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


 

김윤환
(주)영광도서 대표이사 | 경영학 박사
yhkim@ykbook.com
[약력] 경남 함안 대산 구혜 출생(1949).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졸업,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영학석사, 부산대학교 국제학석사, 동아대학교대학원 경영학박사. ‘87 JCI부산시지구 회장, '88한국청년회의소중앙부회장, '89부산시체육회이사, 한국청년회의소 연수원 교수부장, (사)목요학술회 부회장, '06국제신문 부사장, 부산고등법원민사 조정위원, 부산문화재단 이사, (사)한국마케팅관리학회 부회장, 2014부산ITU전권회의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2014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범시민지원협의회 부회장, 부산광역시 새마을회 회장, 부산새마을신문 발행·편집인 등 역임...< 더보기 >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면 감옥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 김 대 중 전 대통령 (1924년 ~ 2009년)

영광도서 0 1,110

김대중처럼 명확하게 지지와 반대가 나누어지는 정치지도자는 없다. 지지와 반대를 떠나 그의 독서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본받을 만하다. 생전에 모은 책들이 있는 서재가 통째로 도서관이 될 정도다. 독서를 즐겼고, 적지 않은 책들을 집필했다. 이를 두고 김종필은 농담처럼, 김영삼과 김대중을 비교하며 '김영삼이 읽은 책보다 김대중이 쓴 책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골프? 좋은 운동이지요. 모처럼 자연과 벗도 되고……. 그런데 골프 한번 치려면 서너 시간은 걸리죠? 그렇다면 책을 한권 읽을 시간인데, 독서가 낫지 않을까요." 골프에 관한 김대중의 말이다.

 

김대중은 대통령 퇴임 후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비서들은 독서 중독증을 걱정했다. 혈액 투석을 할 때도 비서들에게 책이나 신문을 읽어달라고 했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던,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러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책을 읽었다.

 

김대중도서관 지하 강당 한 구석에는 김대중이 기증한 책들이 꽂혀있다. 손때 묻은 책들을 살펴보면 그의 책에 대한 욕심을 알 수 있다. 김대중의 독서 성향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김대중은 평상시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하면 감옥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감옥에서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할 때가 많아요."

 

김대중은 애서가이자, 독서광이었다. 두 차례의 망명생활, 투옥, 자택연금 때 많은 책을 읽었다. 특히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되었을 때 가장 많은 책들을 읽고 기록했다. 엽서에 깨알이 같이 쓴 글들이 <옥중서신>이라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흔히들 감옥을 학교라 부른다. 나쁜 의미든 좋은 의미든 감옥 생활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나쁜 것만 배운다라는 말은 사회적 편견이다. 김대중이 감옥에서 사상과 이야기를 다듬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책이다. 감옥은 인간 김대중을 만들어 낸 곳이었다.

 

김대중이 소장한 책은 3만 여권. 아태재단과 노벨평화상 상금 일부를 보태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김대중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김대중은 책대통령, 독서대통령, 글 대통령이었다. 일주일에 평균 4권을 읽었다고 알려져 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 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작품은 최명희의 '혼불'이다. 국권상실기인 금세기 초반을 버텨낸 민족의 역량이 다음 세기 찬란한 민족혼으로 이어지는 것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조셉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 아시아>,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읽으며 아시아 속의 한국위상을 고민했다.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박경리의 <토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 ‘성경’, ‘맹자등도 가까이 두었던 책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금씩 책을 보기도 했다. 경제난을 감안해 발터 오이켄의 <경제정책의 원리>, 동양, 서양, 이슬람 문화사에 대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도 애독서였다. 김대중은 숙독해야 할 부분은 복사해 읽기도 하고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치는 습관도 있다.

 

김대중은 세계 명작이라 불리는 것들은 거의 읽었다. 초등학교 때 세계문학전집을 완독했다. 김대중은 몇 백 년을 살아온 작품은 그렇게 남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인간의 영혼에서 나온 불멸의 목소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김대중은 책을 정독했다. 그리고 읽은 후의 여운을 사색으로 이어갔다. 내용을 완벽하게 새김질했다. 후세에 남긴 '김대중의 말'들은 이런 새김질의 결과물이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 "행동하는 양심", "기적은 기적적으로 오지 않는다", "철의 실크로드" 등은 사안을 꿰뚫는 명언들이다. 깊은 독서와 사색으로 퍼 올린 것들이다.

 

<어 록>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논리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험은 잡담이며, 경험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논리는 공론이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서정주, ‘자화상중에서>

 

김대중을 키운 건 팔할이 독서였다. 책이 아니었다면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뎌냈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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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으로 성공한 사람'은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로 출간된 도서의 일부입니다.