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 "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 "

무한경쟁, 무한질주, 적자생존은 당분간 혹은 상당기간 유효할 인류의 행동지침이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화두다. 부모가 자식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사장이 사원하게 힘주어 강조하는 사항이다. 역사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의 외진 곳에서, 고된 수행을 거친 선지식의 입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헐레벌떡에만 길들여진 삶을 반성해야 한다는 경고에 귀 귀울일 필요가 있다.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무리에 휩쓸려 정신없이 질주해야 정상적 삶이라고 누가 규정했나?

늦다고 재촉하는 이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 보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 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의 형태가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 쪽에 내가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 귀한 사람이 된다.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어 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굳이 세상과 발 맞추고 너를 따라 보폭을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하지 말고 욕심을 타이르면서 천천히 가자.

돌릴 수 없는 순간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가 인생을 떳떳하게 하며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다. 불행의 원천은 불필요한 비교 때문이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흘리는 땀이 가장 소중하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했다면 등수 때문에 인생을 소진시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그 고통을 인정하고 고난을 통해 새 힘을 얻어 '화이팅'을 외치며 성실하게 땀 흘리는 사람이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고귀한 땀을 흘리다보면 어느 새 자신이 선 자리가 괜찮게 바뀌어져 있다.

존재를 잃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다.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다.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

삶의 목표는 일등이 아니다.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어쩜 우리네 삶 자체가 고통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조화와 존중이 최고의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다섯 손가락이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우기며 다투었다. 엄지손가락이 말하길, 나는 최고, 일등, 으뜸이라고 할 때 치켜세우니 내가 최고야. 집게손가락 왈, 방향이나 사물을 가리킬 때 내가 쓰이니 내가 최고다. 가운데 손가락은 자기가 키가 가장 크니 최고라고 주장했다. 네번 째 손가락(약지)은, 가장 값진 반지를 끼우는 손가락이 바로 자기니까 내가 최고야.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이 말했다. 소중한 약속을 할 때는 바로 내가 나선다. 그래서 내가 최고야.
묵묵히 듣고 있던 손바닥이 말했다. 너희 모두 내 몸에 붙어 있다. 내가 없으면 너희들은 존재할 수 없단다.

그렇다. 모든 존재는 사명과 가치가 있다. 단지 역할이 다를 뿐이다. 사장의 역할이 있고 수위, 청소부의 역할이 있다. 역할의 우열은 없다. 사장 없는 회사가 존재할 수 없고 수위, 경비원 없는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 역할의 차이에 따라 차림새와 보수의 차이가 있지만 역할의 가치는 대등하다. 회사를 발전시키고 망하게 하는 것은 사장도 할 수 있고 수위도 할 수 있다. 사장이 경영을 잘하면 회사가 발전하고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유흥오락에 탐닉한다면 그 회사는 망한다. 경비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회사를 지키면 회사가 발전하고 임무에 불성실하면 도난과 화재로 회사가 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운명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업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경비원의 제복은 장군의 제복과 같다. 가정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 학교, 직장이 최고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온 것이 아니라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다. 남편이, 아내가 인기 연예인보다 더 낫다. 연예인은 상품이다. 인기를 위해 웃음을 웃고 자신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한다. 그러나 아내나 남편은 나만을 위해 봉사하고 웃는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최고의 학교다. 재미있는 선생님도 있고 독사 선생님, 미친 개 선생님도 있는 최고의 학교다. 역사가 오래지 않은 신설학교라면 머잖아 내가 바로 대선배가 된다. 내가 다니는 직장이 최고다. 단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그런 건 시야에서 삭제시켜 버린다. 장점을 발굴하기 시작하면 금세 최고의 직장이 된다.

자신의 선택이 최고였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하루 신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을,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불행해진다. 넥타이 메고 양복 입고 다녀도 우거지상이 있고 작업복을 입고 다녀도 화사한 얼굴이 있다. 즐겁게 일하고 공부하는 이에게 하루가 짧지만, 끌려서, 떠밀려서 일하고 공부하는 이에게는 하루 해는 길고도 길다. 내일 아침이 빨리 오길 기다리는 자가 있고 내일 아침이 지겹고 두려운 자가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할 길은 분명하다.

내일 아침에는 천천히, 뚜벅뚜벅, 듬직하게, 남들과는 다른 가슴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