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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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제18회 - " 책 죽이기와 책 살리기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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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5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이 우리를 가장 많이 데려가는 곳은 침대이다. 최소한 어울리는 장소이긴 하지만, 침대에서의 기분을 말하라면 무시당하고 있는 마누라 같다는 게 딱 맞을 것이다. 피곤에 지친 무뚝뚝한 남편이 얼른 제 욕심만 채우고 마누라쟁이를 이내 싹 잊어버리는 꼴이다. 졸리면 제자리에 갖다놓기는커녕 옆에다 획 던져 놓고 천연덕스럽게 코를 골기 시작한다. 우리는 밤새 또는 다음날까지도 활짝 펼쳐진 채-이 얼마나 채신머리없는 자세인가-내던져 있어야 한다. 가랑이를 찢어져라 벌린 채 종일 버티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엉뚱한 상상을 하기 적합한 묘사이다. 음란성만큼 즉각적으로 인간의 손길과 의식을 잡아당기는 것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 상상은 어긋난 것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문이당)라는 책의 내용의 일부이다. 책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책을 여성으로 독자를 남성으로, 출판업자를 여성으로 의인화한 소설이다. 원제는 [책(The Book)]이나 책의 불행을 풍자한 내용이라 ‘책 죽이기’라고 번역한 것 같다.
책은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내던져지고 팔리지 않는다고 폐기처분되는 책의 학살현장 그리고 떨이판의 농수산물처럼 헐값에 팔려나가는 우리 출판시장의 모습을 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재치와 말장난 그리고 서늘한 풍자가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는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다. 책의 운명에 대한 진지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풍자는 보여주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 그것을 통해 통렬한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한다.
‘책죽이기’는 책을 살려라는 경고이다. 손때가 묻고 밑줄이 쳐지는 책이 되어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영양을 흡수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영상물에 취한 무리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력을 동반한 책읽기의 매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도서관에 모셔진 책에 대해서마저 이렇게 풍자하고 있다.
“팔자가 사나운 것으로 치자면, 도서관에 내던져진 불쌍한 자매들을 따라갈 책이 없다. 위선자인 인간들은 도서관을 ’문화의 사원‘, ’문학의 요새‘ 심지어는 ’문명의 성채‘라고까지 부른다. 허나 웃기는 소리다. 문 앞에 홍등만 달지 않았지, 다른 건 모조리 사창굴 그대로이지 않은가!”
인간의 정신과 땀이 책과 온전히 합일되기를 바라는 호소이다. 단지 풍자와 반어, 해학이라는 방편을 빌려왔을 뿐이다. 책은 독자가 쏟는 땀과 시간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유행이나 광기에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힘은 책에서 나온다.
방학이 끝나면 학생들은 저마다 성숙도가 다르다. 외양도 그렇지만 지식과 교양, 전문성과 인격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 차이는 독서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롯된 것이다. 책을 무시하면 인간이 형편없어지고 책을 사랑하면 듬직한 인물이 된다.(*)
엉뚱한 상상을 하기 적합한 묘사이다. 음란성만큼 즉각적으로 인간의 손길과 의식을 잡아당기는 것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그 상상은 어긋난 것이다.
얼마 전에 출간된 [책 죽이기]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유향란 옮김, 문이당)라는 책의 내용의 일부이다. 책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책을 여성으로 독자를 남성으로, 출판업자를 여성으로 의인화한 소설이다. 원제는 [책(The Book)]이나 책의 불행을 풍자한 내용이라 ‘책 죽이기’라고 번역한 것 같다.
책은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내던져지고 팔리지 않는다고 폐기처분되는 책의 학살현장 그리고 떨이판의 농수산물처럼 헐값에 팔려나가는 우리 출판시장의 모습을 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의 재치와 말장난 그리고 서늘한 풍자가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는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다. 책의 운명에 대한 진지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풍자는 보여주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 그것을 통해 통렬한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한다.
‘책죽이기’는 책을 살려라는 경고이다. 손때가 묻고 밑줄이 쳐지는 책이 되어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영양을 흡수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영상물에 취한 무리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력을 동반한 책읽기의 매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도서관에 모셔진 책에 대해서마저 이렇게 풍자하고 있다.
“팔자가 사나운 것으로 치자면, 도서관에 내던져진 불쌍한 자매들을 따라갈 책이 없다. 위선자인 인간들은 도서관을 ’문화의 사원‘, ’문학의 요새‘ 심지어는 ’문명의 성채‘라고까지 부른다. 허나 웃기는 소리다. 문 앞에 홍등만 달지 않았지, 다른 건 모조리 사창굴 그대로이지 않은가!”
인간의 정신과 땀이 책과 온전히 합일되기를 바라는 호소이다. 단지 풍자와 반어, 해학이라는 방편을 빌려왔을 뿐이다. 책은 독자가 쏟는 땀과 시간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유행이나 광기에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힘은 책에서 나온다.
방학이 끝나면 학생들은 저마다 성숙도가 다르다. 외양도 그렇지만 지식과 교양, 전문성과 인격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 차이는 독서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롯된 것이다. 책을 무시하면 인간이 형편없어지고 책을 사랑하면 듬직한 인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