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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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
*제30회 - " 까마귀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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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4
서양 사람들에게 있어서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통하는 것 같다. 성경에서 보면 대홍수 때에 노아가 방주에서 세상에 물이 빠졌는지 살펴보라고 까마귀를 날려보냈는데, 물이 빠졌는지 안빠졌는지 노아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저 혼자 도망쳐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때문일까 서양 역사를 내려오면서 음울한 옛 이야기나 전설에 까마귀가 등장하고, 그 역할도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영화에서도 기분 나쁜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까마귀는 불길한 새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까마귀가 울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등 불길한 새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까치는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믿는 등 좋은 새로 알려져 있다. 까치는 마을을 수호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서낭신의 사자(使者)로서, 신탁(神託)을 맡은 영물(靈物)로 인식되었고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알며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로 인식하여 왔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까치와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유난히 많고, 이 가운데는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받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까치보다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고 한다. 까마귀가 울면 나쁜 일을 미리 알려주어 오히려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새라고 믿는단다. 나쁜 일을 알려준다고 믿는 것은 우리와 일본 두 나라가 같은데 해석은 정 반대로 하는 것이다. 또 까마귀가 울면 좋은 사람이 온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확실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전통적으로 까마귀를 어떻게 생각했느냐를 본다면 까마귀를 나쁜, 불길한 새라고 생각한 것은 서양문화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목소리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도 예전에 까마귀를 나쁜, 불길한 새라고 보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증거가 고구려 벽화에 수없이 보이는 해와 달의 그림 가운데, 해 속에 들어가 있는 세발 달린 까마귀이다. 까마귀가 불길한 새라면 그런 그림을 그렸을 리가 없다. 이 때의 까마귀는 해의 정(精)으로 여겨진다. 옛날에는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가 태양 속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런 까마귀와 해 그림이 그려진 고구려 고분은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 1호, 2호 고분, 개마총, 강서중묘 등 열 군데가 넘는다.
또 까마귀는 효자 새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어미에게 되레 먹이를 가져다 주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명나라 때 지은 `본초강목'에는 “까마귀는 새끼였을 때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주지만 어미가 늙어 먹이사냥을 못하게 되면 새끼가 먹여 살린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비롯된 말이 ‘반포(反哺)’라는 말이다. 되돌릴 반(反) 먹을 포(哺)로, 바로 까마귀의 `먹이 되돌림'을 일컬으며, 이런 효도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부른단다. 까마귀의 효성을 미리 알고 이를 배우려고 힘쓰는 것이다. 조선 고종 때 박효관이란 사람은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였던고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라고 그 덕을 읊었다. 지난 2월에는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목숨을 구한 육군 병사와 그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었는데,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이 “반포지교(反哺之敎)를 몸소 실천했다”고 표현하며 이 주인공의 효성을 기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까마귀를 보고 자랐다는 어떤 이는 까마귀가 매우 우애가 있는 새라고 전한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산정에 모여 서로 까불며 놀다가 어두워지면 잠자리로 돌아가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다시 한 곳에 모여 이리 날고 저리 뛰며 함께 우애를 나눈 뒤 제 삶터로 간다고 한다.
까마귀는 또 조직의 이로움을 그 어떤 새보다도 잘 알아 똑똑한 까마귀가 나오면 그 주위에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모여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장 까마귀는 무리를 이끌되 군림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옛날에는 까마귀들이 마을 옆에 있는 느티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일이 많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그런 저런 것들을 감안하면 까마귀를 흉조로 보는 생각은, 서양문화가 전래되면서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까마귀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까마귀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과 울산광역시가 가장 대표적이고 제주도도 좀 있는 모양이다. 철원군의 경우에는 까마귀가 떼지어 앉아 고랭지 채소를 쪼아먹는 모습이 TV화면으로 보도된 후 해당지역의 농작물 주문량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울산에도 5~6년 전부터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어 해거름이면 주택가 주위를 날아다녀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고 한다.
까마귀떼가 날아들면, 아무래도 까마귀는 흉조라는 인식 때문에, 누구나 께름직할 것이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전염우려로 더욱 불안해진다. 그런데 울산의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는 발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까마귀떼를 아예 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태화강 대숲에서부터 경주까지 이어지는 까마귀떼의 서식·먹이활동경로를 추적하는 ‘울산 떼까마귀와 추억만들기 탐사 행사를 생각했다고 한다. 동물생태 전문가인 한국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를 초청해 동행하는 이 행사에서는 태화강 하구․대숲의 철새탐조활동에서부터 일출과 일몰 때 까마귀의 군무를 감상하고 떼까마귀 이동경로 추적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세상 열기 등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 우려로 시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유발했던 까마귀떼의 무해성을 설명하고, 태화강 일대가 훌륭한 철새 도래지로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는데 우리의 인식을 역으로 이용한 발상이 재미있다.
울산의 까마귀떼는 매년 11월쯤부터 날아들어 다음해 2월쯤 최대 5만~6만 마리로 늘어나며, 태화강 삼호대숲 일대를 중심으로 겨울을 난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까마귀떼 분변 검사 결과 AI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까마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까치가 좋은 새라는 인식이 차츰 바뀌고 있다. 가을에 과수원의 배를 하나도 남겨놓지 않는다고 해서 총을 가지고 잡기까지 한다. 예전에 배 쪽의 흰 부분 때문에 깔끔한 신사로 여겨지던 까치, 반면에 온몸이 온통 새까매서 흉조로 여겨지던 까마귀, 이 두 새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8%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나홀로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는 `오는 2020년이 되면 부부만 사는 가구가 18.9%, 1인 가구가 21.5%로 전체가구의 40.4%가 2인 이하의 가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그만큼 노인들이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대구에선 빌려간 돈 6천만 원을 갚으라며 부모 집에서 행패를 부리던 30대 남자가 끝내 부모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까마귀만도 못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멀리했던 까마귀의 미덕, 곧 이제 자식이 노인을 부양하는 반포지교가 더욱 절실해지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까치보다는 까마귀를 더 본받으려 해야 할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까마귀가 울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등 불길한 새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까치는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믿는 등 좋은 새로 알려져 있다. 까치는 마을을 수호하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서낭신의 사자(使者)로서, 신탁(神託)을 맡은 영물(靈物)로 인식되었고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알며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로 인식하여 왔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까치와 관련된 설화와 전설이 유난히 많고, 이 가운데는 까치가 인간에게 도움을 받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까치보다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고 한다. 까마귀가 울면 나쁜 일을 미리 알려주어 오히려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새라고 믿는단다. 나쁜 일을 알려준다고 믿는 것은 우리와 일본 두 나라가 같은데 해석은 정 반대로 하는 것이다. 또 까마귀가 울면 좋은 사람이 온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확실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전통적으로 까마귀를 어떻게 생각했느냐를 본다면 까마귀를 나쁜, 불길한 새라고 생각한 것은 서양문화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목소리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도 예전에 까마귀를 나쁜, 불길한 새라고 보지 않았던 것 같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증거가 고구려 벽화에 수없이 보이는 해와 달의 그림 가운데, 해 속에 들어가 있는 세발 달린 까마귀이다. 까마귀가 불길한 새라면 그런 그림을 그렸을 리가 없다. 이 때의 까마귀는 해의 정(精)으로 여겨진다. 옛날에는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가 태양 속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이런 까마귀와 해 그림이 그려진 고구려 고분은 쌍영총, 각저총, 덕흥리 1호, 2호 고분, 개마총, 강서중묘 등 열 군데가 넘는다.
또 까마귀는 효자 새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어미에게 되레 먹이를 가져다 주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명나라 때 지은 `본초강목'에는 “까마귀는 새끼였을 때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주지만 어미가 늙어 먹이사냥을 못하게 되면 새끼가 먹여 살린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비롯된 말이 ‘반포(反哺)’라는 말이다. 되돌릴 반(反) 먹을 포(哺)로, 바로 까마귀의 `먹이 되돌림'을 일컬으며, 이런 효도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부른단다. 까마귀의 효성을 미리 알고 이를 배우려고 힘쓰는 것이다. 조선 고종 때 박효관이란 사람은
“뉘라서 까마귀를 검고 흉타 하였던고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퍼하노라”
라고 그 덕을 읊었다. 지난 2월에는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목숨을 구한 육군 병사와 그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었는데,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이 “반포지교(反哺之敎)를 몸소 실천했다”고 표현하며 이 주인공의 효성을 기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까마귀를 보고 자랐다는 어떤 이는 까마귀가 매우 우애가 있는 새라고 전한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산정에 모여 서로 까불며 놀다가 어두워지면 잠자리로 돌아가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다시 한 곳에 모여 이리 날고 저리 뛰며 함께 우애를 나눈 뒤 제 삶터로 간다고 한다.
까마귀는 또 조직의 이로움을 그 어떤 새보다도 잘 알아 똑똑한 까마귀가 나오면 그 주위에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모여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장 까마귀는 무리를 이끌되 군림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옛날에는 까마귀들이 마을 옆에 있는 느티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일이 많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그런 저런 것들을 감안하면 까마귀를 흉조로 보는 생각은, 서양문화가 전래되면서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까마귀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까마귀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과 울산광역시가 가장 대표적이고 제주도도 좀 있는 모양이다. 철원군의 경우에는 까마귀가 떼지어 앉아 고랭지 채소를 쪼아먹는 모습이 TV화면으로 보도된 후 해당지역의 농작물 주문량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울산에도 5~6년 전부터 까마귀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어 해거름이면 주택가 주위를 날아다녀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고 한다.
까마귀떼가 날아들면, 아무래도 까마귀는 흉조라는 인식 때문에, 누구나 께름직할 것이다.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전염우려로 더욱 불안해진다. 그런데 울산의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는 발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까마귀떼를 아예 관광자원화하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태화강 대숲에서부터 경주까지 이어지는 까마귀떼의 서식·먹이활동경로를 추적하는 ‘울산 떼까마귀와 추억만들기 탐사 행사를 생각했다고 한다. 동물생태 전문가인 한국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를 초청해 동행하는 이 행사에서는 태화강 하구․대숲의 철새탐조활동에서부터 일출과 일몰 때 까마귀의 군무를 감상하고 떼까마귀 이동경로 추적해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세상 열기 등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 우려로 시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유발했던 까마귀떼의 무해성을 설명하고, 태화강 일대가 훌륭한 철새 도래지로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는데 우리의 인식을 역으로 이용한 발상이 재미있다.
울산의 까마귀떼는 매년 11월쯤부터 날아들어 다음해 2월쯤 최대 5만~6만 마리로 늘어나며, 태화강 삼호대숲 일대를 중심으로 겨울을 난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까마귀떼 분변 검사 결과 AI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까마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까치가 좋은 새라는 인식이 차츰 바뀌고 있다. 가을에 과수원의 배를 하나도 남겨놓지 않는다고 해서 총을 가지고 잡기까지 한다. 예전에 배 쪽의 흰 부분 때문에 깔끔한 신사로 여겨지던 까치, 반면에 온몸이 온통 새까매서 흉조로 여겨지던 까마귀, 이 두 새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8%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나홀로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는 `오는 2020년이 되면 부부만 사는 가구가 18.9%, 1인 가구가 21.5%로 전체가구의 40.4%가 2인 이하의 가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그만큼 노인들이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대구에선 빌려간 돈 6천만 원을 갚으라며 부모 집에서 행패를 부리던 30대 남자가 끝내 부모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까마귀만도 못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멀리했던 까마귀의 미덕, 곧 이제 자식이 노인을 부양하는 반포지교가 더욱 절실해지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까치보다는 까마귀를 더 본받으려 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