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이동식
1953년 생.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후 1977년 KBS에 입사하여 30여 년을 현장에서 보낸 언론인이다. 초대 북경특파원, 런던지국장, 과학부장, 국제부장, 보도제작국장, 문화담당....< 더보기 >

*제51회 - " 물병좌 "

영광도서 0 626
When the moon is in the Seventh House
And Jupiter aligns with Mars
태양이 제7궁으로 들어설 때,
목성이 화성과 나란히 설 때에
Then peace will guide the planets
And love will steer the stars
그러면 평화가 행성들을 안내하고
사랑이 별들을 인도할 것이다.
This is the dawning of the age of Aquarius
Age of Aquarius
이제 물병좌시대가 오고 있다.
물병좌의 시대가!
Aquarius!
Aquarius!
물병좌!
물병좌!

무언가로 초대하는 듯한 강력한 비트음을 깔면서 공중에 떠다니는 듯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노래, 1969년 미국 팝 음악계의 최대의 히트였던 이 노래를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무려 6주 동안 연속해서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고 300만 장 이상이 팔려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인 ‘5차원’그룹에게 두 번째로 ‘그 해의 레코드 상’을 안겨준 이 노래는, 가사내용이 사랑이나 이별 우정 등의 흔한 소재가 아니라 물병좌를 소재로 한 특이한 노래인데도, 그처럼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이 노래는 뮤지컬 ‘헤어’라는 작품에 나오는 것으로, 머리를 길게 기르고 마리화나를 피던 히피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의 주제가였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어퀘리어스, 곧 물병좌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병좌의 시대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물병좌는 알다시피 황도 12궁의 11번째 별자리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태양은 가만히 있고 지구가 태양을 일년에 한 번씩 도는데, 지구가 돌 때마다 태양 뒷편의 별자리가 바뀌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그래서 마치 태양이 별자리를 지나는 셈이 된다. 일년을 보면 양좌에서부터 황소좌, 쌍둥이좌, 게좌, 사자좌 등으로 차례로 지나가게 되는데, 11번째에 물병좌를 지난다.

그러나 이 노래가 의미하는 물병좌의 시대는 일년을 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 2천여 년을 주기로 하는 보다 큰 개념의 시대라고 한다. 그것은 점성학에서 온 개념이다. 점성학에서는 태양과 수많은 행성이 있는 은하계가 보다 거대한 황도를 돌고 있어서, 예를 들어 2천여 년이 지나면 한 별자리에서 다름 별자리로 옮겨간다고 한다. 그런 개념에서 현대는 물고기좌에서 물병좌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런 점성학을 바탕으로 시대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일군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이른바 ‘뉴 에이지’ 추종자들이다. 그들에 의하면 태양이 차례로 이 황도(별자리)를 통과할 때마다 12개의 별자리의 하나 하나에서 나오는 주요 광선의 에너지가 우리 문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예를 들면 6,000년 전에는 황소좌 시대였는데, 이 때에는 황소를 숭배하는 자들이 성행했고, 4천년에서 2천 년 전 사이는 양좌 시대로서, 유대교와 양의 뿔을 부는 것이 그것을 의미하며, 모세의 이야기에서 금송아지를 믿는 사람들이 배척당하는 것이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천 년 전부터는 물고기좌 시대로서 로마제국이 일어날 때와 일치하며 이 때는 로마제국과 예수 그리스도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가 말하는 물병좌 시대는 이제 물고기좌가 끝나고 물병좌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기 2000년부터가 뉴밀레니엄이라고 해서 같은 개념이라고 보기 쉽지만 꼭 이 때에 시작된 것만은 아니고 하여튼 2000년을 전후해서 새로운 물병좌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이 특별한 노래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물병좌 시대는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갈등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물병으로 상징되듯, 인간 영혼의 참 자유를 표현해 주고 있다고 뉴 에이지 추종자들은 보고 있다. 그리하여 세상이 아주 다른 세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한 생각이 이 노래의 후반부에도 나타나고 있다.

Harmony and understanding
Sympathy and trust abounding
조화와 이해,
공감과 풍부한 신뢰
No more falsehoods or derisions
Golden living dreams of visions
거짓이나 조롱이 없이
황금의 빛나는 환상의 꿈
Mystic crystal revelation
And the mind's true liberation
신비로운 보석처럼 드러나는
우리 마음의 진정한 해방이여
Aquarius!
Aquarius!
물병좌!
물병좌!

이처럼 물병좌 시대의 도래를 믿는 사람들은 새 시대가 이때까지 역사 속에서 나타난 많은 종교적 스승들의 도움으로 영성적으로 자유로움과 새로움의 깨우침이 이루어지는 개인적 영성 시대가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가 아니라 예언자나 인간의 영적 스승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에서 믿는 창조와 구원의 의미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다. 야훼 하느님이 창조주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기본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개인의 영성이 개발되면 얼마든지 개인도 영적인 자유와 해방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시대가 오고 있는가? 만약 그런 시대가 정말로 온다면 전통종교, 특히 기독교나 천주교는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인간이 영적 각성을 통해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면 우주는 본래부터 하나이며 각 인간은 모든 작은 우주이며 그러한 인간들의 모임이 바로 우주라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전통적인 하나님의 개념은 소멸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하고 새로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했다. 이번 즉위과정을 통해 16세기 말라시가 남긴 교황에 대한 예언이 다시 맞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말로 그 예언이 맞았다면 그의 그 다음 예언, 이번 교황은 짧고 다음 교황이 즉위하는데, 그는 제 1대 교황인 베드로의 재림으로서, 마지막이라는 예언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다음 교황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맞는다면, 그것은 바로 이러한 ‘뉴 에이지’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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