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식의 다섯 계절의 노래


 

이동식
1953년 생.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후 1977년 KBS에 입사하여 30여 년을 현장에서 보낸 언론인이다. 초대 북경특파원, 런던지국장, 과학부장, 국제부장, 보도제작국장, 문화담당....< 더보기 >

*제86회 - "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살고 싶습니까? "

영광도서 0 1,108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살고 싶습니까?“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살고 싶습니까?”
이런 고약한 질문을 한 인터넷 사이트가 던지자 8천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70%가 “싫다. 다른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당연히 한국인으로 살고 싶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고 “잘 모르겠다”도 7.9%였다고 해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난해 미국의 한 대학 교수팀이 실시한 국제비교조사와 맥을 같이 한다. 미국 일리노이 주 브래들리 대학의 데이비드 슈미트 교수는 53개국 1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개인이 갖는 자부심을 조사한 결과, 자부심이 가장 강한 국민들은 세르비아인들이고, 가장 약한 나라는 일본인으로 집계됐으며, 한국도 매우 낮아 에티오피아에 이어 44위로 집계됐다고 전한다. 자부심이 강한 국민들은 1위부터 차례로 칠레, 이스라엘, 페루, 에스토니아인들의 순서로, 미국은 6위였으며, 반대로 자부심이 가장 낮은 국민들은 일본, 홍콩, 방글라데시, 체코공화국, 대만인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한마디로 ‘싫다’는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가장 많은 네티즌이 ‘교육 문제’를 꼽았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 한국의 지옥 같은 입시 전쟁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봤자 사회에 나오면 써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빈부 격차를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싫은 이유로 꼽은 이들도 있었다. 부패한 정치와 군대, 취업난 등도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는 이유에 들었다. 요약하면 입시 지옥, 빈부 격차, 부패 정치, 군대 문제, 취업난 등이 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과연 한국은 다시 태어나 살고 싶지 않은 나라인가?
네티즌들의 반응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며, 그 반응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태어나서 사는 나라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당연한 현실에서, 더구나 숱하게 들어온 대로 ‘국토는 좁고 자원은 없고 인구는 많은’ 작은 나라에서, 전 국민이 이민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들여다본다면, 과연 한국이란 나라가 그처럼 ‘싫은’ 나라일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글과 사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교수님, 현실 세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발전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어디입니까?”
“한국입니다. 한국인은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딛고 일어나, 다른 나라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동시에 독재 정권에 항거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할 정도로 첨단기술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퍼져 있고, 2002년에는 네티즌의 힘으로 개혁적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했습니다.”
- 2003년 MIT대학에서 촘스키 교수가 MBA과정 학생들과 나누었던 대화

“한국인이 옳았다. 농민 시위는 한국의 탁월한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이뤄진 문화를 잘 설명해준다. 이같이 훌륭한 조직화라는 강점으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 그들은 디자인과 브래드화로 중국 시장을 폭풍처럼 휩쓸었고, 그들의 성공은 최상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뛰어넘는 쾌거였다.”
- 앤디 시에(모건 스탠리 홍콩 지점장)

“한국 바둑의 원동력은 특유의 생명력이다. 일본 미학이 순풍에서는 강하지만 위기에 허약한 반면 야생의 한국류는 위기에 봉착할수록 강인한 생명력을 토해 내었고, 그것이 기적의 승리로 이어졌던 것이다. 잘 짜인 특은 아름답다. 그러나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 강하다. 한국류가 세계 바둑을 지배하게 된 사연이다.”
- 중앙일보 2005.3.24

“한국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45년 광복 이후 60년간 한국 교육이 이룬 성과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하다.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 베리 맥고(OECD 교육국장)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 평등을 이룩하고 있다... 학생 성적과 부모의 사회, 경제, 문화적 지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우 학생의 성적이 부모에 따라 결정되는 비율은 14.2%이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인 20.3%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는 한국이 학생 개인의 노력과 학교 교육에 따라 85.8%정도의 학업성취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마이클 세스(미 제임스 메디슨 대학 교수)

우리는 왜 한국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을까? 밖에서 보는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한국은 중국 옆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나라이며, 일본을 우습게 아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다.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다. 또 세계를 리드하는 IT 강국이며, 교육열이 세계 최고이고, 세계 제일의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정이 넘친다. 할리우드 영화가 지배하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축구와 야구에서 세계 4강을 성취한 유일한 나라다... 이 밖에도 한국인은 당당히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가 한국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이유는 너무나 힘든 근현대사를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제외하고는 한국인들은 굴곡지고 억압받고 부조리한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감시병이라고 할 언론도, 저항과 고발이 최고의 미덕이어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보도하는 데 더 익숙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 좋지 않은 점만 많이 다른 것이 그만큼 우리 사회, 우리나라를 좋지 않게 보게 만들고, 그것이 우리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낮춘 것 같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시 이 땅에 태어나기보다는 다른 나라, 다른 땅에 태어나기를 바라고, 차라리 이민을 갔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런 한국인들,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외국으로 나갔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제목은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 이 책은 신문사 기자를 거친 한 전직 언론인이 ‘한국인이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국과 한국인의 위대함에 대해서 쓴 글이다.

“한국인은 누구보다 경쟁심이 강하고 성취욕이 높되 시기심이 많다. 때문에 한국인이야말로 가장 자본주의자들이다."

"한국인에게는 두 가지 피가 흐른다. 하나는 만주 땅을 호령하던 북방 몽골계 적손으로서 선취적으로 유전화한 ‘전사 기질’ 이요, 다른 하나는 한반도 농경 사회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후천적으로 체득화한 ‘선비 기질’이다. 이 두 가지 피가 어떻게 결합되는냐에 따라 한국인의 삶과 역사가 결정됐다.

“한국인의 머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능지수 테스트를 하면 한국은 항상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툰다.”

이 책에서는 과거 한국병으로 불렸던 한국인의 단점들이 실은 근거 없는 오해였거나, 아니면 어엿한 장점으로 바뀌어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부정적으로만 비춰졌던 냄비 근성은 사실 한국인에게 잠재된 폭발적 에너지이며, 손가락질 받던 빨리빨리 정신은 21세기 발전의 점화선이라고 말한다. 망국병이라고 비판받던 한국인의 교육열이 실은 성취의 원동력이요, 빈약함과 초라함으로 해석되던 한국 문화 및 문화재는 서툰 기교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21세기는 한국이 리드하는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 대립이나 계층간 불화를 지양하고 서로 열린 마음과 통합의 정신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매진해 나가자고 호소한다. 결국 저자는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하고, 비판보다 격려와 칭찬을, 분열보다 통합을, ‘우리끼리’보다 세계로 뻗어나가 다 함께 잘 사는 21세기 선진 한국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의 낮은 자부심이 근거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갖고 있던 낮은 자부심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해약을 끼쳐왔다. 자부심이 부족한 사회는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구성원 상호간에도 너그럽게 이해하려는 관용이나 타협은 물론 남을 감싸안는 포용이나 배려는 더욱 부족하다. 우리가 자부심을 되찾게 되면 진정한 관용과 개방, 호혜, 자율의 정신으로 움직이며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룩하는 그런 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만났던 한 프랑스인이 생각났다. 한국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한국과 한국 문화를 좋아했던 그 분은 임기가 끝나고 돌아가기 전에 신문 연재 등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가운데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내가 만난 한국인 중에는 자신이나 한국인 전체, 혹은 대한민국에 대해 의외로 자부심이 약하고 평가에 인색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정과 사랑이 많고 아름다운 민족인지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것은 헛된 자부심이나 교만이 아니다. 민족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당연한 권리‘이다.“
- 미셸 캉페아니 알리안츠 생명 사장

자! 이제 한국을 떠나고 싶은 국민들이여,
우리 한국인을 다시 보자. 한국 사회를 다시 보자.
급속한 경제 신장과 다양한 문화 발전을 이룩한 우리 한국인의 능력을 재인식하자. 그런 인식을 가진다면 그 다음에는 한국에 살든, 외국에 나가서 살든 상관없다. 한국인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식만 한다면 능히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벌써 지쳐 멈칫거리면 안 된다. 우리는 더 미쳐야한다. 코리아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계는 한국인들의 재도전을 기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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