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 " 명예훼손 전성시대 "

요즘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가 바쁩니다. 입과 손이 자유로운 자는 자유롭게 떠듭니다. 그러나 방종은 잠깐이나 피해는 심각합니다.

제1항 :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죄는 추상적 위험범, 거동범, 즉시범, 전형적인 표시범죄입니다. 형법 제 307조(명예훼손)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의해 처벌됩니다.

미국 제26대 대통령 테오도어 루즈벨트 (1858년10월27일~1919년1월6일)는 어느 날 한 잡지를 보다가 자신이 형편없는 술주정뱅이라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놀란 그는 비서관을 불러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의했습니다. 비서관은 당장 잡지사 사장과 기자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 주자고 건의했습니다. 그건,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한 '루즈벨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정식으로 고소를 하세!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 해야겠네!”

며칠 뒤 재판이 열렸습니다. 예민한 문제인 만큼 판사는 신중하게 한 사람 한 사람씩 심문을 하고는 배심원들과 논의했습니다.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잡지의 기사는 허위로 판명이 됨. 명예를 훼손한 것이 인정되는 바 대통령에게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라!”

판결이 내려지자 방청석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들 손해배상금을 내고 나면 잡지사는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때 판사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이 요구한 손해 배상액은......... 1달러입니다. 이만 재판을 마치겠습니다.”

방청석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으며, 비서관은 루즈벨트에게 실망스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각하! 명예훼손의 대가가 고작 1달러란 말입니까?”

그러자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내겐 손해 배상 금액은 하나도 의미가 없다네. 중요한 것은 진실이야. 그리고 진실의 판단은 권력이 아니라 재판이지.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오해는 풀렸을 것이고 나는 그것으로 만족 한다네.”

참으로 애교 있는 대응, 현명한 재판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또한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글 밑에 남길 수 있는 ‘댓글’은 자신의 의견을 남기는 형태에서 점점 상대방을 비방하고 욕설을 하며, 마녀사냥까지 하게 되는 형태로 변화하여 ‘악플’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플의 원인을 익명성 뒤에 숨은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특징에서 찾습니다. 이성적인 논리가 아니라 숨어서 욕과 함께 자극적인 감정을 표출하면서 인터넷 공간을 감정의 배출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악플러들은 익명이 다수이기 때문에 자신의 악플에 대한 자책감이나 문제의식을 갖지 못합니다. 악플의 심리는 지나친 비판의식, 부정적 사고, 시기 질투의 심리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을 상대로 하는 악플에는 이러한 심리적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생활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연예인들에 대한 심한 시기 질투와 함께 비방, 욕설이 난무하는 악플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악플들로 인해 피해 당사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됩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들이 악플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수 유니는 평소 자신에 대한 악플에 의기소침하고 상처를 많이 받아 우울증까지 걸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탤런트 최진실의 자살사건 또한 악플로 인한 결과입니다. 고 안재환 사건과 관련된 전혀 근거 없는 악성루머가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점점 심해지는 악플로 인해 죽음이라는 결과까지 낳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심각한 악플 문제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각각의 개인 사이트에서도, 국가에서도 악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각 사이트에서는 그 사이트 자체에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합니다.

국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제도 도입을 통해, 인터넷의 바른 사용법을 교육해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을 하면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또 자신들의 악플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문화, 인터넷 사용과 같은 인터넷 관련 과목을 개설하여 교양과목으로서의 수업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올바른 자세 및 잘못된 인터넷 문화로 인한 피해 사례, 악플의 처벌에 대해 교육을 하는 등 국가적으로도 노력을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