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김윤환
(주)영광도서 대표이사 | 경영학 박사
yhkim@ykbook.com
[약력] 경남 함안 대산 구혜 출생(1949).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졸업,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영학석사, 부산대학교 국제학석사, 동아대학교대학원 경영학박사. ‘87 JCI부산시지구 회장, '88한국청년회의소중앙부회장, '89부산시체육회이사, 한국청년회의소 연수원 교수부장, (사)목요학술회 부회장, '06국제신문 부사장, 부산고등법원민사 조정위원, 부산문화재단 이사, (사)한국마케팅관리학회 부회장, 2014부산ITU전권회의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2014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부산광역시 새마을회 회장, 부산새마을신문 발행·편집인 등 역임...< 더보기 >

*제102회 - " 안되면 될 걸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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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포기를 잘했다. 남보다 못한다 싶으면 금방 흥미를 잃었다. 핑계를 찾는 데는 선수였다.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가치 없는 일이야’ 근거를 붙였다. 흥미를 잃는 순간 내게는 가치 없는 일이 됐다.

 그 덕에 인생이 줄줄이 포기의 연속이다. 학창 시절 시작은 체육이었다. 둔한 운동 신경을 탓하는 대신 ‘내겐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해’라고 했던 것 같다. 체육을 포기하곤 마음껏 싫어했다. 다음은 수학. ‘문학 소녀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기계적인 과목’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런 내 이야기야 도전의지 박약자의 하릴없는 회고고, 며칠 전 SNS에 올라온 ‘트위터 시인’ 하상욱의 글이 인상적이다. “필요가 없는 건데 능력이 없는 거래. 코끼리는 점프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점프할 필요가 없는 거야.”

 냉큼 공유했다. ‘내 인생을 위한 변명’이란 부제를 달고서다.

 얼마 전 그의 인터뷰 기사도 생각났다. ‘안되면 되게 하라’가 아니라 ‘안되면 포기하라’ ‘안되면 될 걸 하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다. “포기하지 말란 말에는 억압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포기한다고 인생을 포기하는 건 아니지 않나. 포기란 다른 걸 시작하는 거다.” “어려서부터 나보다 잘하는 애가 있으면 금방 포기가 됐다. 희망, 꿈, 힐링 같은 말을 싫어한다. 막 살자는 게 아니다. 지금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하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뭘 잘하고 못하는지 알아야 한다.”

 ‘네 꿈을 좇으라’는 강박과 ‘하면 된다’는 개발시대의 잠언 이후 모두가 일등을 향해 달려온 한국 사회가 한번쯤 귀 기울일 말이다. 요즘은 ‘일등병’도 모자라 모두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하는 ‘만능병’에 걸린 한국 사회다. 공부도 일도 연애도 잘하고, 외모도 스펙도 다 갖춰야 하며, 유행하는 온갖 트렌드를 쫓아가느라 허덕이는 사회다. 말로야 ‘잘하는 게 하나만 있으면 된다’면서도 모두가 전인적 인간을 꿈꾸며 기력을 소진시킨다. 꿈을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누구나 ‘일등 만능인’이 될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인생을 저당 잡힌 불행한 사회다.

 이때 포기란 비겁한 후퇴가 아니라 제 삶을 진짜 가볍고 자유롭게 하는 인생의 기술 아닐까. 책 『강점혁명』도 비슷한 조언을 한 바 있다. “네가 못하는 것을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잘하는 것을 잘하라.”

[중앙일보 2014.7.12 분수대 -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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