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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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
책상 앞에 칼을 두고 책을 읽다 - 남명 조 식 (1501년∼1572년)
만성漫成 : 편하게 쓴 시
平生事可噓噓已(평생사가허허이) : 한 평생의 일들에 한숨만 나올 뿐인데
浮世功將矻矻何(부세공장골골하) : 뜬 구름 같은 세상 부귀공명 힘써 무얼 하나.
知子貴無如我意(지자귀무여아의) : 알겠노라, 그대는 귀하여 나 같은 뜻 없음을
那須身上太華誇(나수신상태화과) : 어찌 몸이 태화산에 올라 과시해야만 하는가.
종죽산해정種竹山海亭 : 산해정에 대나무를 심고
此君孤不孤(차군고불고) : 이 대나무 외로운 듯 외롭지 않아
髥叟則爲隣(염수칙위린) : 소나무 있어 이웃이 되기 때문이라.
莫待風霜看(막대풍상간) : 바람과 서리 기다려 보지 않아도
猗猗這見眞(의의저견진) : 싱싱한 모습에서 그 참다움을 보노라.
우음偶吟 : 우연히 지은 시
人之愛正士(인지애정사) : 사람들이 옳은 선비 좋아하는 것이
好虎皮相似(호호피상사) : 호랑이 껍질을 좋아하는 것과 같구나
生前欲殺之(생전욕살지) : 살아 있을 때는 죽이고 싶지만
死後方稱美(사후방칭미) : 죽은 뒤에는 훌륭하다 칭찬하는구나.
1501년(연산군 7년) 경상좌도 예안현(지금의 경북 안동) 온계리에서 퇴계 이황이 태어나고, 경상우도 삼가현(지금의 경남 합천) 토동에서 남명 조식이 태어났다. 영남학파의 두 거봉이 된 이들은 같은 해에 태어나서 퇴계는 70세, 남명은 72세까지 장수했다. 퇴계가 경상좌도 사림의 영수라면 남명은 경상우도 사림의 영수다. 이 두 사람의 제자들은 동인 정파를 형성했다.
퇴계는 1534년 34세로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 부정자로서 사대부의 길을 갔다. 남명은 초 야에서 학문에만 전념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선비가 공부해서 사대부 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퇴계는 그 길을 걸었지만 남명은 그 길을 거부하고 재야 지식인의 길 을 선택했다.
당시 유학자들은 학문을 이룬 뒤 벼슬에 나아가는 것을 본분으로 삼고 이를 ‘군신지의’ 로 간 주했다. 벼슬에 나아가지 않는 것을 불의로 여겼다. 남명은 조정에서 여러 번 불렀음에도 불구 하고 사양하여 군신지의를 저버렸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남명은 꼭 벼슬에 나아가 왕을 돕 는 것에만 군신지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며, 대도大道에 입각하여 현실을 비판하고 도를 후세에 전하는 것을 더 중요한 일로 여겼다.
미수 허목이 남명 선생 신도비문神道碑文에 “늘 뜻을 드높이고 몸가짐을 깨끗이 하며, 구차스 럽게 조정의 요구에 따르지도 않거니와, 또한 구차스럽게 정치의 잘못을 묵과하지도 않는다. 자 기의 몸값을 가벼이 하여 세상에 쓰임을 구하지 않아 고고한 자세로 홀로 우뚝 섰다” 고 했다.
남명 조식은 선비였다. 선비였지만 평생 칼을 차고 다녔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땐 시퍼 런 칼을 책상머리에 두었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졸음이 쏟아지면 칼을 어루만 지며 마음을 다잡았다. 칼과 함께 쇠로 만든 방울도 항상 품고 다녔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방 울은 요란하게 울렸다. 그때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았다. 방울 또한 그의 칼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로 삼았다. 한 번 결심을 하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의리에 조금이 라도 벗어나면 자신에게도 용서 없이 질책했으며,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조식은 덕천강 가에 세심정을 짓고 살며, “저 무거운 종을 좀 보오.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없다오. 하나 그것이 어찌 지리산만 하겠소. 하늘이 울어도 울리지 않는다오.” 같은 시 를 지었다. 지리산을 ‘무거운 종’ 으로 여기고 그 지리산을 닮고 싶어 했다. 지리산 천왕봉 주 위에 살고 있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남명은 72세에 산천재에서 일생을 마쳤다. 임종 시에 모시고 있던 제자 김우옹이 “명정에 어 떻게 쓸까요?” 라고 물으니 선생은 “처사處士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 라고 대답했다. 선조는 예 관을 보내어 제사지내고, 대사간을 추증했다. 광해군 때에는 문정공文貞公이란 시호諡號가 내려 지고,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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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은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로 출간된 도서의 일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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