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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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제34회 - " 지하철 문고를 살립시다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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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5
1996년 6월 처음 생긴 지하철 독서마당은 애초 지하철 역사(驛舍) 내의 여유 공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독서마당이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역은 모두 108개 역이라 한다. 만남의 장소로 지하철역은 괜찮은 공간이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서가와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독서하기 좋은 곳이다.
독서 인구의 확대와 여가 선용이라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지하철 문고가 지금 난처한 지경이다. 20 년 된 책, 5년 지난 잡지, 수학 교과서, 참고서, 성인 만화, 오래된 위인전, 낡고 헤진 어린이 도서 등이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장은 텅 비어 있고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위에 예를 든 책들이다.
서점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독서마당은 기증한 책으로 운영되고 있다. 역 인근 종교단체, 시민단체, 회사 등이 기증의 주체다. 영광도서 또한 초기부터 책을 기증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서점만의 의무 사항이 아니다. 지식과 지혜를 나누려는 시민정신, 세련된 기부 문화와 관련이 있다.
폐품 직전인 책은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 정보성, 교양성이 낙후된 책도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기부해야한다. 내가 유익하게 읽은 책을 기부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관리의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요원이 독서마당을 관리하고 있다. 도서관처럼 사서 직원을 둘 수는 없지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는 필요하다. 독서마당을 관리하는 것보다 지하철 안전시설을 관리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의 봉사 정신을 발휘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우리나라 지하철 화장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시설과 청결 상태가 금메달감이다. 화장실에 쏟는 정성을 서가에 조금만 나누면 가능할 것 같다.
앉아서 기부하는 책만 받을 것이 아니라 홍보를 통해 좋은 책을 기부 받는 노력도 필요하다. 익명의 다수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즐겁다. 개인의 헌신적인 노력이 분명히 확산된다. 지하철역 우산 빌려주기는 이미 성공했다. 어느 한 역에서 성공적인 독서마당 운영 사례가 나오면 분명 확대될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시민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정기적인 기부를 유도해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출판사와 기업체가 일회성이 아닌 기부를 고려해 봄직하다. 그것은 결국 독서 인구를 확대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일이다.
관리의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도난, 분실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위험한 발언을 상기한다. 그 책이 결국 한국 땅 어디엔가 있고 누군가 읽고 있다면 크게 서운하지 않다. 그러나 성숙된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도난은 없어져야 한다. 손에 들고 다니며 읽다가 다 읽으면 자기 서재 책꽂이에 꽂듯이 지하철 문고에 넣은 익명의 손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지하철 역사는 작은 공간이지만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종 문화 행사도 열어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지하철역도 있다.
목적지를 향해 바삐 가다가 의자에 앉아 잠시 책을 읽다가, 무명 음악도의 연주를 듣다가 약속 시간을 어겨도 친구가 크게 탓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전동차는 어김없이 굉음을 내며 빠르고 힘차게 달리지만 우리는 잠시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4분 후면 열차가 또 옵니다. 그래도 뛰시겠습니까?’ 지하철 역사에는 그런 표어가 적혀있다. (*)
독서 인구의 확대와 여가 선용이라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지하철 문고가 지금 난처한 지경이다. 20 년 된 책, 5년 지난 잡지, 수학 교과서, 참고서, 성인 만화, 오래된 위인전, 낡고 헤진 어린이 도서 등이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책장은 텅 비어 있고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위에 예를 든 책들이다.
서점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독서마당은 기증한 책으로 운영되고 있다. 역 인근 종교단체, 시민단체, 회사 등이 기증의 주체다. 영광도서 또한 초기부터 책을 기증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서점만의 의무 사항이 아니다. 지식과 지혜를 나누려는 시민정신, 세련된 기부 문화와 관련이 있다.
폐품 직전인 책은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 정보성, 교양성이 낙후된 책도 기부하지 말아야 한다.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기부해야한다. 내가 유익하게 읽은 책을 기부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관리의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요원이 독서마당을 관리하고 있다. 도서관처럼 사서 직원을 둘 수는 없지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관리는 필요하다. 독서마당을 관리하는 것보다 지하철 안전시설을 관리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의 봉사 정신을 발휘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우리나라 지하철 화장실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시설과 청결 상태가 금메달감이다. 화장실에 쏟는 정성을 서가에 조금만 나누면 가능할 것 같다.
앉아서 기부하는 책만 받을 것이 아니라 홍보를 통해 좋은 책을 기부 받는 노력도 필요하다. 익명의 다수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즐겁다. 개인의 헌신적인 노력이 분명히 확산된다. 지하철역 우산 빌려주기는 이미 성공했다. 어느 한 역에서 성공적인 독서마당 운영 사례가 나오면 분명 확대될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시민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정기적인 기부를 유도해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출판사와 기업체가 일회성이 아닌 기부를 고려해 봄직하다. 그것은 결국 독서 인구를 확대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일이다.
관리의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도난, 분실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위험한 발언을 상기한다. 그 책이 결국 한국 땅 어디엔가 있고 누군가 읽고 있다면 크게 서운하지 않다. 그러나 성숙된 시민정신을 발휘하여 도난은 없어져야 한다. 손에 들고 다니며 읽다가 다 읽으면 자기 서재 책꽂이에 꽂듯이 지하철 문고에 넣은 익명의 손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지하철 역사는 작은 공간이지만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종 문화 행사도 열어서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지하철역도 있다.
목적지를 향해 바삐 가다가 의자에 앉아 잠시 책을 읽다가, 무명 음악도의 연주를 듣다가 약속 시간을 어겨도 친구가 크게 탓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전동차는 어김없이 굉음을 내며 빠르고 힘차게 달리지만 우리는 잠시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4분 후면 열차가 또 옵니다. 그래도 뛰시겠습니까?’ 지하철 역사에는 그런 표어가 적혀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