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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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
*제44회 - " 가을비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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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4
새벽 4시가 조금 넘어서 누군가가 서재의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다. 누군가하고 돌아보니 가을비였다. 유리창을 통해서 듣는 비소리는 “후두둑 후두둑”이었다. 그런데 유리창을 여니까 그 소리는 천가지 만가지다. “째쟁 째쟁”,“시룩시룩” “부슬부슬” “때랭때랭”,“쪼롱쪼롱”,“짜작짜작”,“카강카강”,“스르르 스르르” ......거기에다가 바람소리까지 백코러스로 나와서 말로서는 묘사할 수도 없는 자연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아파트에서 보이는 주위에 무엇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많은 소리들이 나는 것을 보면 이 단조로운 도시의 아파트 숲 사이에도 꽤나 넓고 많은 생명과 무생명이 함께 있는 것을 비로소 알겠다.
197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싱어(1904~ 1991)은 “모든 인간은 누구나, 설사 그 사람이 백치라 할지라도 감정의 백만장자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뒤집어 얘기하면 자연은, 설사 아무리 단조로운 때라도 소리의 백만장자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잠들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한 밤중에 가만히 들어보면 온갖 소리들이 숨을 죽이며 속삭이고 있으며, 이처럼 새벽 4시에도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또 많은 소리들이 인간에게 듣기고 싶어 소리를 낸다. 그것을 듣는 인간들에게는 이 세상이 더 없이 다채롭고 황홀하지만, 못 듣는 인간들에게는 이 세상이 단조로운 침묵에 지나지 않게 느껴질 것이리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평화와 안식의 메시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이작 싱어는 유대인인데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내게 준 이 영광은 나의 모국어인 유대어에게도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어에는 ‘무기’나 ‘탄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유대어는 잔잔한 해학, 매일 매일의 삶,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가 성취해내는 모든 일들, 그리고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사랑과의 만남에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언어입니다”
과연 유대어가 사랑과 감사만의 언어이고 폭력과 파괴의 언어가 아닌지 그런지는 (맨날 아랍과 전쟁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 수가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평생 아름다운 글을 썼을 것임에 분명하다. 아이작 싱어와의 만남의 순간을 전해주는 장영희 교수는 과연 그의 작품은 늘 ‘모든 사랑과의 만남에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함과 감동이 배어있다고 그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에서 말해준다.
오늘 아침 비소리를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음향의 잔치는, 어쩌면 자연이 다시 인간에게 사랑을 얘기해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웠다는 10월로 해서, 지난번 한번 비가 오긴 했지만 8월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해서, 여전히 물이 모자란 전국에 자연은 가만히 촉촉한 선물을 내려 보내준 것이니까. 그리해서 그동안 뜨거운 햇살에 비실비실 기운을 잃던 나무와 풀들이 제 색깔 찾고 비로소 가을의 그 화려한 색채의 향연에도 본격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이 비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소식으로 메말라지고 신경이 곤두세워졌던 우리들의 마음의 메마름을 적셔주기를 바란다. 이 비로 우리들의 언어가 전쟁과 파괴와 공포들에서 대화와 협력과 건설과 안심, 그리고 서로에의 감사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한국어도 유대어처럼 무기나 탄약과 같은 살벌한 언어는 버리고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그런 언어로 뒤바뀔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음향과 분노로만 가득한 백치의 이야기(셰익스피어,<맥베스>5막5장)”이 아니라 “수많은 사랑의 음향과 색채로 채워진 아름다운 화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른 아침 나는, 어제, 여러 가지 이유로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그릇들을 설거지통에 남겨놓고 그냥 잠자리에 든 부인 생각이 나서, 부엌으로 가서 행주를 잡았다.
197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싱어(1904~ 1991)은 “모든 인간은 누구나, 설사 그 사람이 백치라 할지라도 감정의 백만장자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뒤집어 얘기하면 자연은, 설사 아무리 단조로운 때라도 소리의 백만장자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잠들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한 밤중에 가만히 들어보면 온갖 소리들이 숨을 죽이며 속삭이고 있으며, 이처럼 새벽 4시에도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또 많은 소리들이 인간에게 듣기고 싶어 소리를 낸다. 그것을 듣는 인간들에게는 이 세상이 더 없이 다채롭고 황홀하지만, 못 듣는 인간들에게는 이 세상이 단조로운 침묵에 지나지 않게 느껴질 것이리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평화와 안식의 메시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이작 싱어는 유대인인데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내게 준 이 영광은 나의 모국어인 유대어에게도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어에는 ‘무기’나 ‘탄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유대어는 잔잔한 해학, 매일 매일의 삶,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가 성취해내는 모든 일들, 그리고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사랑과의 만남에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언어입니다”
과연 유대어가 사랑과 감사만의 언어이고 폭력과 파괴의 언어가 아닌지 그런지는 (맨날 아랍과 전쟁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 수가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평생 아름다운 글을 썼을 것임에 분명하다. 아이작 싱어와의 만남의 순간을 전해주는 장영희 교수는 과연 그의 작품은 늘 ‘모든 사랑과의 만남에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함과 감동이 배어있다고 그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에서 말해준다.
오늘 아침 비소리를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음향의 잔치는, 어쩌면 자연이 다시 인간에게 사랑을 얘기해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웠다는 10월로 해서, 지난번 한번 비가 오긴 했지만 8월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해서, 여전히 물이 모자란 전국에 자연은 가만히 촉촉한 선물을 내려 보내준 것이니까. 그리해서 그동안 뜨거운 햇살에 비실비실 기운을 잃던 나무와 풀들이 제 색깔 찾고 비로소 가을의 그 화려한 색채의 향연에도 본격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이 비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소식으로 메말라지고 신경이 곤두세워졌던 우리들의 마음의 메마름을 적셔주기를 바란다. 이 비로 우리들의 언어가 전쟁과 파괴와 공포들에서 대화와 협력과 건설과 안심, 그리고 서로에의 감사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한국어도 유대어처럼 무기나 탄약과 같은 살벌한 언어는 버리고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그런 언어로 뒤바뀔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음향과 분노로만 가득한 백치의 이야기(셰익스피어,<맥베스>5막5장)”이 아니라 “수많은 사랑의 음향과 색채로 채워진 아름다운 화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른 아침 나는, 어제, 여러 가지 이유로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그릇들을 설거지통에 남겨놓고 그냥 잠자리에 든 부인 생각이 나서, 부엌으로 가서 행주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