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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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제65회 - " 관촌수필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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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5
짧은 호흡이 어느덧 시대의 코드가 되어버렸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가벼운 주제를 가볍게, 무거운 주제도 경쾌하게 제시하는 경향이 대세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우려되는 바 크다. 유장하고 그윽한 문학의 향기, 읽기 까탈스럽지만 해독하는 재미가 그립다.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의 소감은 한마디로, ‘한국어 문장이란 참 눈부시구나’라고 요약된다.
한국 소설 중에 되풀이해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 관촌수필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보다는 유려한 문장 맛에 취해서 읽어 내려간다. 숨이 턱턱 막힌다. 기본적으로 관촌수필의 문장은 만연체다. 한 문장이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고, 서너 줄쯤 이르는 건 기본이다. 간결하게 톡톡 끊어지는 문장만 보다가 만연체 문장을 읽으면 숨이 찰법도 한데 관촌수필에는 마력이 있다. 길긴 하지만 편한 호흡이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문장 자체가 익살맞고 구수한데다가 유려하고 맛깔스럽게 혀에 감기는 것 같다.
『관촌수필(冠村隨筆)』은 8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의 체험을 회상하면서 근대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1972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일락서산(日落西山)』,『화무십일(花無十日)』,『행운유수(行雲流水)』,『녹수청산(綠水靑山)』,『공산토월(空山吐月)』,『관산추정(關山芻丁)』,『여요주서(與謠註序)』,『월곡후야(月谷後夜)』등 여덟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타관 생활 끝에 고향에 들러 옛 터전을 둘러보며 떠오르는 감상을 위주로 쓰고 있다. 중심 내용은, 6.25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타관 생활을 떠도는 주인공이 그 때를 회상하면서 불행을 초래한 시대적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이 이문구의 대표적인 소설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1970년대 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민족의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함께,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소외되기 시작한 농촌의 현실 문제를 연작이라는 새로운 소설적 기법을 통해 사회적 관심사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수필'이라는 말이 나오듯이 이 작품은 하나의 회고담의 형식을 취하면서 지난날을 회고하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가운데 소설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의 미학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문체이다. 고풍스런 말투, 한학적 소양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어구, 명문의 후예로서만 알 수 있는 세간과 풍습에 관련된 말들이 많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제재가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여실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가 그런 생활에 젖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주인공 '나'는 조상의 성묘를 위해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과거의 명문으로서의 명예와 권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사라진 고향을 확인한다. 그 과거의 한복판에 자리한 어른은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명문 가문으로서의 명예심이 남달랐고, 품격을 지키는 삶을 살았으며, 의기와 선비로서의 긍지가 대단했던 분이다. 그런 할아버지로부터 주인공은 보수적 정신, 선민의식을 교훈으로 받았으며, 그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작가정신은 다분히 복고주의적이라 해도 좋다.
'나'가 고향 방문을 통해 받는 정서는 아픔이다. 실향민이란 말로 표현되는 정체성의 상실에서 오는 아픔이다. 그것은 물론 시대적 아픔(전쟁)의 소산이다. 전쟁은 이 긍지 높은 가족사를 단절시켰고, 그 상흔은 실향민 의식으로 남아 그를 여전히 괴롭힌다. 그가 아픔을 지속하는 한 전쟁의 참혹함은 계속된다. 작가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명문 후예로서의 긍지와 권위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아픔에 젖어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이 복고적 정신으로 그려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 소설은 논란의 소지도 많지만, 급격한 시대 변화로 과거의 모든 것이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의 내면에 아직도 드리우고 있는 전통적 생활의 품격 높은 일면은 하나의 가치로 자리하고 있다. 명문의 가풍은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가 회복해야 할 드높은 정신적 기풍의 높이를 지녔던 것도 사실이다.
이문구 선생은 한국문학에서 문장의 아름다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가 있다. 유려하고 맛깔스럽게 빛나는 문장, 한국 문학에서 최고의 문장으로 꼽히는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 소설 중에 되풀이해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 관촌수필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보다는 유려한 문장 맛에 취해서 읽어 내려간다. 숨이 턱턱 막힌다. 기본적으로 관촌수필의 문장은 만연체다. 한 문장이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고, 서너 줄쯤 이르는 건 기본이다. 간결하게 톡톡 끊어지는 문장만 보다가 만연체 문장을 읽으면 숨이 찰법도 한데 관촌수필에는 마력이 있다. 길긴 하지만 편한 호흡이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문장 자체가 익살맞고 구수한데다가 유려하고 맛깔스럽게 혀에 감기는 것 같다.
『관촌수필(冠村隨筆)』은 8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의 체험을 회상하면서 근대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1972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일락서산(日落西山)』,『화무십일(花無十日)』,『행운유수(行雲流水)』,『녹수청산(綠水靑山)』,『공산토월(空山吐月)』,『관산추정(關山芻丁)』,『여요주서(與謠註序)』,『월곡후야(月谷後夜)』등 여덟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타관 생활 끝에 고향에 들러 옛 터전을 둘러보며 떠오르는 감상을 위주로 쓰고 있다. 중심 내용은, 6.25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되고 타관 생활을 떠도는 주인공이 그 때를 회상하면서 불행을 초래한 시대적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작품이 이문구의 대표적인 소설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1970년대 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민족의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함께,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소외되기 시작한 농촌의 현실 문제를 연작이라는 새로운 소설적 기법을 통해 사회적 관심사로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수필'이라는 말이 나오듯이 이 작품은 하나의 회고담의 형식을 취하면서 지난날을 회고하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가운데 소설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의 미학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문체이다. 고풍스런 말투, 한학적 소양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어구, 명문의 후예로서만 알 수 있는 세간과 풍습에 관련된 말들이 많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제재가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여실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은, 작가 스스로가 그런 생활에 젖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주인공 '나'는 조상의 성묘를 위해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과거의 명문으로서의 명예와 권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사라진 고향을 확인한다. 그 과거의 한복판에 자리한 어른은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명문 가문으로서의 명예심이 남달랐고, 품격을 지키는 삶을 살았으며, 의기와 선비로서의 긍지가 대단했던 분이다. 그런 할아버지로부터 주인공은 보수적 정신, 선민의식을 교훈으로 받았으며, 그것에 대해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작가정신은 다분히 복고주의적이라 해도 좋다.
'나'가 고향 방문을 통해 받는 정서는 아픔이다. 실향민이란 말로 표현되는 정체성의 상실에서 오는 아픔이다. 그것은 물론 시대적 아픔(전쟁)의 소산이다. 전쟁은 이 긍지 높은 가족사를 단절시켰고, 그 상흔은 실향민 의식으로 남아 그를 여전히 괴롭힌다. 그가 아픔을 지속하는 한 전쟁의 참혹함은 계속된다. 작가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명문 후예로서의 긍지와 권위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아픔에 젖어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이 복고적 정신으로 그려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 소설은 논란의 소지도 많지만, 급격한 시대 변화로 과거의 모든 것이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의 내면에 아직도 드리우고 있는 전통적 생활의 품격 높은 일면은 하나의 가치로 자리하고 있다. 명문의 가풍은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우리가 회복해야 할 드높은 정신적 기풍의 높이를 지녔던 것도 사실이다.
이문구 선생은 한국문학에서 문장의 아름다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가 있다. 유려하고 맛깔스럽게 빛나는 문장, 한국 문학에서 최고의 문장으로 꼽히는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