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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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
*제54회 - " 도소주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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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2016.12.01 03:44
이 해도 저물었구나. 북두(北斗)의 자루가 회전하는 것을 여러 번 우러러 보고, 밤은 얼마나 깊었는가, 홀연히 남쪽 성의 딱딱이 소리에 놀랐네. 물고기(魚)는 갈기를 떨쳐 얼음 위로 솟구치려 하고 뱀(蛇)은 이미 깊은 구렁으로 들어가 비늘을 감추었구나. 오직 할 일 이란 ... 도소주(屠蘇酒)로 진부(陳腐)한 옛 것을 제거하고....교아(膠牙)엿으로 요사한 기운을 물리쳐볼 뿐이다. 집집마다 수세(守歲)하는 기쁨을 함께 하면서 누구나 흐르는 세월의 감회에 잠기는구나.................영처문고1(嬰處文稿一) 서(序)
책벌레로 유명한 청장관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스무살 때인 1761년 신사년(辛巳年)을 보내면서 감회를 읊은 글이다. ‘수세(守歲)’라고 해서 섣달 그믐날 제야(除夜)에 집안 구석구석에 등촉을 밝히고 어른 아이, 주인 노복 할 것 없이 모두가 밤을 새우는 풍습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민간에서는 문 위에 복숭아나무 가지를 꽂고 마당에서 폭죽을 터트렸다고 하는데, 조선 시대로 넘어와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닭이 울 때까지 밤을 새우는 것이 보통이고, 만약 자는 사람이 있으면 눈썹에 분칠을 하고 깨워서 (잠을 잔 그 사이에 눈썹이 하얗게 세웠다고) 놀리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에도 이런 풍습이 남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도소주를 마시며 진부한 옛 것을 보내는 것이다. 도소주(屠蘇酒)는 백출(白朮), 대황(大黃), 길경(桔梗:도라지), 천숙(川椒), 호장근(虎杖根) 등을 썰어서 주머니에 넣어 12월 그믐날 우물 속에 넣어두었다가 정월 초하루 이른 새벽에 꺼내 청주 2병 속에 넣어 가지고 두어 번 끓여 마시는 일종이 약주인데, 중국 후한의 유명한 의사 화타(華陀)가 만들었다고 하고, 당(唐)나라 때 손사막(孫思邈)이 만들었다고도 하는 것으로서 괴질과 악귀를 물리친다고 해서 중국에서 설날 아침에는 꼭 마시는 풍습이 있던 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져서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며 함께 마신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도소주는 어린이가 먼저 마시고 어른들이 나이순으로 늦게 마신다는 점이다. 즉 집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으신 분이 가장 늦게 마시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은 어린이는 한 살을 얻는다는 뜻에서 먼저 마시고, 노인은 한 살을 잃는다는 뜻에서 나중에 마시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야 도소주를 받아 마시면 기쁘겠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기쁘기는 커녕 나이를 의식하게 되어 쓸쓸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그것을 술기운으로 누르는 것이니 자연히 많이 먹게 된다. 인조 때의 명문장가인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1647)은 이 도소주를 무려 열 넉 잔을 마시며 시를 남긴다;
도소주(屠蘇酒) 억지로 마시려니 늙은 이 몸 부끄러워 / 屠蘇强飮笑衰翁
열석 잔 마시고서 열 넉 잔째 채우누나 / 第十三盃十四中
콩죽 달게 드시는 어머님 계셔서 다행이요 / 幸有母親甘啜菽
떠돌이 자손 만나는 것도 위로가 되네 / 更多兒息慰飄蓬
박봉(薄俸)에 매여서도 마음은 늘 고향 생각 / 心思畎畝躬微祿
지난 자취 곡절 많았지만 본심은 충직했다오 / 迹陷機鋒計本忠
오로지 문장을 남기려는 뜻 하늘이 아시는지 / 一片忱誠千古事
새벽 등불 꺼지자 동쪽 해 불끈 솟네 / 曉燈纔黑日昇東
어쨌거나 한 모임에 가서 도소주를 나눌 때에 자신이 늦게 받으면 늦을수록 그만큼 나이가 많은 것이다.
또한 이 때의 풍습으로는 자기 몸의 병을 남에게 팔아버리는 것이 있었다. 설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람을 만나면 그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이 대답하면 “나의 허술한 것을 사가라.” 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보름에 부름을 깨고 이웃집에 가서 친구 이름을 부른 뒤, 그 친구가 멋모르고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라고 하는 현대의 풍습과 비슷하지만 더위 대신에 아예 병을 파는 것이고, 그 파는 때도 대보름이 아니라 설인 것이 다르다.
선조 때에 좌의정을 지내고 여든 네 살까지 산 심수경(沈守慶, 1516~1599)도 젊을 때에 남에게 병을 팔아서 오래오래 살았는가? 심수경은 도소주를 마시고 병을 파는 설의 풍속이 담긴 시를 늘 읊고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도소주 마시는 이 많으니 / 人多先我飮屠蘇
이제는 쇠퇴한 줄 알겠으니 큰 포부를 저버렸다 / 已覺衰遲負壯圖
일마다 병을 파나 병은 끝나지 않으니 / 事事賣癡癡不盡
그대로 옛 나를 가지고 지금의 내가 될 뿐이네 / 猶將古我到今吾
라고 하는 시이다. 80세 되던 설날 아침에는 장난삼아 위의 시의 운을 빌려 다시 시를 짓는데
약한 몸 병이 많아 도소주 빨리 못 깬다 / 微軀多病少醒蘇
80살 강녕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 八十康寧是不圖
어찌 병 팔려고 먼저 술 마실까 / 何用賣癡先飮酒
시 잘 짓는 강한 상대에게 대항해 볼까 / 詩場强敵可支吾
라고 지어서 친구에게 보낸다. 설날 남에게 병을 팔았기에 장수를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래오래 벼슬에 있으면서 수를 누린 노인으로 기록된다.
요즈음에는 양력 1월1일이 되면 정말로 새해를 맞는 것 같고, 설은 새해를 맞는다기 보다는 그저 큰 명절을 맞는 기분인데, 정작 우리들은 인사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느닷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을 듣고는 기겁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인사를 들으면 “새해는 아니니까 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정정해서 답례를 한다.
그런데 새해를 맞는 기분을 가장 현대의 우리들과 비슷하게 그린 분이 인조 때의 문신인 계곡(谿谷) 장유(張維,1587~1638)선생이다. 선생이 27살이던 1614년은 갑인년이었고 그 이듬해가 을묘년. 이 때 새해를 맞아 감회를 담아내는데,
금년은 오늘로 종지부 찍고 / 今年今日盡
내일부턴 바야흐로 을묘년 새해 / 明年明日是
일 년 삼백 예순 날 / 三百有六旬
빠르기가 여울물 같네 / 迅速如湍水
생각하면 옛날 어렸을 적엔 / 念昔稚少日
설날만 돌아오면 어찌 그저 기쁘던지 / 歲時心獨喜
세월 아까운 줄 전혀 모른 채 / 不解惜光陰
동네방네 다니면서 뛰어 놀았지 / 遊戲窮閭里
세월 따라 심정도 변해가는 법 / 心情隨歲變
이제는 만감이 교차하는데 / 萬感紛已起
한 가지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으니 / 壯志百無成
젊음은 정말 믿을 수 없어라 / 盛年不可恃
옛사람들 삼여를 중시했으니 / 故人重三餘
이 틈만 이용해도 공부 넉넉할텐데 / 籍此足文史
병든 몸 근심 걱정 거칠기 그지없어 / 憂病坐鹵莽
책상만 대하면 부끄러움 앞선다오 / 有靦對案几
봄 여름 지난 뒤엔 가을 겨울 찾아오듯 / 元貞有常運
젊었다가 늙는 것은 필연적인 이치인걸 / 壯衰有常理
날로 새롭게 덕 닦는다면 / 德業苟日新
나이 먹는다고 걱정할 게 뭐 있으랴 / 豈復傷髮齒
아직은 잘 해 볼 기회 있으니 / 來者尙可追
이제부턴 모쪼록 다시 시작해야지 / 自此須更始
시를 지어 반성하고 자책하면서 / 題詩以自訟
뜬눈으로 새벽을 밝히는도다 / 不寐達晨晷
.....갑인년 섣달 그믐날 밤의 감회[甲寅除夕有感]
라며 새해에 더 잘해보자는 다짐을 한다.
우리들은 연말이 되면 지난 일 년을 반성하고, 자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그리고 시간을 좀 더 잘 보냈어야 한다며 후회한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임이 이 계곡선생의 시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 나이 먹는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아직은 잘해 볼 기회가 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비록 양력 새해는 그럭저럭 맞이해서 또 한달 이상을 보냈지만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다시 지난 일을 반성하며 뭔가 올해 초에 계획했던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초장점검을 하도록 하자.
옛날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반드시 마셨다는 도소주. 그 전통이 어느 틈엔가 잊혀졋다가 최근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느 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그 틈을 타서 한 주류제조회사가 도소주를 만들어 시중에 내놓기도 했다. 그 재료와 성분이야 예전 기록에 전해지는 것과 일치하지 않겠지만 이름만으로도 전통냄새가 진하게 난다. 그래 내가 새로 나왔다는 상품 도소주를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 중 하나인 도소주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도소주를 구해서 설날 아침에 실컷 마셔볼 일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일본에서도 설에는 꼭 도소주를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
책벌레로 유명한 청장관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스무살 때인 1761년 신사년(辛巳年)을 보내면서 감회를 읊은 글이다. ‘수세(守歲)’라고 해서 섣달 그믐날 제야(除夜)에 집안 구석구석에 등촉을 밝히고 어른 아이, 주인 노복 할 것 없이 모두가 밤을 새우는 풍습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민간에서는 문 위에 복숭아나무 가지를 꽂고 마당에서 폭죽을 터트렸다고 하는데, 조선 시대로 넘어와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닭이 울 때까지 밤을 새우는 것이 보통이고, 만약 자는 사람이 있으면 눈썹에 분칠을 하고 깨워서 (잠을 잔 그 사이에 눈썹이 하얗게 세웠다고) 놀리기도 한다. 우리 어릴 때에도 이런 풍습이 남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도소주를 마시며 진부한 옛 것을 보내는 것이다. 도소주(屠蘇酒)는 백출(白朮), 대황(大黃), 길경(桔梗:도라지), 천숙(川椒), 호장근(虎杖根) 등을 썰어서 주머니에 넣어 12월 그믐날 우물 속에 넣어두었다가 정월 초하루 이른 새벽에 꺼내 청주 2병 속에 넣어 가지고 두어 번 끓여 마시는 일종이 약주인데, 중국 후한의 유명한 의사 화타(華陀)가 만들었다고 하고, 당(唐)나라 때 손사막(孫思邈)이 만들었다고도 하는 것으로서 괴질과 악귀를 물리친다고 해서 중국에서 설날 아침에는 꼭 마시는 풍습이 있던 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져서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며 함께 마신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도소주는 어린이가 먼저 마시고 어른들이 나이순으로 늦게 마신다는 점이다. 즉 집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으신 분이 가장 늦게 마시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은 어린이는 한 살을 얻는다는 뜻에서 먼저 마시고, 노인은 한 살을 잃는다는 뜻에서 나중에 마시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야 도소주를 받아 마시면 기쁘겠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기쁘기는 커녕 나이를 의식하게 되어 쓸쓸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그것을 술기운으로 누르는 것이니 자연히 많이 먹게 된다. 인조 때의 명문장가인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1647)은 이 도소주를 무려 열 넉 잔을 마시며 시를 남긴다;
도소주(屠蘇酒) 억지로 마시려니 늙은 이 몸 부끄러워 / 屠蘇强飮笑衰翁
열석 잔 마시고서 열 넉 잔째 채우누나 / 第十三盃十四中
콩죽 달게 드시는 어머님 계셔서 다행이요 / 幸有母親甘啜菽
떠돌이 자손 만나는 것도 위로가 되네 / 更多兒息慰飄蓬
박봉(薄俸)에 매여서도 마음은 늘 고향 생각 / 心思畎畝躬微祿
지난 자취 곡절 많았지만 본심은 충직했다오 / 迹陷機鋒計本忠
오로지 문장을 남기려는 뜻 하늘이 아시는지 / 一片忱誠千古事
새벽 등불 꺼지자 동쪽 해 불끈 솟네 / 曉燈纔黑日昇東
어쨌거나 한 모임에 가서 도소주를 나눌 때에 자신이 늦게 받으면 늦을수록 그만큼 나이가 많은 것이다.
또한 이 때의 풍습으로는 자기 몸의 병을 남에게 팔아버리는 것이 있었다. 설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람을 만나면 그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이 대답하면 “나의 허술한 것을 사가라.” 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보름에 부름을 깨고 이웃집에 가서 친구 이름을 부른 뒤, 그 친구가 멋모르고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라고 하는 현대의 풍습과 비슷하지만 더위 대신에 아예 병을 파는 것이고, 그 파는 때도 대보름이 아니라 설인 것이 다르다.
선조 때에 좌의정을 지내고 여든 네 살까지 산 심수경(沈守慶, 1516~1599)도 젊을 때에 남에게 병을 팔아서 오래오래 살았는가? 심수경은 도소주를 마시고 병을 파는 설의 풍속이 담긴 시를 늘 읊고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도소주 마시는 이 많으니 / 人多先我飮屠蘇
이제는 쇠퇴한 줄 알겠으니 큰 포부를 저버렸다 / 已覺衰遲負壯圖
일마다 병을 파나 병은 끝나지 않으니 / 事事賣癡癡不盡
그대로 옛 나를 가지고 지금의 내가 될 뿐이네 / 猶將古我到今吾
라고 하는 시이다. 80세 되던 설날 아침에는 장난삼아 위의 시의 운을 빌려 다시 시를 짓는데
약한 몸 병이 많아 도소주 빨리 못 깬다 / 微軀多病少醒蘇
80살 강녕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 八十康寧是不圖
어찌 병 팔려고 먼저 술 마실까 / 何用賣癡先飮酒
시 잘 짓는 강한 상대에게 대항해 볼까 / 詩場强敵可支吾
라고 지어서 친구에게 보낸다. 설날 남에게 병을 팔았기에 장수를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래오래 벼슬에 있으면서 수를 누린 노인으로 기록된다.
요즈음에는 양력 1월1일이 되면 정말로 새해를 맞는 것 같고, 설은 새해를 맞는다기 보다는 그저 큰 명절을 맞는 기분인데, 정작 우리들은 인사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느닷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을 듣고는 기겁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인사를 들으면 “새해는 아니니까 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정정해서 답례를 한다.
그런데 새해를 맞는 기분을 가장 현대의 우리들과 비슷하게 그린 분이 인조 때의 문신인 계곡(谿谷) 장유(張維,1587~1638)선생이다. 선생이 27살이던 1614년은 갑인년이었고 그 이듬해가 을묘년. 이 때 새해를 맞아 감회를 담아내는데,
금년은 오늘로 종지부 찍고 / 今年今日盡
내일부턴 바야흐로 을묘년 새해 / 明年明日是
일 년 삼백 예순 날 / 三百有六旬
빠르기가 여울물 같네 / 迅速如湍水
생각하면 옛날 어렸을 적엔 / 念昔稚少日
설날만 돌아오면 어찌 그저 기쁘던지 / 歲時心獨喜
세월 아까운 줄 전혀 모른 채 / 不解惜光陰
동네방네 다니면서 뛰어 놀았지 / 遊戲窮閭里
세월 따라 심정도 변해가는 법 / 心情隨歲變
이제는 만감이 교차하는데 / 萬感紛已起
한 가지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으니 / 壯志百無成
젊음은 정말 믿을 수 없어라 / 盛年不可恃
옛사람들 삼여를 중시했으니 / 故人重三餘
이 틈만 이용해도 공부 넉넉할텐데 / 籍此足文史
병든 몸 근심 걱정 거칠기 그지없어 / 憂病坐鹵莽
책상만 대하면 부끄러움 앞선다오 / 有靦對案几
봄 여름 지난 뒤엔 가을 겨울 찾아오듯 / 元貞有常運
젊었다가 늙는 것은 필연적인 이치인걸 / 壯衰有常理
날로 새롭게 덕 닦는다면 / 德業苟日新
나이 먹는다고 걱정할 게 뭐 있으랴 / 豈復傷髮齒
아직은 잘 해 볼 기회 있으니 / 來者尙可追
이제부턴 모쪼록 다시 시작해야지 / 自此須更始
시를 지어 반성하고 자책하면서 / 題詩以自訟
뜬눈으로 새벽을 밝히는도다 / 不寐達晨晷
.....갑인년 섣달 그믐날 밤의 감회[甲寅除夕有感]
라며 새해에 더 잘해보자는 다짐을 한다.
우리들은 연말이 되면 지난 일 년을 반성하고, 자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그리고 시간을 좀 더 잘 보냈어야 한다며 후회한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임이 이 계곡선생의 시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 나이 먹는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아직은 잘해 볼 기회가 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비록 양력 새해는 그럭저럭 맞이해서 또 한달 이상을 보냈지만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다시 지난 일을 반성하며 뭔가 올해 초에 계획했던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초장점검을 하도록 하자.
옛날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반드시 마셨다는 도소주. 그 전통이 어느 틈엔가 잊혀졋다가 최근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느 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그 틈을 타서 한 주류제조회사가 도소주를 만들어 시중에 내놓기도 했다. 그 재료와 성분이야 예전 기록에 전해지는 것과 일치하지 않겠지만 이름만으로도 전통냄새가 진하게 난다. 그래 내가 새로 나왔다는 상품 도소주를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 중 하나인 도소주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도소주를 구해서 설날 아침에 실컷 마셔볼 일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일본에서도 설에는 꼭 도소주를 마신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