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환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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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제67회 -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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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03:45
베이징 올림픽 영웅들이 돌아왔다. 권모술수가 통하지 않는 스포츠 세계에서 분투하여 메달을 걸고 영웅들이 돌아왔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도 부족하다. 메달의 색깔은 잊어야 한다. 1등만 영웅인 것은 아니다. 메달을 목에 걸지 않아도 그들은 모두 영웅이다. 젊음을 이보다 더 치열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있으랴.
살얼음판 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장렬하게 싸우고 돌아왔다. 거짓된 땀방울 하나 없고 거짓된 눈물과 웃음이 없는 그들이다. 영웅이 되기까지의 혹독한 훈련과정은 막 뒤에 숨긴 채 이기고 돌아온 그들이 장하고 장하다.
베이징의 추억도 이제 곧 잊혀질 것이다. 그들도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의 일상도 베이징 하늘에 펄럭인 태극기만큼이나 선명하고 순열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환호할 수 있는 영웅이 가끔 나타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그러나 일상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잘난 영웅이다. 한 번도 남에게 뜨거워 본 적도 없으면서 영웅이고자 한다. 혹 걸출한 영웅이 등장하면 끄집어 내리려고 안달한다.
베이징 올림픽의 영웅들을 보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난다. 어두운 시절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어느 시골 학교에서 선생님보다 영향력이 더 강하고 전교 학생들의 우상이었던 엄석대. 2등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공부 전교 1등, 싸움 1등, 모든 것에 1등인 엄석대의 말에 모두가 따르고 복종할 뿐이다.
자유당 말기의 혼란 속에서 아버지가 시골로 발령 나는 바람에 시골학교로 전한 온 한병태는 시골학교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한다. 서울에서 그런 대로 인정받았던 그는 학급을 휘어잡고 힘을 휘두르는 엄석대에게 강한 불만과 반감을 나타낸다.
반장을 맡고 있던 엄석대의 힘은 대단했다. 아이들은 엄석대에게 반찬을 갖다 바치기도 하며 물 당번을 정해 물시중까지 들고 있었다. 그는 거의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대신 시험을 쳐주기도 하며 다른 아이의 물건을 거의 강제로 빼앗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 권력에 빌붙거나 순응한 채 살아간다.
한병태는 엄석대의 권위에 도전한다. 담임 선생님에게 엄석대의 잘못을 이르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몰이해와 아이들의 소외만이 되돌아온다. 어린아이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었다.
결국 한병태는 외로운 저항을 포기한다. 석대의 권위에 굴종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석대는 유일하게 저항하다가 포기한 한병태를 제2인자로 인정한다. 병태 역시 석대 밑에서 권력이 주는 달콤함을 그냥 받아들인다.
4.19로 인해 사회에 변화의 물결이 이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젊은 선생님이 반을 맡게 된다. 엄석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반의 분위기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새 선생님은 석대를 신임하지 않는다. 권력이 몰락하는 기미를 눈치 챈 아이들은 앞다투어 석대의 잘못을 일러바친다. 병태만이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 반의 권력자에서 비웃음 당하는 문제아로 몰락한 석대는 모욕감을 느끼며 교실을 뛰쳐나간다.
30년 세월이 지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병태는 엄석대를 다시 보게 된다.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보면서 왜 이 작품이 갑자기 생각났을까? 그건 아마도 1등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언론들의 태도와 작품 속 등장인물인 엄석대의 상황이 너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엄석대가 전교 1등으로서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를 따라다니고 그를 옹호해주던 사람들은 나중에 엄석대가 위기에 처하고 그 권력을 잃어버리자 언제 그랬냐는듯 바로 등을 돌려버린다.
바로 그 모습이 우리 언론들은 금메달을 딸 때까지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다가 은메달을 따면 관심도 없다는 듯 대하는 태도와 무척 닮아있다. 유도에서 은메달을 따고 펑펑 울던 왕기춘 선수. 물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1등 아니면 대접을 안해주는 우리나라 현실 때문에 더욱 더 감정에 복받쳐 울었을 것이다.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아테네 올림픽 때 자신이 동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을 딴 이원희에 비해서 자기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지난 4년의 시간이 너무 서러워서 더 울었다고. 왕기춘. 그도 분명 영웅이다. 세계 2위도 정말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과 방송은 그를 자꾸 ‘일그러진 영웅’ 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진실된 땀을 흘리는 자는 승패와 관계없이 모두 영웅이다. 세상은 그 땀을 배반하지 않는다. 단지 시류와 세태, 언론이 영웅을 만들기도, 일그러진 영웅을 만들기도 할 뿐이다.(*)
살얼음판 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장렬하게 싸우고 돌아왔다. 거짓된 땀방울 하나 없고 거짓된 눈물과 웃음이 없는 그들이다. 영웅이 되기까지의 혹독한 훈련과정은 막 뒤에 숨긴 채 이기고 돌아온 그들이 장하고 장하다.
베이징의 추억도 이제 곧 잊혀질 것이다. 그들도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의 일상도 베이징 하늘에 펄럭인 태극기만큼이나 선명하고 순열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환호할 수 있는 영웅이 가끔 나타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그러나 일상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잘난 영웅이다. 한 번도 남에게 뜨거워 본 적도 없으면서 영웅이고자 한다. 혹 걸출한 영웅이 등장하면 끄집어 내리려고 안달한다.
베이징 올림픽의 영웅들을 보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난다. 어두운 시절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어느 시골 학교에서 선생님보다 영향력이 더 강하고 전교 학생들의 우상이었던 엄석대. 2등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공부 전교 1등, 싸움 1등, 모든 것에 1등인 엄석대의 말에 모두가 따르고 복종할 뿐이다.
자유당 말기의 혼란 속에서 아버지가 시골로 발령 나는 바람에 시골학교로 전한 온 한병태는 시골학교의 초라한 모습에 실망한다. 서울에서 그런 대로 인정받았던 그는 학급을 휘어잡고 힘을 휘두르는 엄석대에게 강한 불만과 반감을 나타낸다.
반장을 맡고 있던 엄석대의 힘은 대단했다. 아이들은 엄석대에게 반찬을 갖다 바치기도 하며 물 당번을 정해 물시중까지 들고 있었다. 그는 거의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대신 시험을 쳐주기도 하며 다른 아이의 물건을 거의 강제로 빼앗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 권력에 빌붙거나 순응한 채 살아간다.
한병태는 엄석대의 권위에 도전한다. 담임 선생님에게 엄석대의 잘못을 이르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몰이해와 아이들의 소외만이 되돌아온다. 어린아이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었다.
결국 한병태는 외로운 저항을 포기한다. 석대의 권위에 굴종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석대는 유일하게 저항하다가 포기한 한병태를 제2인자로 인정한다. 병태 역시 석대 밑에서 권력이 주는 달콤함을 그냥 받아들인다.
4.19로 인해 사회에 변화의 물결이 이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젊은 선생님이 반을 맡게 된다. 엄석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반의 분위기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새 선생님은 석대를 신임하지 않는다. 권력이 몰락하는 기미를 눈치 챈 아이들은 앞다투어 석대의 잘못을 일러바친다. 병태만이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 반의 권력자에서 비웃음 당하는 문제아로 몰락한 석대는 모욕감을 느끼며 교실을 뛰쳐나간다.
30년 세월이 지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병태는 엄석대를 다시 보게 된다.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올림픽을 보면서 왜 이 작품이 갑자기 생각났을까? 그건 아마도 1등이 아니면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나라 언론들의 태도와 작품 속 등장인물인 엄석대의 상황이 너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엄석대가 전교 1등으로서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를 따라다니고 그를 옹호해주던 사람들은 나중에 엄석대가 위기에 처하고 그 권력을 잃어버리자 언제 그랬냐는듯 바로 등을 돌려버린다.
바로 그 모습이 우리 언론들은 금메달을 딸 때까지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다가 은메달을 따면 관심도 없다는 듯 대하는 태도와 무척 닮아있다. 유도에서 은메달을 따고 펑펑 울던 왕기춘 선수. 물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1등 아니면 대접을 안해주는 우리나라 현실 때문에 더욱 더 감정에 복받쳐 울었을 것이다.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아테네 올림픽 때 자신이 동메달을 땄지만, 금메달을 딴 이원희에 비해서 자기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지난 4년의 시간이 너무 서러워서 더 울었다고. 왕기춘. 그도 분명 영웅이다. 세계 2위도 정말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과 방송은 그를 자꾸 ‘일그러진 영웅’ 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진실된 땀을 흘리는 자는 승패와 관계없이 모두 영웅이다. 세상은 그 땀을 배반하지 않는다. 단지 시류와 세태, 언론이 영웅을 만들기도, 일그러진 영웅을 만들기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