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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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
*제16회 - " 5월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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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2016.12.01 03:44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순한 얼굴”
이 멋진 말은 무엇을 형용한 것일까? 바로 5월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원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오월’에 쓴 표현인데 바로 그 표현자체가 막 세수를 한 것처럼 신선하고 산뜻하다.
5월이 이처럼 멋진 달이 되는 것은 바로 신록이 있기 때문이다. 갓 나온 잎들은 연해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보드랍고 상큼하다. 오월엔 하늘도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하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나뭇잎들 사이로 맑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 좋은 때, 즉
“푸른 하늘과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때에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에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듯 한 이런 때.....” (이양하, ‘신록예찬’ 중)
이양하 선생은 이런 때를 당하면 곁에 비록 친한 친구가 있고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실토한다.
지난 주 회사 직원들과 함께 다녀온 청계산이 바로 그랬다.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목을 점령(?)하고 있는 나무들은 골짜기를 따라 나무향인 치톤피스를 강력하게 내려보내고 있었다. 등성이로 올라가니 거대한 연초록의 바다가 펼쳐지면서 우리는 마치 초록으로 물든 바닷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 듯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신록의 내음에 몸을 맡겨야했다. 우리들의 가슴은 맑은 공기에 황홀해져서 그동안 말 못하고 속으로만 담아왔던 도시생활의 찌꺼기들을 통해내기에 바빴다.
그래! 정말 우리들은 왜 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데 마음의 영일(寧日)을 갖지 못하는 가? 이런 때를 틈타서 잠깐이나마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지 않은가?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은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이양하 ‘신록예찬’)
아마도 신록에 관한 한 가장 멋진 글을 남긴 이양하 선생은, 과연, 신록을 대하고는 자신도 신록이 되는 경험을 하신 모양이다. 말하자면 신록과 사람이 주객일체(主客一體)에다가 물심일여(物心一如)가 된 듯하다. 우리가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아무 것도 없어도 마치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스럽고, 마음 속의 파도나 소용돌이가 없이 기쁨과 넉넉함이 가슴을 채우게 될 것이다. 결국 마음에는 평화가 깃들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오월이란 계절에는 무조건 산으로 가 볼 일이다. 거기서 이양하 선생이 표현한 것처럼 오감의 행복을 다는 느끼지 못하고 다만 일부분이라도 느낀다면 그것으로서 그의 몸에는 일년을 견딜 넉넉함과 평화가 채워질 것이니까 그것을 일 년 동안 험한 세파에서 조금씩 나눠가며 상쇄시키는 것이다.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자녀를 데리고 산에 같이 가서 자연 속에서 대화를 할 일이다. 아버지건 어머니건 집 안에서 학교 성적표를 보며 나누는 대화보다는, 순수한 초록의 바다에서 온 몸이 초록으로 물들어진 가운데 대화를 한다면 서로의 관계를 가로막던 심리적인 장벽도 없어지고 우리들은 좀 더 솔직하고 편하게 함께 미래를 생각하고 희망을 같이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정에 의해서 어려운 분이라면 집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이양하 선생의 수필집 ‘신록예찬’을 찾아서 다시 책장을 열어 볼 일이다.
집안에 책이 없다면 이를 핑계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책방을 찾아서 구해서 볼 일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대리로라도 경험할 수 있는 게 책이 아니던가? 책은 이 세상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인생을 신록처럼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니까.
유엔이 정한 책의 날은 4월 23일이었지만 책에 관한 행사는 오월에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헤이리 가는 길목에 자리한 파주 출판도시에서는 ‘어린이 책 잔치’(www.pajubfc.org)가 13일까지 펼쳐진다. 춘천시 남이섬에서는 5월부터 두 달간 ‘세계 책나라 축제’가 열린다. 책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그림·책·디자인’전도 괜찮다.
어린이들은 새싹이라고 표현된다. 어린이들을 보면 신록을 보는 듯 아름답고 상쾌하다. 그들을 더욱 싱그럽게 크도록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는 자녀와 함께 신록을 찾아가서 자연을 맛보며 대화를 하는 일이요,
@두 번째는 손을 잡고 도서매장이나 행사장을 찾아서 게임기 대신 책을 한보따리 안겨주는 일이다.
이미 중고생으로 성장한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 애들이 부모와 대화도 않고 물음에 대답도 않는 현상을 토로하며 그것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 때문이 아니냐고 가슴을 치는 모습들을 본다. 신록과 책은 어울리지 않는 주제이지만, 어린이날이 낀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하루 동안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된다. 자연에서 못하면 책에서라도 신록을 느끼고 그 신록을 자녀에게도 나눠줄 일이다.
이 멋진 말은 무엇을 형용한 것일까? 바로 5월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원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오월’에 쓴 표현인데 바로 그 표현자체가 막 세수를 한 것처럼 신선하고 산뜻하다.
5월이 이처럼 멋진 달이 되는 것은 바로 신록이 있기 때문이다. 갓 나온 잎들은 연해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보드랍고 상큼하다. 오월엔 하늘도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하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나뭇잎들 사이로 맑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 좋은 때, 즉
“푸른 하늘과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때에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에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듯 한 이런 때.....” (이양하, ‘신록예찬’ 중)
이양하 선생은 이런 때를 당하면 곁에 비록 친한 친구가 있고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실토한다.
지난 주 회사 직원들과 함께 다녀온 청계산이 바로 그랬다.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목을 점령(?)하고 있는 나무들은 골짜기를 따라 나무향인 치톤피스를 강력하게 내려보내고 있었다. 등성이로 올라가니 거대한 연초록의 바다가 펼쳐지면서 우리는 마치 초록으로 물든 바닷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 듯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신록의 내음에 몸을 맡겨야했다. 우리들의 가슴은 맑은 공기에 황홀해져서 그동안 말 못하고 속으로만 담아왔던 도시생활의 찌꺼기들을 통해내기에 바빴다.
그래! 정말 우리들은 왜 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데 마음의 영일(寧日)을 갖지 못하는 가? 이런 때를 틈타서 잠깐이나마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지 않은가?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은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이양하 ‘신록예찬’)
아마도 신록에 관한 한 가장 멋진 글을 남긴 이양하 선생은, 과연, 신록을 대하고는 자신도 신록이 되는 경험을 하신 모양이다. 말하자면 신록과 사람이 주객일체(主客一體)에다가 물심일여(物心一如)가 된 듯하다. 우리가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아무 것도 없어도 마치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스럽고, 마음 속의 파도나 소용돌이가 없이 기쁨과 넉넉함이 가슴을 채우게 될 것이다. 결국 마음에는 평화가 깃들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오월이란 계절에는 무조건 산으로 가 볼 일이다. 거기서 이양하 선생이 표현한 것처럼 오감의 행복을 다는 느끼지 못하고 다만 일부분이라도 느낀다면 그것으로서 그의 몸에는 일년을 견딜 넉넉함과 평화가 채워질 것이니까 그것을 일 년 동안 험한 세파에서 조금씩 나눠가며 상쇄시키는 것이다.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자녀를 데리고 산에 같이 가서 자연 속에서 대화를 할 일이다. 아버지건 어머니건 집 안에서 학교 성적표를 보며 나누는 대화보다는, 순수한 초록의 바다에서 온 몸이 초록으로 물들어진 가운데 대화를 한다면 서로의 관계를 가로막던 심리적인 장벽도 없어지고 우리들은 좀 더 솔직하고 편하게 함께 미래를 생각하고 희망을 같이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정에 의해서 어려운 분이라면 집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이양하 선생의 수필집 ‘신록예찬’을 찾아서 다시 책장을 열어 볼 일이다.
집안에 책이 없다면 이를 핑계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책방을 찾아서 구해서 볼 일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대리로라도 경험할 수 있는 게 책이 아니던가? 책은 이 세상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인생을 신록처럼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니까.
유엔이 정한 책의 날은 4월 23일이었지만 책에 관한 행사는 오월에도 곳곳에서 이어진다. 헤이리 가는 길목에 자리한 파주 출판도시에서는 ‘어린이 책 잔치’(www.pajubfc.org)가 13일까지 펼쳐진다. 춘천시 남이섬에서는 5월부터 두 달간 ‘세계 책나라 축제’가 열린다. 책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열리는 ‘그림·책·디자인’전도 괜찮다.
어린이들은 새싹이라고 표현된다. 어린이들을 보면 신록을 보는 듯 아름답고 상쾌하다. 그들을 더욱 싱그럽게 크도록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는 자녀와 함께 신록을 찾아가서 자연을 맛보며 대화를 하는 일이요,
@두 번째는 손을 잡고 도서매장이나 행사장을 찾아서 게임기 대신 책을 한보따리 안겨주는 일이다.
이미 중고생으로 성장한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 애들이 부모와 대화도 않고 물음에 대답도 않는 현상을 토로하며 그것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 때문이 아니냐고 가슴을 치는 모습들을 본다. 신록과 책은 어울리지 않는 주제이지만, 어린이날이 낀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하루 동안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된다. 자연에서 못하면 책에서라도 신록을 느끼고 그 신록을 자녀에게도 나눠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