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김윤환
(주)영광도서 대표이사 | 경영학 박사
yhkim@ykbook.com
[약력] 경남 함안 대산 구혜 출생(1949).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졸업,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영학석사, 부산대학교 국제학석사, 동아대학교대학원 경영학박사. ‘87 JCI부산시지구 회장, '88한국청년회의소중앙부회장, '89부산시체육회이사, 한국청년회의소 연수원 교수부장, (사)목요학술회 부회장, '06국제신문 부사장, 부산고등법원민사 조정위원, 부산문화재단 이사, (사)한국마케팅관리학회 부회장, 2014부산ITU전권회의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2014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부산광역시 새마을회 회장, 부산새마을신문 발행·편집인 등 역임...< 더보기 >

*제71회 - " 마당 쓸던 청소부에서 최고의 명인명장이 되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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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모(歲暮)의 키워드는 실패, 위기, 위축 등인 것 같다. 불황, 실업, 부도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었다. 사방에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관료들이 머리를 짜낸 정책들은 허공의 헛발질이기 일쑤다. 정치가들이 벌이는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전쟁에는 이제 관심도 없다. 차라리 혹세무민하는 신흥종교 교주에게 매달리고 싶은 심정들이다.

그러나 언땅을 녹이고 세상에 희망의 씨를 심는 이는 영웅, 선동가가 아니다. 우리가 발딛고 사는 세상은 환타지가 아니다. 손수건을 흔들어 꽃다발을 만들고 빈깡통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마술사가 암울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앉은 자리가 불편해도, 화려한 조명이 없어도, 묵묵히, 고통을 친구로 여기며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세상의 희망이다. 김규환 명장은 좌절한 이들을 위한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신화다. 쉽게 이루고 쉽게 포기하는 시대의 마지막 신화다. 위기(危機)는 위험+기회이다. 모두에게 위기라면 위기가 아닐 수 있고, 위안이 될 수도 있다.

김규환은 강원도 가난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끼니조차 잇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던 소년이었다. 무지랭이 시골 소년이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 명장이 되기까지의 벅찬 인간 승리의 감동이 『어머니, 저는 해냈어요』(김영사)라는 자서전에 알뜰하게 담겨있다.

그 뒤에는 땀과 노력 그리고 그를 지탱시켜 주는 회사(대우종합기계)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꿈을 향한 노력을 끊임없이 할 수 있게 해 준 회사.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신도임을 당당하게 말한다. 심지어 그는 자녀들의 이름까지 '품질'과 '관리'라고 지으려고 했다는 에피소드까지 있다.

모든 것을 쉽게 이루고 쉽게 포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한 가지 일에 목숨 걸고 노력한다는 그의 인생관은 어쩌면 구닥다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그가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탁월한 성취를 이룬 인물이라면 분명 그에게는 배워야 할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학력으로 5개 국어를 마스터했다. 새벽 세 시에 어시장에서 배달, 여덟 시에 회사 출근, 밤 열 시까지 잔업, 열 두 시에 자고, 또 세 시에 어시장 가고...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중,고등학교를 독학으로 독파하고 국립창원기능대학까지 들어갔다.

또한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매일 한 문장씩 똑같은 것을 열 장을 복사해 눈길 닿는 곳마다 붙여놓고 외웠다. 그러기를 6개월, 영어·독일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5개 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었다.

김규환 명장은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과 연세대학교, 사관학교, 국방과학기술연구소 등 유수의 기업과 학교에서 앞다투어 초빙하려고 하는 명강사이다. 운전면허 학과시험과 국가기술 자격증 등 각종 시험에 있어서 9전10기만에 합격, 초정밀 기계 가공의 핵심 기술을 알아내기 위한 2년 6개월간의 연구. 그가 최고의 강사로 대접받는 것은 이러한 과정의 시행착오 그리고 피눈물로 이룬 인생 역정과 그만의 독특한 공부 비법 때문이다.

평범에도 못미치는 부족한 조건 투성이였던 시골 소년은 꼼꼼히 계획하고 성실히 실천하며 늘 도전하는 것을 생활화하여 이제는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김규환 명장은 다른 자서전과는 달리 대필 작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기계를 대할 때의 장인의 자세로 이 책을 만드는 데도 임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책의 내용은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하고, 재미있다 못해 박장대소할 만하며, 감동적이다 못해 눈물겹다. 학벌도 재산도 없는 그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기막힌 사연이며 아내와 이십 년 간 매일 맞절하며 살아가고 있는 특이한 집안 분위기,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재학중인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이야기 등 그의 성공 뒤에 있는 가정 얘기도 들려준다. 이 책은, 실패와 좌절의 늪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선지식의 설법 못지않은 서늘한 죽비가 될 것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 승진과 자기계발을 꿈꾸는 사회인에게는 재미있는 에세이이자 유익한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다.

그의 집 가훈은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이다. 그의 신조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죽으려는 용기가 있으면 살기 위해 목숨을 걸어라. 죽을 목숨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사람이 이긴다. 실패는 없다, 과정만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고 용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춥고 시린 계절 탓만 하고 있기에는 아직 우리들의 피가 너무 뜨겁다. 한 권의 책이 움츠려진 가슴에 불을 지피고 새해를 향해 팔을 걷어 부치게 한다. 열대 사막에도 꽃이 자라고 만년 동토의 땅에도 생명이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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