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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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
*제78회 - " 망국의 음악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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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4
그 옛날 망국의 음악
중국의 춘추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위나라 공이 진나라로 가던 도중 복수 강변에 이르자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멋진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영공은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서서 잠시 넋을 잃고 듣다가 수행중인 사연이란 악사에서 그 음악을 잘 기억해 두라고 했다. 곧이어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진나라 평공 앞에서 이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고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들은 새로운 음악’이라고 자랑했다. 당시 진나라에는 사광이라는 유명한 악사가 있었는데, 그가 위나라 영공이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입궐해 그 음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황급히 사연의 손을 잡고 연주를 중지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망국의 음악’이오.”
이 말에 깜짝 놀란 영공과 평공에게 사광은 그 내력을 이렇게 말했다.
“그 옛날 은나라 주왕에게는 사연이라는 악사가 있었사옵니다. 당시 폭군 주왕은 사연이 만든 ‘신성백리’라는 음미한 음악에 도취되어 주지육림속에서 음일에 빠졌다가 결국 주나라 무왕에게 주벌당하고 말았나이다. 그러자 사연은 악기를 안고 복수에 투신자살했는데, 그 후 복수에서는 누가나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사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국의 음악’ 이라고 무서워하며 그곳을 지날 땐 귀를 막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망국지음’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났다는 것인데, 이 나라를 망치는 음악 외에도 ‘망국조’라는 것이 있다. 수나라 2대 황제인 양제가 아직 황제에 오르기 전 진나라와 싸워 이를 멸망시킬 때의 일이다.
진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이름이 진숙보였다. 역사상 황제의 호칭을 받지 못해 후주라고 부르는데, 지금의 남경인 건강에 도읍을 정하고는 강남의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생을 향락에 바쳤다. 그는 검은 머리 길이가 7자나 되는 장여화라는 소녀를 총애해서 귀비로 승격시킨 뒤 정사를 볼 때도 무릎에 앉힌 채 대신들을 맞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궁중에 임춘, 결기, 망선 등 세 전각을 짓고 그 안에 장귀비 외에도 많은 후궁을 살도록 한 뒤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면서 쾌락에 몸을 맡겼다고 한다. 특히 천 명이나 되는 소녀들을 뽑아 노래 경영을 시키면서 자신이 직접 지은 노래를 부르도록 했는데, 그 노래가 질펀한 남녀상열지사를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옥수후정화란 곡이다.
높은 누각과 마주한 화려한 집 꽃 숲에서
새로 단장한 아름다움에 성도 기울겠구나
엉긴 교태 문에 비치어 짐짓 움직이지 않는 듯
휘장을 나온 교태는 보내며 서로 맞이하네.
요염한 궁녀의 뺨은 이술 머금은 꽃,
옥 등잔의 흐르는 빛이 뒤뜰을 비추는구나.
수나라 군대를 이끌고 총공격에 나선 양관은 마침내 수도를 함락시키고 황제인 진숙보를 찾도록 했는데, 병사들이 궁중의 우물을 뒤지다가 우물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진숙보가 거기 숨어 있었다. 그래서 밧줄을 당기니 뜻밖에도 너무나 무겁더라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진숙보는 그 와중에도 후궁인 장귀비와 또 다른 후궁인 공숙빈을 끼고 우물 속에 피신해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황제가 되기 전인 총사령관 양광은 일찍부터 장귀비의 미모에 대해 들은 바 있어 그녀를 잡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수나라의 장수는 이 여자가 나중에 나라를 망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장귀비를 곧바로 처형해버렸다. 붙잡힌 진숙보는 처형되지 않고 몇십 년을 더 살았지만 향락을 좋아하다 나라를 망친 군주로 후세의 조롱을 받았다.
후대인 당나라 때의 시인 두목은 남경에서 밤을 지내다 기생들이 여전히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감회에 젖어 유명한 시 한 수를 남겼다.
안개 찬 물에 드리우고, 달빛 하얗게 모래를 비추는 밤
이 밤 진회강에서 자는데, 강 건너는 온통 주막이구나.
기녀들은 망국의 한이 당긴 줄도 모르고
강 건너에서 ‘옥수후정화’ 노래를 부르고 있네.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고려 충혜왕이 뒤뜰에서 여자들과 어울리며 불렀다는데, 조선조 세종대왕이 이 노래를 없애도록 했다고 한다.
망국의 습속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배우자나 애인의 누드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려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음란 사이트 운영자와 회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발됐다고 한다. 회원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와 현직 군수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이 실제 아내임을 증명하려고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까지 올린 경우도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가족의 사진까지도 내놓고 파는 행위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가히 '망국지속‘, 곧 나라를 망하게 하는 습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 가족을 팔아먹었던 일이 아득한 옛날에는 있었다고 들었지만, 현대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그런 것을 파는 사람이나 돈 주고 보는 사람이나 공희 윤리와 도덕이 마비된,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음란함의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를 좀먹는 해충이 되고 있다.
그 문제의 근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음란 사진을 올려 돈 받는 행위를 묵과한 것이 문제를 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대 통신회사에서 노골적으로 음락 화면 장사를 하도록 한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일부 배우들만이 옷을 벗다가 이제는 여염의 젊은 여성들도 돌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위에 그런 사진들이 넘쳐나고 있고, 인터넷은 연일 그런 사진과 동영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IT강국이라는 미명아래 기술적인 진보에만 관심을 두었지, 기술의 목적을 바로잡거나 기술의 파장을 생각하지 않은 탓에 인터넷과 모바일 전파를 타고 온갖 음란물이 우리 사회에 넘치게 됨으로써 우리의 도덕의식이 이같이 급속도록 한꺼번에 무어진 것이다.
이러한 망국의 습속을 대체 어찌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건전한 사회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대의 ‘옥수후정화’가 세상을 흔드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각성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 또한 촉구된다.
중국의 춘추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위나라 공이 진나라로 가던 도중 복수 강변에 이르자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멋진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영공은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서서 잠시 넋을 잃고 듣다가 수행중인 사연이란 악사에서 그 음악을 잘 기억해 두라고 했다. 곧이어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진나라 평공 앞에서 이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고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들은 새로운 음악’이라고 자랑했다. 당시 진나라에는 사광이라는 유명한 악사가 있었는데, 그가 위나라 영공이 새로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입궐해 그 음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황급히 사연의 손을 잡고 연주를 중지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망국의 음악’이오.”
이 말에 깜짝 놀란 영공과 평공에게 사광은 그 내력을 이렇게 말했다.
“그 옛날 은나라 주왕에게는 사연이라는 악사가 있었사옵니다. 당시 폭군 주왕은 사연이 만든 ‘신성백리’라는 음미한 음악에 도취되어 주지육림속에서 음일에 빠졌다가 결국 주나라 무왕에게 주벌당하고 말았나이다. 그러자 사연은 악기를 안고 복수에 투신자살했는데, 그 후 복수에서는 누가나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사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국의 음악’ 이라고 무서워하며 그곳을 지날 땐 귀를 막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망국지음’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났다는 것인데, 이 나라를 망치는 음악 외에도 ‘망국조’라는 것이 있다. 수나라 2대 황제인 양제가 아직 황제에 오르기 전 진나라와 싸워 이를 멸망시킬 때의 일이다.
진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이름이 진숙보였다. 역사상 황제의 호칭을 받지 못해 후주라고 부르는데, 지금의 남경인 건강에 도읍을 정하고는 강남의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생을 향락에 바쳤다. 그는 검은 머리 길이가 7자나 되는 장여화라는 소녀를 총애해서 귀비로 승격시킨 뒤 정사를 볼 때도 무릎에 앉힌 채 대신들을 맞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궁중에 임춘, 결기, 망선 등 세 전각을 짓고 그 안에 장귀비 외에도 많은 후궁을 살도록 한 뒤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면서 쾌락에 몸을 맡겼다고 한다. 특히 천 명이나 되는 소녀들을 뽑아 노래 경영을 시키면서 자신이 직접 지은 노래를 부르도록 했는데, 그 노래가 질펀한 남녀상열지사를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 ‘옥수후정화란 곡이다.
높은 누각과 마주한 화려한 집 꽃 숲에서
새로 단장한 아름다움에 성도 기울겠구나
엉긴 교태 문에 비치어 짐짓 움직이지 않는 듯
휘장을 나온 교태는 보내며 서로 맞이하네.
요염한 궁녀의 뺨은 이술 머금은 꽃,
옥 등잔의 흐르는 빛이 뒤뜰을 비추는구나.
수나라 군대를 이끌고 총공격에 나선 양관은 마침내 수도를 함락시키고 황제인 진숙보를 찾도록 했는데, 병사들이 궁중의 우물을 뒤지다가 우물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진숙보가 거기 숨어 있었다. 그래서 밧줄을 당기니 뜻밖에도 너무나 무겁더라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진숙보는 그 와중에도 후궁인 장귀비와 또 다른 후궁인 공숙빈을 끼고 우물 속에 피신해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황제가 되기 전인 총사령관 양광은 일찍부터 장귀비의 미모에 대해 들은 바 있어 그녀를 잡아오기만을 기다렸으나, 수나라의 장수는 이 여자가 나중에 나라를 망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장귀비를 곧바로 처형해버렸다. 붙잡힌 진숙보는 처형되지 않고 몇십 년을 더 살았지만 향락을 좋아하다 나라를 망친 군주로 후세의 조롱을 받았다.
후대인 당나라 때의 시인 두목은 남경에서 밤을 지내다 기생들이 여전히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감회에 젖어 유명한 시 한 수를 남겼다.
안개 찬 물에 드리우고, 달빛 하얗게 모래를 비추는 밤
이 밤 진회강에서 자는데, 강 건너는 온통 주막이구나.
기녀들은 망국의 한이 당긴 줄도 모르고
강 건너에서 ‘옥수후정화’ 노래를 부르고 있네.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고려 충혜왕이 뒤뜰에서 여자들과 어울리며 불렀다는데, 조선조 세종대왕이 이 노래를 없애도록 했다고 한다.
망국의 습속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배우자나 애인의 누드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려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음란 사이트 운영자와 회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발됐다고 한다. 회원 중에는 대학 겸임교수와 현직 군수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이 실제 아내임을 증명하려고 자녀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까지 올린 경우도 있어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가족의 사진까지도 내놓고 파는 행위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가히 '망국지속‘, 곧 나라를 망하게 하는 습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 가족을 팔아먹었던 일이 아득한 옛날에는 있었다고 들었지만, 현대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그런 것을 파는 사람이나 돈 주고 보는 사람이나 공희 윤리와 도덕이 마비된,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음란함의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를 좀먹는 해충이 되고 있다.
그 문제의 근저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음란 사진을 올려 돈 받는 행위를 묵과한 것이 문제를 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대 통신회사에서 노골적으로 음락 화면 장사를 하도록 한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일부 배우들만이 옷을 벗다가 이제는 여염의 젊은 여성들도 돌을 벌기 위해 옷을 벗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위에 그런 사진들이 넘쳐나고 있고, 인터넷은 연일 그런 사진과 동영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IT강국이라는 미명아래 기술적인 진보에만 관심을 두었지, 기술의 목적을 바로잡거나 기술의 파장을 생각하지 않은 탓에 인터넷과 모바일 전파를 타고 온갖 음란물이 우리 사회에 넘치게 됨으로써 우리의 도덕의식이 이같이 급속도록 한꺼번에 무어진 것이다.
이러한 망국의 습속을 대체 어찌 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건전한 사회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대의 ‘옥수후정화’가 세상을 흔드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각성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 또한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