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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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 영 복 (1941년~2016년)
“책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먼 곳에서 찾아온 벗’입니다. 수험 공부를 위한 독서나 교양을 위한 독서는 즐겁고 참된 독서가 아닙니다. 독서는 글과 소통하며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뿐 아니라 필자가 발 딛고 있는 세계에 대해 성찰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는 능동적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을 깨뜨리고 드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며 자신과 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독서입니다. 또한 복제가 손쉽고 대상 인식이 뛰어난 영상 서사와 달리 문학 서사가 치열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더없이 중요합니다.” -신영복, <강의> 중에서
신영복은 오랜 수감 생활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담은 글을 남겼다.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감옥에서 몸으로 겪은 옥중 삶,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이다. 삶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거울이자 한 시대의 초상이며, 고전이다.
감옥(교도소)을 학교, 큰집이라고도 한다. 범죄의 기술을 공유하고 배우기도 한다. 한편 감옥은 최고의 독서실이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공간은 스스로 활용하기 나름이다. 이념적 성향을 떠나 신영복은 우리시대 대단한 독서가, 사색가, 명상가, 철학자이다. 그가 남긴 사색의 조각들은 울림이 크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 날을 시작하고 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신영복은 서예가이기도 하다. 서예 역시 감옥에서 익힌 것이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 '처음처럼'의 상표 글씨는 신영복의 글씨다. '처음처럼'이라는 서예 작품을 제품 이름으로 하고, 서체도 그대로 차용했다.
회사의 신제품 홍보를 대행하게 된 업체가 작품 제목과 서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신영복 교수는 사용료나 개인적 보상을 고사한 채 사용을 허락했다. 회사 측은 신 교수의 뜻을 받아들여 개인적 보상을 하지 않는 대신 신 교수가 재직 중인 성공회대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신영복은 아버지가 교장으로 근무했던 경상남도 의령의 간이학교 사택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밀양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독서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으며, 대학원 재학 시절에는 다른 대학이나 연합 동아리 지도에 주력했다.
1966년부터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관으로 활동하다가 1968년 통일혁명당사건으로 구속되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안양, 대전, 전주교도소에서 복역했다.
1988년 8·15특별 가석방으로 20년 20일 만에 출옥했다. 같은 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이름으로 발간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9년 3월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과 한국사상사, 중국고전강독 등을 강의했다. 출소한 지 10년 만인 1998년 3월 사면 복권되었다. 1998년 5월 1일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06년 8월 정년 퇴임, 2010년부터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4년 희귀 피부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6년 1월 15일 자택에서 사망했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세상은 고해(苦海)다. 괴로운 바다, 괴로운 감옥이다. 독서는 감옥을 극락으로, 천국으로 바꾸는 배다. 책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먼 곳에서 찾아온 벗’이다. 공자는 “친구가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라·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말했다. 과연 나를 즐겁게 맞아줄 벗은, 나를 찾아오는 벗은 몇이나 있을까.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탐욕이나 배신 대신 우정의 손님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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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은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로 출간된 도서의 일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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