써 그들의 음악 문화가 만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우리의 우수한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그냥 버렸다. 우리는 우리의 전통 음악이 대단히 단조로워서 하품을 일으키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그 속에 서양 것보다 더 자세한 옥타브 개념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식의 고유한 음이름을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율명이라는 것이다. 이 율명은 서양의 계명보다 한층 섬세해서 한 옥타브를 12개의 율로 나누었으며, 그 나누는 방법은 ‘삼분손익법’ 이라는 음계산출방법을 사용한다.
전통 음악엣 기준이 되는 음, 이를테면 이탈리아 음악의 라에 해당하는 음은 황종이다. 황종의 소리를 내는 율관을 기준으로 하고, 그 율관의 길이를 3등분하여 그 중 1/3을 버리고 남은 길이 2/3에 해당하는 율관으로 소리를 내면, 완전5도 높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임종으로 정한다. 이렇게 산출하는 방법을 ‘삼분손일’ 이라 한다. 또한 임종의 율관을 3등분으로 나누고 그 1/3길이를 임종 율관에 더하여 만든 길이 4/3의 율관으로 소리를 내면 임종보다 완전4도 낮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태주로 한다. 이렇게 산출하는 방법을 ‘삼분익일’ 이라 한다. 이렇게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차례대로 반복하여 12율을 만든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에 의한 음의 체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서양의 계명인 ‘도레미파...’만 알고, 그것이 최고의 음악을 배우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도레미파만 배우고 율명은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안 가르쳤을까? 오늘날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홀대와 서양문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 우리 한국인들은 한국인이 아니 서양인의 아류로 만든 이유를 알려면 왜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교육받지 못했느냐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몇 퍼센트 한국인인가?
과연 우리는 한국인이 맞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